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설 - 문선정 시인

시의 사계

날아라 버스야 / 정현종

내가 타고 다니는 버스에
꽃다발을 든 사람이 무려 두 사람이나 있다!
하나는 장미– 여자
하나는 국화– 남자
버스야 아무데로나 가거라,
꽃다발을 든 사람이 두 사람이나 된다.
그러니 아무데로나 가거라.
옳지 이륙을 하는 구나!
날아라 버스야,
이륙을 하여 고도를 높여가는
차체의 이 가벼움을 보아라.
날아라 버스야!

 

문선정 시인
문선정 시인

[시 평설 - 문선정] 평범한 일상에서 만난 꽃다발의 의미가 감칠맛 난다. 차체를 들어 올리고 지구를 날아다니는 마음의 힘은 꽃으로부터 발산된다. 이륙을 하여 고도를 높여 더 높이 더 멀리 날아오르는 상상력은 무궁한 시의 힘이다. 

일본 여행 중 기차여행을 한 적이 있다. 두 남녀가 바로 앞에 앉아 삐져나오려는 웃음을 입안 가득 물고 수줍음을 주고받는 모습이었는데 “기차야 아무도 내려주지 말고 저 두 사람과 함께라면 어디라도 좋다” 생각해보니 그순간 나는 차체의 가벼움을 경험한 것이다. 사랑에 물들어 볼이 발그레한 여자와 깃털 같은 눈빛으로 그녀의 전부를 더듬는 남자는 한 묶음의 “사람꽃”이었다. 

눈코입이 뭉개진 마스크의 얼굴로 은둔자의 시절을 보내는 요즘. 소통이 불통이 된 지 오래여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불안의 계절을 몇 장 째 넘기고 있는 건지. 그럼에도 사랑을 백신으로 무장한 사람들은 뿌연 안개 속에서도 숨이 꺾이지 않고 매 순간 꽃으로 반짝거린다. 지구의 맥박을 뛰게 하는 사람꽃.
 
출렁이고 싶은 가벼움을 데리고  
“날아라 버스야, 이륙을 하여 고도를 높여 차체의 이 가벼움을 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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