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녹색연합, 동물원 체험 프로그램 모니터링 결과 발표
"오락 위주의 체험프로그램이 아닌 동물에 대한 이해가 먼저"

대전시 소재 동물원에서 관람객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는 체험 프로그램의 관리 상태가 미흡한 것으로 확인돼 먹이주기, 동물 만지기 체험 등 전시동물에 대한 단순한 체험활동 등을 중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6일 대전충남녹색연합에 따르면 지난 5월 29일과 6월 6일 대전아쿠아리움과 대전 오월드를 각각 방문해 모니터링을 진행한 결과 전반적인 동물체험 프로그램 관리가 미흡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전충남녹색연합 관계자는 "오락 위주의 체험프로그램이 아닌 동물에 대한 이해가 먼저"라고 주장하며 "동물체험을 중단하고 현재의 동물원에 대해 지역사회가 관심을 갖고 그 전환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 그 전환은 동물이 생명으로서 존중받고 사람과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방식이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먹이주기 체험이 가능한 아쿠아리움 미니 동물원 / 대전충남녹색연합 제공
먹이주기 체험이 가능한 아쿠아리움 미니 동물원 / 대전충남녹색연합 제공

대전 아쿠아리움의 미니동물원은 먹이주기 체험을 상시 운영한다. 먹이주기 체험은 관리자의 별도 안내 없이 관람객이 먹이를 직접 구입한 뒤 자유롭게 진행된다. 과정에서 안전 등 유의사항이 고지되어야 하지만 안내문구가 적힌 안내판이 전부였다.

 

미어켓 밀웜 먹이주기 체험 / 대전충남녹색연합 제공
미어켓 밀웜 먹이주기 체험 / 대전충남녹색연합 제공

2021년 6월 환경부에서 발표한 ‘동물원 관리 사육 표준 매뉴얼’에 따르면 먹이 체험으로 급여되는 간식을 포함해 동물에게 급여되는 모든 ‘먹이 급여 내역’은 기록 하도록 권고 하고 있다. 하지만 대전 아쿠아리움 체험형 동물원의 먹이체험 프로그램은 무인판매 형식으로 기록 자체가 불가능해 보였다. 또 각 동물 전시장마다 관람객이 먹이를 직접 구입한 뒤 원하는 동물에게 주게 되어있어, 각 종에게 알맞은 급여가 이뤄지는 지도 확인이 불가능한 실태였다.

 

사자 먹이주기 체험으로 팔리고 있는 닭 날개 / 대전충남녹색연합 제공
사자 먹이주기 체험으로 팔리고 있는 닭 날개 / 대전충남녹색연합 제공

맹수관의 먹이주기 체험 프로그램 역시 마찬가지로, 먹이 상태가 좋지 않았다. 동물에게 급여되는 먹이는 위생적으로 보관·준비 되어야 하며 먹이 준비는 분리된 전용 시설에서 마련되는 것이 적절하지만 사자 먹이 체험으로 팔리고 있는 닭날개의 경우 육안으로 보기에도 관리 상태가 좋지 않았다. 또대부분의 동물원이 상근하는 수의사를 배치하고 있지 않아 먹이체험으로 인한 동물의 이상이 발견됐을 때 빠른 조치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미니 돼지 먹이주기 체험으로 팔리고있는 바나나 조각 / 대전충남녹색연합 제공
미니 돼지 먹이주기 체험으로 팔리고있는 바나나 조각 / 대전충남녹색연합 제공

오월드 먹이주기 체험프로그램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동물원 곳곳에 설치된 자판기를 통해 비용을 지불하면 종이컵에 담긴 일정량의 사료를 구입해 관람객이 직접 먹이를 주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오월드 동물원 먹이 자판기 / 대전충남녹색연합 제공
오월드 동물원 먹이 자판기 / 대전충남녹색연합 제공

동물원에 문의한 결과, 동물의 먹이 급여 내역은 사육팀에서 관리하지만 자판기의 경우 운영팀에서 관리해 적절한 먹이 급여에 대한 파악이 불가능한 환경이었다. 자판기로 운영되는 먹이주기 프로그램의 경우도 앞선 대전 아쿠아리움 사례처럼 각 종에게 알맞은 양이 급여되는지 파악하기 힘든 상황이다.

 

철장에 매달려 먹이를 받아먹는 원숭이 / 대전충남녹색연합 제공
철장에 매달려 먹이를 받아먹는 원숭이 / 대전충남녹색연합 제공

원숭이들은 철장에 매달려 관람객에게 먹이를 구걸하는 행동을 보이고 있었다. 이는 자연에서 보이는 원숭이의 행동이 아니라 이상행동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 등을 고려할 때 교육적 효과를 찾기 어려웠고 단순히 동물원의 수익을 위한 프로그램이 아닌지 의문이었다.

 

오락 위주의 체험프로그램이 아닌 동물에 대한 이해가 먼저

대전충남녹색연합 관계자는 "대부분의 동물원에서 먹이주기 체험 동물 체험 프로그램이 교육적 목적으로 실시되고 있지만 이는 중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 행해지고 있는 먹이주기, 동물 만지기 체험 활동은 ‘사람을 위한 오락체험 활동’일 뿐이라는 것.

그는 "관람객의 단순한 즐거움을 위해 동물을 비정상적으로 자극해 오히려 동물에 대한 이해 없이 그저 먹이를 받아먹는 대상으로 전락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청주 동물원에서는 동물들을 위해 단순 먹이주기가 아닌 ‘긍정강화 훈련’ 을 실시한다. 긍정강화 훈련은 동물이 어떠한 행동을 했을 때 칭찬과 보상이 동반되는 훈련이다. 이러한 훈련 과정을 보여주는 체험 활동들이나, 야생으로 다시 방생하는 야생동물들, 구조된 뒤 재활을 마친 독수리 같은 새들의 이동경로를 추적하고 관찰하는 교육이 지금 먹이주기 체험 프로그램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전충남녹색연합 관계자는 지난 12일 대전 유성구 소재 동물원에서 동물 체험 프로그램 도중 다섯 살 아이가 뱀에 물리는 사고가 발생한 것과 관련해 "동물은 사람과 언어소통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이런 체험을 해도 되는지 동물들과 소통하거나 합의할 수 없다"면서 "우리가 ‘사고’라고 부르는 동물들의 어떤 행동은 사실 말하지 못하는 동물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환경과 자유’를 누리지 못해 표현되는, 그들의 외침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람 위주의 오락 기능만을 가지고 있는 현재의 동물원에 대해 지역사회가 관심을 갖고 그 전환에 대해 논의되어야 한다"면서 "그 전환은 동물이 생명으로서 존중받고 사람과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방식이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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