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주영 / 대전도시과학고 교사, 평론가

장주영 / 대전도시과학고 교사, 평론가
장주영 / 대전도시과학고 교사, 평론가

대전역광장에는 일요일마다 쿵짝쿵짝 음악이 흐른다. 전국 각지에서 고대령을 비롯한 유명 가수들이 이곳에 모인다. 이곳에 찾아오는 이유는 일단 노래를 하기 위함이지만, 정들어 보고 싶은 사람들도 있고, 대전역 광장에서 무언의 가치를 느꼈기에 달려오는 것이다. 그래서 열창을 하고 돌아가는 그들의 발길은 행복하다. 

이 공연의 주동자는 타이틀곡 ‘대전역광장’의 가수 고대령이다. 그의 이름 앞에 대전역 광장이라는 브랜드를 달았고, 인생의 굵은 한 켠도 대전역 광장에서 실제로 보내고 있다. 공연마다 늘 보는 반가운 얼굴도 있고, 새로운 가수들도 섭외하여 즐거움을 선사한다. 2022년 지난 6개월간 평론가 김용복 선생님은 대전역 광장에서 그들과 동고동락하며 언론에 글을 썼다. 이들의 노래에 박수를 쳐주고, 함께 김밥과 빵을 먹으며 정을 쌓고, 그들의 인생살이 대화도 들어주며 힘이 되어 주었다. 선생님 또한 83년간 살아온 응어리진 한과 외로움이 구슬픈 노랫 속에 어루만져졌음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아래 김용복 평론가의 칼럼 제목들을 보자!

6개월간 ‘대전역 광장’을 오가며 가수들에 대해 쓴 사랑이 담긴 평론들이다.

◇대전역 광장의 가수 고대령
◇대전역 광장엔 가수 고대령의 ‘대전역 광장’이 있다.
◇대전역 지킴이 미남 가수 남수봉과 고대령
◇가수 고대령과 함께 대전역 광장에 나타난 미녀 가수 심연녀
◇가수 고대령과 함께 대전역 광장에서 펼쳐지는 가요 퍼레이드
◇대전역 광장에 울려퍼지는 윤영신 가수의 '매일 매일'
◇사랑하고 싶은 여인, 가수 이원조
◇고대령의 대전역 광장에 도취되어
◇수원이 낳은 미모 가수 김나현의 '광교산 연가'
◇대전역 광장엔 대전의 홍보대사 고대령이 있다.
◇대전역 광장에 나타난 트롯트 가수 정지용과 배하나
◇부산이 낳은 가수 박선희의 요염한 자태
◇대전역 광장에 나타난 가수 고대령과 꽃노래 부부
◇도도하고 애간장 녹이는 가수 임보라
◇대전역 광장 지킴이 고대령이 다시 온다.

'대전역광장’의 고대령에 대한 언급을 비롯해, 전혜자, 남수봉, ‘꽃바람인생’의 조용숙, ‘꽃길따라 가시렵니까?’의 박현, ‘반품합니다’를 부른 오지숙, ‘내 인생’, ‘그리운 당신’의 김자운, ‘여주에서 온 그 맹세’의 정길, ‘꽃 편지’의 이원조, ‘축하합니다’의 허진주, ‘퉁소바위연가’를 부른 심연녀, ‘내 인생에 훈장을 달자’의 강선용, 임보라의 ‘애간장’, 윤종남의 ‘유리벽 사랑’, ‘용두산 엘레지’의 정재하, ‘평택에서 오는 당진여자’, ‘종로연가’, ‘우등생’, ‘그냥 갈래요’, 조민서의 ‘참 좋은 세상’, ‘6학년 6반’은 예명이 ‘딸기 아가씨’ 박혜민이 불렀고, 금달래 가수는 ‘황포돛대’, 정재우가수는 ‘당신이 있어서’, 남기백, 아우디, 꽃잎이슬, 손용익, 김진아 ‘시골장터, 사랑의 부산역, 사랑은 왜 하나’, 박선희 가수의 ‘세상만사 난리난리’, ‘내 인생 2022 실버전’, ‘백 갈매기야’ 신선한 ‘내 삶의 무게’, 김나현 ‘광교산 연가’, ‘무섬다리연가’ 정홍기 ‘부산아가씨’, ‘사랑만은 않겠어요’, ‘찔레꽃’ 윤영신 ‘내청춘 매일매일’, 고화영, 임은자... 다녀간 가수들을 일일이 다 거론하기 힘들 정도다.

