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숙 / 도윤이 나윤이 할머니
김명숙 / 도윤이 나윤이 할머니

'자식 자랑은 팔불출이나 하는 거'라고 놀리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엔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시대가 바뀐 요즘은 우선순위 자랑이 애완동물 자랑이요, 자식 자랑이나 배우자 자랑은 그 다음으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나는 팔불출 소리는 듣고 싶지 않다. 그래서 손자, 손녀 자랑을 하려고 한다. 내 나이에 손자, 손녀를 얻었다는 것은 하나님의 축복이 임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처음엔 손자 이야기를 꺼내는 게 남세스럽고, 늙은이 냄새가 나는 것 같아서 꺼림칙한 기분이 들긴 했다. 하지만 이야기하고 싶은 걸 어떻게 입을 봉하고 있느냐는 생각이 들면서 용기를 냈다.

 

나에게는 사랑스러운 손자 손녀가 있다. 내 나이 56세에 네 살 박이 도윤이와 세 살 박이 나윤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는 말이 거짓말이 아닌 듯 싶었다. 두 아이들은 자주 내 눈에 들락거린다. 무슨 말인가? 내 앞에서 자주 논다는 말이다.

 

사람들은 그런다.

“아들, 딸이라고 해도 믿겠다”라고.

그 말이 중년으로 접어드는 나에게는 위로의 말로 들려진다. 아직 젊다는 말로 들려지기 때문이다. 27살에 결혼하여 한 살 터울 두 아들을 두고 어찌나 힘들었던지. 그러나 어떻게 키웠는지 기억을 더듬어보면 나에게 주신 선물인 두 아들들을 위해 최선을 다했던 추억이 새롭다.

 

난 고래 할미로 불리운다.

손자 손녀의 마음을 사로잡고 싶어 얘들이 좋아하는 고래를 자주 그렸기 때문이다. 그림을 도윤이에게 주면 도윤이가 무척 좋아라 했다. 오빠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며 나윤이도

“할머니 나도 고래 그려 줘” 한다.

고래를 그려주면 나윤이도 좋아라 오빠 고래와 비교한다. 오빠 고래가 크게 보이면 우는 얼굴로 다가와

“할머니, 다시 그려 줘. 오빠 고래가 더 크쟎아”한다.

나에게는 손재주가 조금 있는듯 하다. 도윤이와 나윤이가 좋아하는 것을 보니 자주 고래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

요즘 우리 주변을 돌아보면 나이 서른이 넘어도 결혼하지 않는다. 내 친구들은 고래 그림을 그리며 행복해하는 나를 부러워들 한다. 그래서 나에게 ‘고래 할미’라는 이름이 그렇게 자랑스러울 수가 없다.

 

세상에는 사랑해야 할 대상들이 우리 주변 곳곳에 널려 있다.

늙은 부부가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미소를 짓는 모습도 사랑으로 보아야 할 모습이며, 우리 갈마아파트 주민들의 단합된 모습도 사랑의 대상이 된다.

손만 잡아줘도 뛸 듯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내 자신이 행복감에 빨려들어가게 된다.

난 감성적이지 못하고 내성에 가까운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나를 아는 사람들은 성격이 차다고 한다.

도윤이 나윤에게는 찬 모습의 할미를 보이고 싶지 않아 늘 따뜻하고 밝은 모습으로 대해준다.

쉰 여섯 살에 손자 손녀들의 재롱을 보는 즐거움, 그것은 즐거움을 넘어 행복감이다.

 

그러나 어쩌지,

얼굴의 주름살 때문에 자꾸 거울을 보게 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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