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김은자

시인 김은자
시인 김은자

장맛비가 온 동네를 덮었던 날

시나브로 블랙홀을 물고 있었다

생 과 사

그들을 구한 물탱크의 시루섬

춤추듯 출렁이는 범람의 갈림길에서

빗살의 율동 따라 물고기와

온 동네 사람들이 자리를 바꾼 날

떼 지어 차오르는 빗물을 피해

높은 곳 물통 위로 대피를 했다

콩으로 나물을 만들었던 시루

물을 먹으며 점점 몸이 불어

싹이 돋고 뿌리가 돋아

시루안의 콩끼리 빽빽하다

꽁꽁 팔꿈치를 서로 붙잡고

생수의 통로에서

오체투지로 물을 밀어 올려서

노랗게 솟아오른 시루섬

 

저작권자 © 뉴스티앤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