 

복잡한 역 앞 아스팔트 바닥에서 6시간 이상 지속되는 트로트 공연에 지칠 법도 한데 가수들의 표정은 생글생글 하다. 공연을 보는 관객은 흥에 겨워 박수도 치고, 어깨 춤, 엉덩이 춤도 추고, 스텝도 밟는다. 신이 나서 지폐를 꺼내 가수들에게 주며 응원도 한다. 구수하고 멋진 애절한 음악에 그들의 흘러간 추억이 떠오르는지 눈물을 훔치는 사람들도 있다.

개인의 힘으로 대전역 광장에서 공연을 만들어 내는 고대령 가수. 행사 재료만 해도 부피가 엄청나고 설치와 철수 시간도 만만치 않다. 대전역 광장에 작은 무대를 만들어 주면 어떨까? 삭막한 아트팔트 광장이 '정(情)이 흐르는 예술광장'이 된다면? 일요일 뿐만 아니라 매일, 대전역 광장이 공연하고 싶어하는 에술가들로 붐비는 문화의 공간이 될 수 있다. 

대전역 광장. 대중교통으로 왔건 자가용 주차를 했건 간에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거리. 대전역을 거치며 목적지를 향해 걷는 속력을 내야 하는 광장에서 ‘음악’ 때문에 사람들은 잠시 발걸음을 늦춘다. 보따리를 내려놓고, 트로트를 따라부르며 간이 플라스틱 의자에 잠시 앉았다 가는 이도 있다. 만약, 힘겨운 탑승 동선이 문화와 예술의 거리가 되어 눈과 귀를 호강시키며 즐겁게 걷게 된다면, 잠깐의 힐링이 대전역 아니, 대전 전체의 이미지를 바꿀 수 있다. 대전역에 대한 추억의 색깔을 긍정으로 만들 수 있다. 멋진 노래를 선물로 던짐은 대전역에 추억의 방점을 찍는 것이다.

개인적인 작은 시작이 도시의 큰 일을 이룬 예를 소개한다.

1947년, 영국 한 도시 공터에서 여덟 명이 공연한 일이 있었다. 축제의 정식 큰 무대에 오르지 못한 이들이 축제 주변(fringe)에서 자발적으로 공연하였는데, 오히려 많은 이들에게 노출되면서 주목을 끄는데 성공하였다. 그것이 오늘날 수많은 관광객을 영국 에든버러로 끌어들이는 길거리축제, ‘에든버러 페스티벌 프린지(Edinburgh Festival Fringe)’의 시작이었다. 프린지[fringe]는 변두리, 비주류라는 뜻으로, 무허가로 시작한 거리의 작은 공연이 정식 축제로 확대되어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 1,000여 개의 공연단체들이 200개에 이르는 공연장에서 다양한 공연물을 선보이는 세계 최대의 관광 산업으로 발전하였다.

한가지 실현 가능한 꿈을 꿔본다.

대전역 광장 때문에 대전역에 더 많은 사람들이 내리는 것을 상상해 보자. 대전역광장에 가면 언제든 라이브 공연을 볼 수 있다. 대한민국 중앙이니 전국 어디든 기차만 타면 대전역이 가운데 아닌가? KTX가 너무 빨라 열차 타는 시간이 짧아 싱거우면, 반값인 무궁화호를 타고 칙칙폭폭 낭만을 느끼며 더디오라. 와서 광장에서 한참 앉아 트로트 공연에 흠뻑 빠져 열창도 하고 몸도 흔들자. 그러다 바로 건너편, 없는 것 없이 다 있는 대전 중앙시장, 국제시장을 돌아다니며 구경도 하고, 싸고 맛있는 음식도 실컷 사먹는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역전시장에서 전국에서 가장 저렴한 물가의 장도 보아 양손 가득 들고 간다. 언제든 훌쩍 대전행 열차만 타면, 나를 반기는 대전역 광장의 트로트 공연부터 재래 시장까지 훈훈한 도보 여행이 될 것이라 상상해 본다.

일요일, 심금(心琴)을 울리고, 정이 오가는 대전역 광장 방문을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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