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직원이 올린 블라인드 게시글 / 블라인드 캡처
카카오 직원이 올린 블라인드 게시글 / 블라인드 캡처

카카오가 메신저 카카오톡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허브로 확장하기 위해 단행한 대규모 업데이트가 결국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이용자 불편은 물론 사내 실무자들의 불만까지 이어지면서, 회사는 긴급하게 기존 구조로 되돌리겠다고 밝혔다.

이번 개편은 '친구 목록' 중심이던 기존 카카오톡을 피드형 방식으로 전환해, 친구의 활동·게시물이 노출되는 구조로 바꾼 것이 핵심이었다.

그러나 업데이트 직후 앱스토어에는 메신저 본질을 훼손했다, 광고를 위한 개편 아니냐는 항의성 후기가 잇따랐고, 피드 화면에 대한 불편과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내부에서도 반발은 적지 않았다. 익명 직장인 커뮤니티에는 개발자, 기획자, 디자이너 싹 다 반대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우리가 하고 싶어서 이렇게 만든 게 아니다. 위에서 지시한 것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며 현장의 불만을 드러냈다.

시장 반응도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업데이트 이후 카카오 주가는 7거래일간 약 10% 하락했고, 시가총액은 3조 원가량 증발했다. 사용자 신뢰 하락과 사업 전략에 대한 불확실성이 겹치며 투자심리까지 위축된 것이다.

특히 이번 사태를 계기로 텔레그램, 라인, 위챗 등 대체 메신저로 이탈을 준비하는 이용자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다.

카카오톡이 사실상 국내 메신저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상황에서, 독과점 구조가 잘못된 전략과 맞물릴 경우 어떤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국내 메신저 시장의 경쟁 부재가 카카오의 실험을 견제 없이 밀어붙이게 만들었다"며 "이제는 사용자 신뢰 회복이 가장 큰 과제"라고 진단했다.

결국 카카오는 9월 29일 긴급 공지를 통해 "친구 목록을 다시 첫 화면으로 복구하겠다"며 사실상 롤백을 선언했다. 다만 기존 피드형 기능은 별도 탭으로 유지하는 절충안을 내놓았다. 카카오는 이번 조치를 오는 4분기 내 적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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