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전테라스앤139 시행사, 25일 교보생명 회장 자택·신탁사 앞서 '상여소리' 집회
시행사 측 "13일 폭행 구속·20일 임차인 자살 시도…죽어가는 정의 보여주려 상복 입어"

25일 서울 강남구 교보자산신탁 본사 앞에서 시위자가 "교보 신뢰의 무게를 잊지 마라"고 적힌 영정틀을 들고 서 있다. 옆에 놓인 피켓에는 용역 동원 사태에 대한 교보 측의 책임을 묻는 강력한 문구들이 적혀 있다. / 뉴스티앤티
25일 서울 강남구 교보자산신탁 본사 앞에서 시위자가 "교보 신뢰의 무게를 잊지 마라"고 적힌 영정틀을 들고 서 있다. 옆에 놓인 피켓에는 용역 동원 사태에 대한 교보 측의 책임을 묻는 강력한 문구들이 적혀 있다. / 뉴스티앤티

가을비가 내리는 25일 아침, 서울 강남 교보자산신탁 본사와 성북동 교보생명 신창재 회장 자택 앞에 구슬픈 상여소리가 울려 퍼졌다.

경기 용인시 '죽전테라스앤139' 사업의 시행사(보정PJT) 임직원들이 흰 상복을 입고 거리에 나선 것이다. 이들은 빗속에서 '죽어버린 상식과 정의'를 애도하는 퍼포먼스를 벌이며, 사태 해결을 위한 교보 그룹 차원의 결단을 촉구했다.

영정 속에 담긴 건 '사람' 아닌 '신의'

이날 시위 현장에는 작은 앉은뱅이 책상 위로 영정틀이 세워졌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것은 고인의 사진이 아니었다.

영정에는 "교보는 책임보다 침묵을 선택했다", "교보, 신의의 무게를 잊지 말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고, 그 아래에는 흰 국화꽃이 놓였다.

상복을 입은 보정PJT 관계자는 "현장에서는 물리적 충돌과 점유 갈등이 심화하고 있는데도, 교보 측은 명확한 설명 없이 침묵하고 있다"며 "이제는 상복이라도 입고 죽어가는 상식과 정의를 보여줄 수밖에 없는 심정"이라고 시위 배경을 밝혔다.

시행사 "폭행·구속 이어 자살 시도까지" 주장

이처럼 시위의 수위가 '상복 투쟁'으로까지 격앙된 배경에는 최근 연이어 발생한 사건들이 자리하고 있다.

시행사 측 주장에 따르면, 지난 13일 단지 내 유치권 행사 세대에서 용역 인력이 진입해 공사업체 직원을 집단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해 용역 2명이 경찰에 구속됐다.

이어 6일 뒤인 지난 20일에는 용역들이 임차인의 짐을 강제로 철거하는 과정에서, 충격을 받은 임차인 S씨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해 병원으로 이송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고 시행사 측은 전했다. S씨가 남긴 손피켓에는 "합법적 유치권자를 왜 집단폭행했나"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위 참가자들은 "임차인이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신탁사는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지 않는다"며 성토했다.

시민단체 가세…"10억 자금 출처 밝혀야"

사태가 장기화하자 시민단체들도 가세했다. 국민연대와 행·의정감시네트워크중앙회 등은 전날인 24일 교보자산신탁 본사와 광화문 교보생명 본사 앞에서 연달아 규탄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이번 사태에 대해 "단순한 시행사와 신탁사의 갈등을 넘어, 기획·자금·지휘에 대한 개입 의혹을 규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논란의 핵심인 '자금 출처'에 대해 강도 높은 수사를 촉구했다.

국민연대 관계자는 "시행사와 수분양자의 재산인 '신탁계정'에서 약 10억 원이 용역비로 지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며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신탁법 위반 및 업무상 배임에 해당할 수 있는 만큼, 자금 집행 내역이 투명하게 밝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보정PJT 측은 ▲준공 지연에 따른 피해 보상 ▲하자 보수 이행 ▲현장 용역 철수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교보자산신탁 측은 앞서 본지의 질의에 대해 "시행사의 불법 점유가 문제의 본질"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다만 최근 발생한 폭행 구속 사태와 자금 유용 의혹에 대해서는 25일 현재까지 구체적인 추가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비 내리는 거리 위로 상여소리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이번 사태는 부동산 분쟁을 넘어 기업의 사회적 책임 논란으로 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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