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비서울 격차 32배 '역대 최대'…정책 조합 다시 점검 필요

서울과 비서울의 아파트 청약 경쟁률 격차가 올해 32배까지 벌어지며 통계 집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서울에 수요가 과도하게 쏠리는 현상이 계속되는 가운데, 국토교통부 주거실태조사를 살펴보면 이번 양극화가 청년·신혼에게 가장 큰 부담으로 돌아가고, 고령층은 오히려 주거 안정성이 강화되는 상반된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올해 1∼10월 서울 1순위 평균 청약 경쟁률은 136.0대 1이다. 같은 기간 비서울은 4.2대 1로, 서울이 비서울보다 32.4배 높다. 2019년까지 3배 미만이었던 격차는 최근 들어 가파르게 확대돼 올해 처음으로 30배선을 넘어섰다.
서울 청약 경쟁률은 팬데믹 이후 잠시 10대 1 수준까지 떨어졌지만, 3년 연속 상승하며 다시 과열 구간으로 진입했다. 성수동 '오티에르포레'(688.1대 1), 잠실 '르엘'(631.6대 1) 등 주요 단지가 모두 세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했다. 반대로 경기·인천에서는 올해 세 자릿수 경쟁 단지가 단 한 곳도 나오지 않았다.
공급 상황은 더 큰 간극을 만든다. 올해 서울 일반공급은 1천670가구로 전국에서 가장 적지만, 1순위 청약자는 22만7천155명으로 가장 많았다. 서울 정비사업 중심의 제한적 공급이 희소성을 키우고, 희소성이 다시 청약 쏠림을 확대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국토부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청년가구 자가점유율은 12.2%로 하락했고 최저주거기준 미달 비율은 8.2%로 늘었다. 신혼부부 역시 자가점유율이 줄고, 소득 대비 집값 부담(PIR)은 상승했다. 반면 고령층은 자가점유율이 75.9%로 안정적이고, 임차 부담이 줄며 주거면적도 넓어졌다.
청약장 과열 뒤에는 청년·신혼의 주거 후퇴와 고령층 중심의 자산 안정이 함께 자리 잡고 있다는 의미다.
정부와 지자체는 재개발·재건축 완화, 3기 신도시 공급, 대출 규제 조정 등 다양한 대책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다만 각각의 효과가 제한적인 만큼, 어떤 방식으로 결합하느냐가 관건으로 떠오른다.
서울 도심에서는 재정비사업 속도를 높여 공급을 늘리되, 일반분양 일부를 청년·신혼·무주택자에게 배분하는 등 공공성을 강화하는 조정이 필요하다. 현재처럼 조합원 중심 구조가 유지되면 공급 증가가 곧바로 분양가 상승과 '로또 청약'을 키우는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수도권 외곽과 비서울 지역에서는 교통망·일자리·산업계획과 맞물린 대규모 공급을 통해 '서울 대신 살 만한 생활권'을 실제로 만들어야 한다. 단순히 물량을 늘리는 접근만으로는 수요 이동이 일어나지 않는다.
이미 자가를 보유한 고령층이 보다 작은 주택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도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도심 내 공공임대나 다운사이징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기존 주택을 시장에 다시 공급하도록 하면, 서울 내부 공급 부족 완화에 일정 부분 기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금의 청약 양극화는 경쟁률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어느 세대가 어느 지역에서 실제로 삶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지에 대한 구조적 질문으로 이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