‘내역입찰’ 대신 ‘총액입찰’…명백한 입찰지침 위반

‘총액입찰’ 허점 이용해 공사비 인상 근거로 사용?

여의도 한양아파트 단지 전경 / 연합뉴스 제공
여의도 한양아파트 단지 전경 / 연합뉴스 제공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사업 시공사 선정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포스코이앤씨가 공고상의 입찰 서류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되고 있다.

공사비 내역서 상 모든 자재의 회사명, 품명, 품번호 등을 구체적으로 명기해야 한다는 입찰지침을 위반한 것인데, 이를 두고 포스코이앤씨의 입찰을 박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8월, KB부동산신탁이 안내한 ‘입찰참여 안내서’상 제3조 ‘입찰참여 신청 서류’의 23항에 ‘입찰자는 발주자가 기정한 기간 안에 원안설계 및 대안설계 공사비 산출내역 및 관련 자료를 제출’하도록 되어 있다.

공사비 산출내역 및 관련 자료를 제출하라는 것은 ‘총액입찰’이 아닌 ‘내역입찰’을 말하는 것이다. ‘내역입찰’은 특정 품목의 자재와 수량을 하나하나 명시해야 하는 관계로 준비 과정과 비용이 많이 들어가며, 계약적 구속력도 지닌다.

또한, 산출내역서는 ‘내역입찰’에 필요한 서류로 재료비·노무비·경비 등 시공과정에서 발생하는 제반 비용을 건축공사·토목공사·조경공사 등 공종별로 정리한 문서다. 아파트를 건설할 때 사용하는 자재와 수량, 금액 등을 상세히 계산해서 공사비를 산출한다.

일반인이 알기 어려운 건설 전문 용어가 쓰이며 자재와 수량 등을 세세하게 작성하는 관계로 내용도 방대하다. 일반 주민들이 산출내역서를 들여다보면 이해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재건축을 앞둔 단지의 조합원에게는 중요한 문서다. 특히나 자재 값과 인건비 상승으로 공사비 갈등이 불거지는 경우에는 더욱 그런데, 공사비 갈등이 일어날 경우 시공사와 조합은 공사비 검증을 받기 위해 한국부동산원에 검증을 의뢰한다.

한국부동산원은 공사비 검증을 위해, 수량 산출 내역과 재료비·노무비 상승에 따른 단가 등을 검토하는데, 검토는 시공사가 제출한 산출내역서를 근거로 이뤄진다.

시공사와 조합 사이에 공사비 갈등이 일어난다면 한국부동산원은 산출내역서를 근거로 갈등을 중재할 수 있으며, 산출내역서가 없을 경우 공사비 검증이 불가능한 것이다.

산출내역서가 상세하게 작성될수록 정확한 공사비 검증이 가능하기 때문에 보통 수백페이지에 걸쳐 작성된다. 이를 제대로 구비하지 못한 경우 발주처가 낸 공고상의 입찰 서류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 입찰이 박탈당할 수도 있다.

 

◆ 포스코이앤씨가 제출한 14페이지 분량의 산출내역서…공사비 산출 내역과 관련 자료 미제출로 입찰 위반 논란

그러나 본지가 서울시 정비사업 정보몽땅에 올라온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의 입찰서류를 분석한 결과, 현대건설이 제출한 산출내역서는 일반적 산출내역서 분량인 500페이지에 이르는 반면, 포스코이앤씨가 제출한 산출내역서는 14페이지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여의도 한양 재건축 사업에 제출한 포스코이앤씨의 산출내역서, 14페이지에 불과하며 일식으로 되어있다 / 주민 제공
여의도 한양 재건축 사업에 제출한 포스코이앤씨의 산출내역서, 14페이지에 불과하며 일식으로 되어있다 / 주민 제공

 

즉, 공사비 산출내역 및 관련 자료를 제출하라는 입찰지침을 지키지 않은 것인데, 이를 두고 포스코이앤씨의 입찰을 무효로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입찰참여 안내서’ 상 ‘시공자 선정 입찰참여 규정’ 3조 23항에 ‘원안설계 및 대안설계 공사비 산출내역(공정 및 용도별) 및 관련자료(마감재리스트 포함)를 제출하라고 명확히 명기되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총액입찰을 고집한 것은 명백한 입찰지침 위반”이라며 ”입찰 참여를 박탈하고, 그에 따른 입찰보증금은 사업비로 귀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포스코이앤씨의 ‘총액입찰’을 두고 자사가 지난 5월부터 홍보한 ‘780프로젝트’에 발목을 잡혔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삼성물산, 현대건설 등 평당 공사비가 900만원까지 갈 수 있는 1군 건설사와 달리 자사는 평당 780만원의 공사비로 고급 아파트를 지을 수 있다고 홍보했으나, 막상 공사비를 산출해보니 평당 780만원은 터무니없는 가격이었다는 것.

결국 1군 건설사 대비 공사비에서의 우위를 가져가지 못함은 물론, 수주할 경우 엄청난 손실을 떠안게 되는 것이 기정사실화되자, 공사비 산출내역을 일식으로 가져가, 추후 다른 사업지에서 해왔던 것과 같이 공사비 인상의 근거로 사용하려는 판단을 내린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 해외수주 못 해서 도시정비에만 열 올리더니… 수주 비결은 ‘금품 공세?’

한편, 포스코이앤씨의 입찰지침 위반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추석을 앞두고 조합원들을 상대로 금품을 제공한 것이 문제로 비화될 조짐이다.

 

포스코이앤씨 직원이 여의도 한양아파트 조합원에게 제공할 스팸 세트를 옮기고 있는 모습 / 주민 제공
포스코이앤씨 직원이 여의도 한양아파트 조합원에게 제공할 스팸 세트를 옮기고 있는 모습 / 주민 제공

제보자에 따르면 지난주 포스코이앤씨 홍보직원들이 조합원에게 ‘추석’이라는 미명 아래 선물로 스팸 세트를 제공했다는 것.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132조에 1항에 따르면 누구든지 계약 체결과 관련해 금품, 향응 등을 제공하거나 제공 의사를 표시하는 행위는 금지된다. 이 같은 금품 제공은 최악의 경우 입찰 참여를 박탈당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포스코이앤씨가 초반 열세를 불법 행위를 통해 만회하려는 것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 조합원은 “수주를 위해 제안서에 집중해도 모자랐을 판에 ‘780프로젝트’ 등 현실성 없는 공약만 남발하더니 결국 해답으로 찾은 것이 스팸 세트 제공이라는 것이 실망스럽다”며 “이는 명백한 불법 로비 행위로,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평당 700만원대 후반의 사업장도 공사비 부담을 핑계로 지나치던 포스코이앤씨가 여의도에서는 평당 780만원으로 하이엔드 주택이 가능하다고 과장 홍보를 이어가 업계의 눈총을 받았던 것이 사실”이라며 “입찰에 참여하면서 대대적으로 홍보한 ‘780 프로젝트’도 지키지 못하는 마당에, 사업장에서의 공사비는 어떤 핑계를 대며 인상시킬 지 기대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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