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호르몬으로 짝 찾는 현상 첫 확인…환경호르몬 위협 ‘경고등’

송사리 암·수의 교미 과정. 수컷이 고농도 에스트로겐 암컷 쪽으로 이동 /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송사리 암·수의 교미 과정. 수컷이 고농도 에스트로겐 암컷 쪽으로 이동 /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수컷 송사리가 시각이 아닌 성호르몬을 감지해 짝짓기 상대를 선택하는 독특한 행동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처음으로 확인됐다.

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은 이번 연구 결과가 송사리의 번식 비밀을 풀었을 뿐만 아니라, 환경호르몬이 수생태계에 미치는 위험성을 시사하는 중요한 과학적 근거가 될 것이라고 23일 밝혔다.

이는 눈이 크고 시력이 좋은 송사리가 짝짓기 과정에서 화학적 신호인 호르몬에 의존한다는 이례적인 현상을 보여준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어류는 화려한 색이나 구애춤 등 시각 정보로 짝을 고르며, 호르몬 신호는 시력이 퇴화한 일부 어종에서만 관찰된다.

 

실험에 사용된 자생 송사리 사진. 산란기에 수컷 뒷지느러미의 까만 반점이 진해진다. /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실험에 사용된 자생 송사리 사진. 산란기에 수컷 뒷지느러미의 까만 반점이 진해진다. /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이번 발견은 송사리가 외부에서 유입되는 호르몬 유사 물질에 쉽게 영향을 받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비스페놀 A 등 환경호르몬은 체내 호르몬 작용을 교란해 성전환이나 번식력 저하를 유발, 개체 수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연구는 수생태계 보전을 위한 환경호르몬 관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운다.

이번 연구 결과는 어류 행동학 분야 국제학술지 ‘피쉬즈(Fishes)’에 이달 중 투고될 예정이다.

유호 국립생물자원관장은 “송사리의 독특한 짝짓기 행동을 밝힘과 동시에 환경호르몬의 수생태계 위협을 이해하는 중요한 과학적 근거를 마련했다”며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연구를 꾸준히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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