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미경 미화부 반장, "작은 일이라도 맡은바 다하면 그것이 행복한 삶"

대전예술의전당 '공연자 휴게실'에서 만난 미화부원들. (사진 앞줄 왼쪽부터) 백연자, 임경희, 백미경 씨 / 뉴스티앤티
대전예술의전당 '공연자 휴게실'에서 만난 미화부원들. (사진 앞줄 왼쪽부터) 백연자, 임경희, 백미경 씨 / 뉴스티앤티

먹는 음식에 따라 성격이 변화한다는 말이 있다.
듣는 음악에 따라서도 사람의 마음은 변화하지 않을까?
아름다운 클래식이 항상 흐르는 대전예술의전당에는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12명의 환경미화원이 있다.

가장 화려한 곳에서 이름도 조명도 없이 봉사정신 하나로 묵묵히 일하는 이들을 만나봤다.

"저희는 깨끗한 공연장도 공연의 일부라 생각합니다. 방문하는 시민들을 위해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하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음악 소리에 이끌려 내려간 지하에는 개인 연습실과 공연자 휴게실이 있다.
이곳에서 대전예당의 미화부원들을 만났다.

웃음 가득한 그들은 서로 싸 온 간식으로 우애를 다지는 모습을 보이며 "우리가 낮은 곳에서 일하지만, 작은 일이라도 맡은바 최선을 다하면 그것이 행복한 삶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입을 모았다.

근무 중 보람 있는 일에 대해 물었다.

미화부 백연자 씨는 "60대 남자분이 전날 공연장에서 휴대폰을 잃어버렸다며 당황한 얼굴로 이른 아침 찾아왔다. 발을 동동 구르던 그분께 좌석 팔걸이 사이에 끼어 있던 휴대폰을 찾아드렸다. 많이 기뻐하는 모습에 흐믓했다"고 말했다.

또 임경희 씨는 "공연 시작 전 분주한 화장실에서 발자국 등으로 지저분해진 바닥을 구부려 닦고 있을 때였다. 5살쯤 된 여자아이가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갑자기 내게 다가와 입맞춤을 했다. 순간 여러 감정이 몰려왔다. 아마도 그 아이는 화장실을 깨끗하게 만든 나에게 고마움을 느꼈던 모양이다"라며 뭉클한 사연을 소개했다.

대전예당 환경미화부 근무시간은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다.
하지만 공연이 있는 날에는 배수구가 막히거나 음료를 흘리는 등 비상사태를 대비해 공연이 마치는 밤까지 1명씩 미화원이 돌아가며 근무를 서고 있다.

 

대전예술의전당 미화부 반장 백미경 씨 / 뉴스티앤티
대전예술의전당 미화부 반장 백미경 씨 / 뉴스티앤티

청소하면서 힘들었던 일을 미화부 반장 백미경 씨에게 물었다.

항상 1시간 일찍 출근한다는 백미경 씨는 "예술의전당에는 돌계단이 많은데, 누군가 매직으로 낙서를 했다. 아무리 닦아도 지워지지 않아 속상했는데, 동료들과 지혜를 모아 물파스로 해결한 일이 생각난다"고 술회했다.

또 백 반장은 "이 일은 청소년 장난으로 의심된다. 화장실에서 물 묻힌 휴지를 거울에 던져 여기저기 붙여 놓은 적이 있다. 그때 휴지를 떼고 물 자국을 지우느라 애를 먹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또 "누군가 화장실에서 쓰던 싸리 빗자루를 불붙여 태우고 바닥 타일에 그을음을 남긴 일도 있었다“며 화재의 위험성을 환기하며 자제를 당부했다.

시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에 대해 물었다.

그는 "바닥에 껌을 함부로 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더운 날씨에 끈적해진 신발에 묻은 껌은 이곳저곳 자국을 남긴다. 일일이 헤라(칼)로 긁어 떼는데 노동뿐 아니라 시간도 많이 든다"고 말했다.

백 반장은 또한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공원 내 섭취한 음식물과 쓰레기의 바른 처리를 부탁했다.

오케스트라에는 많은 종류의 악기들이 있다.
악기 하나하나가 제 몫을 다하고 어우러질 때 감동의 소리를 선사한다.
대전예술의전당 환경미화부는 오늘도 밝은 미소만큼 아름다운 마음으로 맡은 임무에 충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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