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마감재 기준 삭제' 무리수에 조합원 분노
'압구정2구역'과 동일 조항 못맞추겠다 ‘어깃장’
조합원 ‘명백한 차별’에 분노, 비대위 맹목적 현대 비호 ‘눈살’

현대건설이 서울 강북권 최대 재개발 사업지로 주목받는 성수전략정비구역 1지구(이하 ‘성수1지구’)에서 조합원들의 자산가치와 직결된 '마감재 최소 기준 삭제'까지 요구하면서 갑질 논란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현대건설은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와 손을 잡고 기존 조합 집행부와 힘겨루기를 하며 의도적으로 사업을 지연시키는 등 사업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대건설이 조합의 공식 입찰 절차를 무시하며 입찰 조건 변경을 요구하고 비대위와 손잡고 조합 흔들기에 나서는 등의 폭압적 행보가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경고를 보내고 있다.
◆현대건설, 연이은 입찰지침 변경요구에 조합원들 “오만하다” 반발
최근 성수1지구 조합은 수의계약이 아닌 '경쟁입찰'이라는 대의를 이어가기 위해 과거 대의원회에서 '부결'되었던 안건까지 수용하며 재입찰의 판을 열었다. 조합이 유찰을 막고 공정한 경쟁 구도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또 다시 현대건설과 현대산업개발은 GS건설과 더불어 건설 3사가 모인 간담회에서 조합의 공식 회의록 서명조차 거부하며 절차를 무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현대건설은 지난 13일 '추가 공문'을 통해 조합이 이미 수용한 안건 외에 '책임준공' 조항의 추가 완화는 물론 '마감재 기준 삭제'까지 요구했다. 정비업계에서는 이러한 현대건설의 행동이 전형적인 ‘내로남불’이자 ‘자가당착’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현대건설은 다른 현장에서 책임준공을 받아들이고 오히려 경쟁사를 향한 네거티브 홍보 수단으로 활용까지 한 바가 있다.
연초 현대건설은 삼성물산과 시공권을 놓고 경쟁한 ‘한남4구역’에서 삼성물산은 책임준공확약서 대신 공사이행확약서를 제출한 반면, 현대건설은 한남4구역 조합이 강제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책임준공확약서를 제출 후 확약서를 제출하지 않은 삼성물산을 맹비난했다.
압구정2구역에서는 성수1지구와 마찬가지로 금융조건 제한 등의 내용이 있었지만, 이에 보이콧하고 발을 뺀 삼성물산과 달리 현대건설은 군말 없이 입찰해 우선협상자 지위를 확보했다.
그럼에도 현대건설은 지난 8월 성수1지구에는 이한우 대표 명의의 공문을 보내 책임준공 의무 강제는 독소조항이라며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현대건설은 공문에서 "과도한 책임준공 의무 강제 등 해당 지침 내용들은 타 구역 입찰지침에는 전혀 없는 조항들"이라며 "독소 조항들로 경쟁사 대비 압도적인 사업제안을 준비하던 당사로서는 매우 당혹스러운 실정이다"고 강조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다는 식으로 조합을 가르치고 이기려 드는 현대건설의 오만한 행보가 머잖아 부메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압구정2구역'과 같은 조항, 성수1에선 거부
무엇보다 성수1지구 조합원들의 공분을 더욱 키우고 있는 것은 현대건설이 추가 공문에서 문제 삼은 4번 항목이다. 현대건설은 조합이 요구한 ‘마감재 상위 스펙 제시 의무’에 대해 해당 조항을 삭제하고 조정을 할 수 있도록 요구했다.
하지만 조합원들은 해당 항목의 경우 현대건설이 이미 입찰에 참여한 압구정 2구역의 지침서 기준과 동일 조항이라는 주장이다.
현대건설이 성수1지구 조합에는 마감재 입찰 지침을 변경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정작 현대건설이 수주한 압구정2구역은 동일한 조항인데도 별다른 불만을 제시하지 않았다.
한 조합원은 "압구정 2구역에서는 문제 삼지 않던 조항을 성수1지구에서만 문제 삼는 것은, 조합이 제시한 최소한의 마감재 가이드라인조차 지키지 않겠다는 의도가 아니냐"며 "시공사가 마음대로 기준을 제시하면 향후 공사비를 어떻게 비교할 수 있겠냐"고 토로했다.
◆”마감재 변경한다”고 조합장 해임 추진하는 비대위, 현대건설 마감재 최소 기준 삭제에는 ‘침묵’
특히 과거 '마감재' 문제로 조합장을 고소까지 했던 비대위가 정작 자신들이 비호하는 현대건설의 '마감재 기준 삭제' 요구에는 침묵으로 일관해 빈축을 사고 있다.
이에 대해 비대위는 “오히려 마감재를 한정하기보다 자유로운 대안 특화를 할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이에 대해 익명의 한 조합원은 “조합이 상위 스펙으로 변경이 가능하다고 하는데 굳이 조항을 삭제해 달라는 것은 하위 스펙으로 가고 싶다는 뜻 아니냐”며 “비대위 논리가 옹색하다”고 말했다.

현대건설과 손을 잡고 사업을 흔들고 있는 비대위의 이중적인 행태에 조합원들의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태를 관망하던 중도 성향의 조합원들마저도 '추가적인 사업지연을 야기한다면 현대건설의 입찰 참여를 원치 않다'며 등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비대위는 '회의록 서명'을 거부한 현대건설의 행태를 두둔하고 있다. 반면 조합의 공식 절차에 성실히 임해 서명한 GS건설을 향해 "조합이 GS건설과 수의계약을 유도하고 있다"는 식의 황당한 주장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조합 관계자는 “조합원의 이득과는 정반대로 조합의 절차를 무시한 특정 건설사를 옹호하기 위해 다른 경쟁사를 비방하는 비대위의 행태의 저의가 의심스럽다”면서 “이들의 진정한 목적이 사업을 진행하려는 것인지 망치려는 것인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비대위는 재입찰공고 전에 조합원들에게 성동구청, 서울시 등에 수십건의 민원을 넣도록 유도해 뭇매를 맞고 있다. 비대위는 성동구청에 민원을 넣는 방법을 게시글로 올려 집단 민원을 유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대위는 성동구청에서 받은 공문을 근거로 조합에 입찰지침서안을 조합원에게 공람하고 주민설명회를 통해 조합원들의 요구사항 수렴하는 절차를 진행할 것 요구했다. 결국 성동구청은 비대위의 과다 민원으로 업무에 지장을 받았다.
그간 비대위는 정비사업과 관련해 수백건의 민원을 넣었지만 서울시 실태조사 결과 '조합 운영 특이사항 없음'으로 결론 난 바 있다.
업계에서는 비대위의 무리한 요구로 입찰지침서가 사전 공람될 경우, 정비사업 사상 최초로 보안 문서가 공개되는 나쁜 선례를 만들 뿐만 아니라 성수1지구를 포함한 여러 정비구역에서 사업지연 요소로 자리 잡을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한편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비대위의 '조합 흠집내기'와 현대건설의 압구정2구역과 차별이 사업 지연을 위한 의도적인 행위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결국 이러한 사업 지연 행위를 위한 비대위의 활동이 계속될 경우, 경쟁력 있는 건설사들이 참여를 꺼려 결국 사업 조건 악화와 조합원 분담금 상승이라는 최악의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조합 측은 “비대위의 계속되는 사업 방해와 특정 건설사의 무리한 요구에도 굴하지 않을 것”이라며 “조합원들의 염원대로 사업을 신속히 진행하기 위해 남은 입찰 절차를 원칙대로 완수하겠다”고 강한 의지를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