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선병원 감염내과 김광민 전문의

설레는 마음으로 해외여행을 준비할 때 우리는 흔히 짐 꾸리기와 여행 일정에 집중하지만, 정작 더 중요한 ‘건강 준비’는 소홀히 하기 쉽다. 특히 동남아, 남미 등은 독특한 문화로 매력적인 여행지지만, 위생 환경의 차이로 인해 수인성 감염병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

그 대표적인 질환이 바로 장티푸스다. 즐겁고 안전한 여행을 위해 꼭 알아두어야 할 장티푸스에 대해 대전선병원 감염내과 김광민 전문의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대전선병원 감염내과 김광민 전문의
대전선병원 감염내과 김광민 전문의

■ 장티푸스, '장염' 아닌 '열병'에 가까운 감염병

장티푸스는 살모넬라 타이피균(Salmonella Typhi)에 오염된 물이나 음식을 통해 전파되는 제2급 법정감염병이다. 이름 때문에 흔히 설사를 동반하는 장염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고열과 전신 통증이 주된 증상이다.

흥미롭게도 ‘장티푸스(Typhoid fever)’라는 이름은 진드기 매개 질환인 ‘티푸스(Typhus)’와 증상이 비슷하다는 뜻에서 유래했다. 장티푸스를 생각할 때 흔히 장염이니까 설사가 주로 나타나지 않을까 하지만, 티푸스처럼 고열이 난다는 의미가 더 강하다. 만약 적절한 항생제 치료를 받지 못하면 복통, 몸에 붉은 반점(장미진)이 나타날 수 있으며, 심한 경우 장천공이나 패혈증 쇼크로 사망에 이를 수도 있는 무서운 질병이다.

전 세계적으로 매년 천만 명에 가까운 환자가 발생하며, 특히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등 위생 환경이 취약한 지역에서 발생률이 높다. 국내에서는 드물지만, 앞에서 이야기한 대로 오염된 음식 혹은 물이 문제가 되므로, 해당 지역을 방문할 계획이라면 출국 전 반드시 예방책을 마련해야 한다.

■ 바늘 없이 간편하게, '먹는 장티푸스 백신' 주목

장티푸스를 예방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예방접종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주사형 백신과 경구용 생백신 두 종류가 사용되는데, 최근에는 복용 편의성 덕분에 알약 형태의 ‘경구용 생백신’이 많이 활용되고 있다.

경구용 생백신은 이틀에 한 번씩, 총 3회(1일 차, 3일 차, 5일 차) 복용하는 방식이다. 바늘에 대한 부담이 없고, 장 점막에서 직접 면역을 형성해 약 3년간 42~67%의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는 주사 백신과 비교해도 효과가 크게 떨어지지 않는 수준이다. 또한, 비슷한 감염병인 파라티푸스에도 일부 교차 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된다.

안전한 여행을 위해서는 면역이 형성될 시간을 고려해, 출국 최소 7~10일 전에는 접종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 접종 전 '이것'만은 확인하세요…주의사항과 한계

이처럼 편리한 경구용 백신이지만, 살아있는 균을 약화시킨 ‘생백신’이므로 몇 가지 주의가 필요하다.

첫째, 면역억제제를 복용 중인 환자나 임산부는 복용해서는 안 된다.

둘째, 항생제와 함께 복용하면 백신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항생제 치료가 필요할 경우, 마지막 항생제 복용 후 최소 72시간이 지난 뒤 경구용 백신을 복용하도록 권고한다.

마지막으로, 백신의 예방 효과는 100%가 아니라는 점을 반드시 인지해야 한다.

■ 백신이 전부는 아니다…여행지에서의 철저한 위생관리

백신 접종을 완료했더라도 여행 중 개인위생 관리는 필수다. 모든 감염병 예방의 기본은 바로 위생 수칙(△반드시 끓인 물이나 포장된 생수 마시기 △얼음은 가급적 피하기 △조리 과정이 불분명한 길거리 음식 섭취 자제하기 △흐르는 물에 비누로 30초 이상 손 씻기 생활화) 준수다. 

또한 남미, 동남아 등지에서는 장티푸스 외에도 A형 간염, 황열, 말라리아 등 다양한 감염병이 유행할 수 있다. 따라서 여행 국가와 체류 환경을 고려해 감염내과 전문의와 상담 후 종합적인 예방 계획을 세우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김광민 전문의는 “여행은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는 소중한 기회지만, 건강을 잃으면 그 어떤 멋진 풍경도 즐거울 수 없다”며, “여행 가방에 짐을 챙기듯, 예방접종과 건강 수칙도 여행 준비 목록에 반드시 포함하여 건강하고 즐거운 추억을 만들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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