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복 극작가, 칼럼니스트 / 뉴스티앤티
김용복 극작가, 칼럼니스트 / 뉴스티앤티

사랑하는 이를 위해서라면 생명까지도 바쳐야 진정한 사랑인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행복하고 매일매일의 삶이 즐겁고 활기가 넘칠까?

내가 그렇게 사랑했던 아내 오성자를 하나님께서 2년 전에 데려가셨다.

사랑하고 싶어도 사랑할 대상이 없다. 그래서 갈마동 3단지 내에 있는 우마장 어린이 놀이터나, 1단지 내에 있는 한마음 동산 어린이 놀이터 빈 의자에 앉아 하늘에 뜬 뭉게구름을 벗 삼아 우두커니 앉아있는 게 버릇처럼 돼 있다.

이곳에 앉아있노라면 버려진 길고양이를 제 가족처럼 돌보시는 아주머니도 있고, 손녀딸 또래의 아가씨도 있다. 이들의 착한 마음씨를 보고 있노라면 나도 그렇게 착한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곳에 있는 화장실은 언제나 보아도 깨끗하고 버려진 담배꽁초나 휴지도 없다. 새벽마다 비닐봉투를 들고나와 오물을 줍는 주민이 있고, 이곳을 청소하는 담당자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담당자의 일하는 모습이 그렇게 성실할 수가 없다. 마스크를 쓰고 모자를 썼기에 얼굴은 모른다. 그래도 성실하게 일하는 모습은 눈에 들어 온다.

그래서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며 사랑하는 말을 보냈다. 

"함께 점심식사나 하자”고. 

바빠서 고맙지만 시간이 없다고 했다. 사랑하고 싶은 사람이다. 

 

옛날이야기 하고 가자. 

아내를 목숨보다 더 사랑했던 페르시아 왕에게 포로로 잡혀온 왕자에 대한 이야기다. 

옛날 페르시아의 고레스(Cyrus)라는 왕이 전쟁에 승리하여 적 국가의 왕자와 그 부인과 아이들을 인질로 생포해 왔다. 그래서 페르시아 왕은 그들을 죽이기 전에 질문을 했다.

“만일에 내가 왕자인 당신을 살려주면 어떻게 하겠느냐?” 왕자는 신중히 대답했다. “내가 가진 재산의 절반을 주겠습니다.”

페르시아 왕은 다시 물었다. “당신의 아이들을 놓아주면 어떻게 하겠느냐?” 왕자는 간절한 마음으로 대답했다. “재산 전부를 드리겠습니다.”

페르시아의 왕은 진지하게 물었다. “그러면 당신의 부인을 놓아주면 어떻게 하겠느냐?” 왕자는 즉시 대답했다. "내 생명을 드리겠습니다." 고레스 왕은 깜짝 놀라서 어떻게 이런 아름다운 사랑을 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말인가? 하고 감동이 되어 그들을 다 풀어 주어 다시 자기 나라로 돌아가게 해주었다.

자신의 나라로 살아 돌아온 왕자는 너무나 기뻐서 잔치를 열었다. 왕자는 사랑하는 아내에게 말했다. “비록 고레스 왕이 적국의 왕이지만 참 훌륭한 분이었습니다. 내가 보니 정말 잘생긴 미남이고 의젓하고 늠름하고, 장수답고, 사나이답더군요. 당신은 어떻게 생각해요?”

아내는 왕자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저는 그 사람의 얼굴을 자세히 보지 않았습니다. 오직 저는 나를 위해서 대신 죽겠다고 늠름하게 말하는 한 남자의 얼굴만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나는 당신의 얼굴을 바라보는 동안에 다른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바치겠다는 것. 

지금 나에게 사랑하는 사람이 생긴다면 목숨까지도 아깝지 않게 바칠 것이다. 

짝을 잃고 혼자 산다는 것이 그렇게 힘이 들기 때문이다. 

 

아내 오성자를 위문 오신 김진태의원 부부 / 김용복 제공
아내 오성자를 위문 오신 김진태의원 부부 / 김용복 제공

무엇이 아까우랴. 사랑하는 사람인데. 

아내의 존경을 받는 남편은 그 아내로부터 남편 얼굴만 바라보게 할 것이다. 

목숨을 바쳐 사랑하고 싶은 여인, 그래서 내 얼굴만 바라보겠다고 하는 여인, 그런 여인이 어디엔가는 꼭 있을 것이다.

희망을 갖고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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