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희 / 대전광역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

박성희 / 대전광역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
박성희 / 대전광역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

최근 10년 간 아동학대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국내 아동보호체계는 빠르게 발전해왔다. 2013년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대한 특례법’ 제정은 아동학대 행위자에 대한 처벌과 피해아동 보호체계를 강화하였고, 2019년 포용국가 아동정책은 아동학대에 대한 국가의 공적 책임을 강조하였다.   

그러나 앞선 여러 제도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내 아동학대는 여전히 심각하다. 보건복지부(2021)에서 발표한 ‘2020년 아동학대 주요 통계에 따르면, 아동학대 사례건수는 30,905건으로 전년 대비 2.9% 증가하였으며, 아동학대 사망 건수도 43명으로, 전년 대비 약 2% 증가하였다. 특히 제도권 내로 들어온 피해아동이 재학대에 노출되는 건수 또한 2020년 3,671건으로 전년 대비 약 7% 증가하였다(보건복지부, 2021) 제도의 개선에도 나아지지 않는다. 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제도가 개선되어도, 실행할 사람이 없다. 

국내 아동보호체계는 죽은 아이들의 피로 세워졌다는 표현이 있을 만큼, 매년 아동이 사망할 때마다 의회와 정부는 아동학대 관련 정책을 거듭하여 내놓았다. 특히 정부와 의회는 제도권 내로 들어온 아동들의 사망에 대해서는 강한 책임을 통감하며 학대로 신고 된 아이들에 대한 관리 절차를 강화하는 개정안을 매년 내놓고 있는데, 문제는 이러한 정책들이 인력과 예산이 충원되지 않은 채로 업무로만 과중되어 현장에서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미국아동복지연맹(Hughes & Lays, 2012)에서 권장하는 미국의 CPS 체계 내 사회복지사들의 사례 케이스 수는 최대 15건이며, 1인이 17가정(집중사례 최대 6가정)을 넘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들은 평균 사례 수는 40-50 가정으로 미국 권고 기준의 약 3배이며, 월평균 근무시간 평균 221시간(법정 근로시간 174시간)으로 47시간을 초과 근로하며 현장을 지키고 있다(심의선·최정민, 2019). 하지만 상담원들의 보수는 사회복지시설 인건비 가이드라인에도 미치지 못하며, 인건비 내 호봉, 경력은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이세원, 2021). 이로 인해 임금의 부족분은 위탁 법인 내에서 충당하고 있는데, 이는 법인에 따라 처우가 달라지는 형평성의 문제로 이어진다. 

이러한 환경에서 2020년 전국 평균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 이직률은 34.4%로 매년 아동보호전문기관 직원 3명 중 1명이 퇴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아동권리보장원, 2021). 그 마저도 있는 상담원들의 평균 근속 연수는 3.4년에 불과하다(아동권리보장원, 2021). 

아동보호전문기관과 인력의 확충, 그리고 종사자에 대한 처우개선이 먼저다.

이처럼 국내 아동보호체계는 국가의 책임을 표방하고 있지만, 현실은 상담원 개인의 희생 없이는 운영되지 못한다. 아동학대는 아동기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나아가 아동의 전 일생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크며, 국가는 이에 대한 책임 있는 개입이 필요하다. 현 아동보호체계 내 국가의 책임 실현을 위해서는 다음 2가지의 실현이 무엇보다도 시급하다.

첫째,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 아동복지법 제45조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을 시·도 및 시·군·구에 1개소 이상 설치하도록 되어 있으나, 현재 전국의 아동보호전문기관 수는 75개소로 전국 243개 시·군·구의 30%수준에 그친다. 이로 인해 상담원들은 선진국 권고 수준의 3~4배의 사례 수를 감당하고 있다. 정부와 각 지자체는 시급히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신설 계획과 각 상담원 별 적정 사례 수 가이드라인을 신설하고 이를 지킬 수 있는 예산안을 확보해야 한다.

둘째,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의 근무여건을 개선해야 한다.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의 업무는 복잡해지고 다양해졌음에도 열악한 근무 환경이 지속됨에 따라 매년 많은 상담원들이 현장을 떠나고 있으며, 남은 상담원들의 근속 연수도 전문성을 키우기엔 역부족이다. 그러나 최근 아동예산이 일반회계로 전환되었음에도 아동보호전문기관 종사자의 임금 개편은 논의조차 되지 못한다. 보수는 인력의 처우 개선과 전문성을 향상하는 가장 확실한 전략이다. 정부는 인건비 책정 시 호봉과 경력을 반영하도록 하여야 하며 사회복지시설 인건비 가이드라인을 준용할 수 있도록 인건비 단가를 현실화해야 한다. 

제도를 통해 아동들이 실질적으로 보호받기 위해서는 제도를 실현하는 환경이 구축되어야 가능할 것이다. 정부가 아동보호의 국가적 책임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이를 실현하는 환경과 사람들에 대한 투자를 적극적으로 실시하여 아동이 진정으로 보호되는 아동보호체계의 실현을 이루기를 기대한다.

 

저작권자 © 뉴스티앤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