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범덕 청주시장 / 청주시 제공
한범덕 청주시장 / 청주시 제공

다사다난했다는 말을 습관처럼 달고 살지만 올해만큼 그 말이 어울리는 때가 또 있었을까요?

각자의 자리에서 함께 우리는 많은 일을 겪어내고 또 이겨내 왔습니다.

사랑하는 청주시민 여러분!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올 한해 여러분이 겪었을 그 많은 수고와 아픔을 기억하겠습니다.

조그만 얼굴을 마스크로 뒤덮었을 우리 아이들의 답답함을, 생업의 현장에서 분투하신 모든 노동자의 땀방울을, 어느 해보다 더 시린 마음의 겨울을 견디고 계신 온정이 필요한 이웃들의 한숨과 눈물을, 어린 자식까지 쓰러지게 할 수 없어 겨우겨우 버티고 서 계실 자영업자, 소상공인 여러분의 앙다문 입을, 모두 가슴에 담고 잊지 않겠습니다.

한 해 동안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저무는 해의 마지막 날을 보낸다고 해도 내일 당장 다른 날이 찾아오진 않을 겁니다.

새해에도 당분간은 지금과 같은 시련을 함께 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품을 수 있는 이유는, 함께 버텨온 시간 속에서 우리가 이 바이러스에 맞서 싸우는 방법을 알아냈기 때문일 것입니다.

방법은 간단했습니다.

첫째, 마스크를 쓸 것, 둘째, 서로 간에 거리를 둘 것, 셋째, 손을 자주 씻고 환기를 잘할 것.

하지만 가장 어려운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이 세 가지를 모두가 함께 할 것”

지켜야 할 것들이 너무 쉬운 것들이라서, 금방 지나갈 것 같아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모두가 함께 한다”는 것은 정말로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 어려운 일을 지금껏 잘 해왔습니다.

전 세계 어느 나라 국민도 우리만큼 위생수칙 준수에 협조적이지 않았습니다.

다시 한번 우리 안의 위대함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완벽할 수는 없었습니다.

때론 지치기도 했을 테고, 순간의 방심도 있었을 테지요.

그리고 그 작은 구멍들을 메우는 건 행정의 역할이었습니다.

봄꽃 개화기, 국회의원 총선거, 광복절 연휴와 추석, 대학수학능력시험, 성탄절에 지금 연말연시까지. 청주시는 매번의 위기의 순간마다 총력으로 대응해왔습니다.

감염경로 추적과 이동 동선의 역학조사, 숨은 밀접접촉자를 찾기 위한 행정력의 총동원, 취약계층, 자영업자,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은 물론이고 재난지원금, 우리마을 뉴딜사업 등을 통해 지역경제를 지켜내는 일까지, 방역과 민생의 빈틈을 바이러스로부터 막아내기 위해 모든 직원이 밤낮없이 뛰었습니다.

시민 여러분의 희생과 헌신을 잘 알기에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시민과 저희가 함께 한 그 과정만큼은 놀랍도록 눈부셨습니다.

 

한편 우리는 이번 일을 통해 다시 배워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숨 쉬듯 당연하게 여겨서 미처 모르고 지내 온 소중한 가치에 대해서 무심하지 않아야 합니다.

첫 번째는 관계의 소중함입니다.

얼굴 맞대고 부딪치고 교통하는 것이 우리 경제, 사회, 문화의 모든 시스템의 근본이었다는 것을 늦게나마 깨달았습니다.

바이러스 사태는 보건 위기와 동시에 관계의 위기를 불렀습니다.

떨어져 있을 때도 마음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대면을 넘어 관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습니다.

두 번째는 공직의 무게입니다.

올해 내내 시민 여러분께서는 행정에 더 많은 역할을 요구하고 주문하셨습니다.

초유의 위기로부터 구원해달라는 간절한 요청이었습니다.

그래서 청주시는 시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청주시의 시정목표를 다시 한번 생각했습니다.

안전에 관한 한 작은 사업도 허투루 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거기서 멈출 수는 없었습니다.

오늘의 해야 할 일을 마땅히 해내면서 한편으로는 미래에 대한 준비도 빈틈없이 해야 했습니다.

올해 청주시는 바이러스와의 사투 가운데서도 제법 많은 성과를 냈습니다.

가장 작은 입자를 통해 커다란 내일을 보여줄 다목적 방사광가속기를 오창에 유치했고 바이오 산업의 미래가 될 오송의 3산단은 예비타당성조사 통과로 눈부시게 빛날 준비를 마쳤습니다.

청주형 시내버스 준공영제의 도입, 문화도시 조성 사업과 국제설계공모를 통해 청주시청사 설계안을 확정한 것도 뜻깊은 보람이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안심도시를 만들기 위한 크고 작은 사업들도 차질없이 진행 중입니다.

올해 우리는 안전 분야에서 1개의 대통령 표창과 3개의 장관 표창을 수상했습니다.

그 중에는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좋은 평가도 함께 있습니다.

내년에도 우리는, 청주에 사는 모두의 관계가 따뜻하고 풍요로울 수 있도록 아낌없는 지원을 하겠습니다.

시민 여러분의 헌신이 헛되지 않도록 우리의 할 일을 빠트리지 않고 하겠습니다.

“바람은 언제나 당신의 등 뒤에서 불고, 당신의 얼굴에는 항상 따사로운 햇살이 비추기를 앞으로 겪을 가장 슬픈 날이 지금까지 겪은 가장 행복한 날보다 더 나은 날이기를”

어딘가에서 이 글을 읽고 있을 청주시민 모두에게 켈트족의 기도문으로 올해의 마지막 인사를 대신합니다.

다시 한번, 올 한 해 노고에 감사드리며, 새해에도 항상 건강하시기를, 모든 것이 당신의 편이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2020년 마지막 날

청주시장 한 범 덕

저작권자 © 뉴스티앤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