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작이라고 해도 그렇지. 갑자기 이렇게 훌쩍 오르는 게 말이 돼. 이렇게 비싼 배추를 누가 사겠어"

주부 김모(47)씨는 지난 주말 집 근처 마트로 배추를 사러 갔다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지난달 초 김치를 담글 때만 해도 포기당 2천원을 조금 넘던 배춧값이 8천600원까지 치솟았기 때문이다.

깨끗하게 정리해 랩으로 포장한 것이라 비싸겠거니 하고 망에 담긴 배추를 살폈지만 이 역시 포기당 7천원을 넘었다.
 

김씨는 "비 때문에 많이 올랐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이렇게까지 올랐을 줄은 몰랐다"며 "당분간 배추 살 생각은 하지 말아야겠다"고 말했다.

청주 상당구의 한 칼국수 전문점은 손님 식탁에 배추 겉절이를 올리고 있지만 넉넉한 인심을 담아 접시 한가득 수북히 내놨던 지난달과 달리 서너 번 젓가락이 가고 나면 바닥이 보일 정도로 양이 줄었다.

식당 주인은 "매일 배추 3포기씩 겉절이를 담는데 금세 바닥날 것 같아 마음을 졸인다"며 "손님들이 배추 비싼 걸 아시는지 더 달라고 요구하지 않는 게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강원도의 고랭지의 수확량이 줄어들면서 배춧값이 금값이 됐다. 재배면적이 줄어든 데다가 비 때문에 속이 곯아 생산량이 급감한 탓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28일 기준 배추(상품) 1포기는 평균 6천768원에 거래되고 있다. 싼 곳은 5천490원이지만 비싼 곳은 8천원이나 된다.

평균 가격을 기준으로 할 때 장마가 시작되기 전인 지난달 3일(2천500원)에 비해 포기당 170%나 오른 것이다.

가뭄 속에 가격이 서서히 오르다가 장마가 이어진 7월 26일 포기당 평균 가격이 5천55원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 18일 6천24원으로 인상됐다.

6천원대를 넘어선 배춧값은 지난 28일 6천768원에 거래되는 등 불과 열흘 만에 12.4%(744원)나 올랐다.

고랭지 배추 가격이 이렇게 오르면서 식탁의 단골 메뉴인 김치는 '금치'가 된 지 오래다.

배추김치 담그는 데 들어가는 갓도 지난달 초 ㎏당 3천400원에서 지난 28일 4천500원으로 28.5%(1천원) 올랐고 무 가격도 같은 기간 개당 1천786원에서 2천925원으로 63.8%(1천139원) 인상됐다.
 

김치나 겉절이를 담그는 데 들어가는 건고추(햇산 화건)도 600g을 기준으로 할 때 1년 전 1만2천원에서 1만4천원으로 가격이 16.6%나 오르는 등 장바구니 물가를 가중하고 있다.

'청결고추'로 유명한 충북 괴산에서도 세척 건고추 600g이 작년에는 다른 지역보다 비교적 저렴한 8천원에 판매됐으나 올해는 50%(4천원) 오른 1만2천원으로 책정됐다. 꼭지를 제거해 세척한 건고추 가격은 40%(4천원) 오른 1만4천원으로 결정했다.

괴산 지역의 고추생산자협의회 관계자는 "올해는 가뭄에 이은 궂은 날씨로 고추 생산량이 10% 이상 줄었다"며 "작황이 나쁜 사정을 고려해 가격을 정했다"고 말했다.

깐마늘 1㎏은 지난달 초에 비해 89원 오른 9천449원에 거래되고 있고 양파 1㎏은 176원 오른 2천65원, 생강 1㎏은 26원 인상된 6천925원에 판매되고 있다.

청주 흥덕구의 보리밥집 주인은 "배추 겉절이나 무 생채, 오이소박이, 호박 볶음은 기본 반찬인데, 채소 구입비가 한 달 전에 비해 족히 두 배는 넘는 것 같다"며 "채솟값이 떨어지지 않으면 식당 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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