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했던 5·9 대선에서 쓴 잔을 마신 주요 대선 후보들은 아직은 이렇다 할 움직임 없이 정중동의 상태다.

경쟁자였던 문재인 대통령이 낡은 관행청산 등에 힘입어 집권초 높은 지지율을 보이면서 대선 패자들은 별다른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다.

◇ 홍준표 전 지사 = 대선 종료와 함께 미국을 방문했다가 지난 3일 귀국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인 홍준표 전 경남지사는 한 달간 숨 고르기를 끝낸 후 본격적인 당권 도전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그는 오는 19일부터 경남·부산·울산 등 PK 지역을 시작으로 대구·경북, 대전·충남, 충북, 인천, 경기, 서울, 제주 등을 돌며 전국 시·도당 간담회를 연다

지역순방을 통해 대선 기간 당원들이 보여준 성원에 감사 인사를 전하고 향후 보수 세력 재건을 위해 당원들의 의견을 청취한다는 것이다.

당권 도전을 공식화 하지는 않았지만, 당내에서는 그의 당권 도전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대선 패배 직후 미국으로 출국한 한 달 동안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정국에 대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나타내 당권복귀를 시사했다.

때문에 지역 간담회는 7·3 전당대회를 앞둔 상황에서 사실상 당 대표 출마를 위한 '당심 다지기'가 될 전망이다.

제 1야당으로서 당내 대여(對與) 투쟁에 능한 강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여론이나 인지도 등을 고려할 때 현재까지 판세는 홍 전 지사에게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 안철수 전 대표 = 중앙당은 물론 지역 간담회를 통해 낙선 인사를 마무리 한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이달 들어 정중동하고 있다.

안 전 대표 측 인사는 "안 전 대표는 뼈아팠던 대선 패배의 원인을 곱씹는 '복기'와 '반성'의 시간을 보내며 재기의 꿈을 다지고 있다"고 전했다.

또다른 측근은 "안 전 대표가 당분간 계속 휴식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정말 쉬기만 하는 것은 아니고 상당히 많은 인사를 쉼 없이 만나고 있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는 칩거가 아니라, 일단 공개석상과는 거리를 두고 서울 노원구 상계동 자택에 계속 머무르면서 선거에 도움을 준 인사들을 부지런히 만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있다.

국민의당은 현재 박주선 국회부의장 중심의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때문에 안 전 대표가 전당대회에 출마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희박하다.

◇ 유승민 의원 = 바른정당 대선 후보였던 유승민 의원은 북 콘서트, 신입 당원과의 만남 등 행사에 참석하면서 조용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오는 26일 있을 당 지도부를 선출하는 당원대표자 대회에서 '유승민 등판론'이  제기되지만, 백의종군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유 의원은 지난달 28일 신입 당원과의 만남에 이어 전날 서울 강남의 한 책방에서 북 콘서트도 열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정치의 한복판에 들어가서 늘 드는 생각이 '보수를 어떻게 바꿀 것이냐'였던 것 같다"며 "지금도 보수를 바꾸고 싶어서 정말 미치겠다. 그런 생각이 맞는다고 확신한 계기는 보수가 망해가니까요"라고 말했다.

그는 "바른정당이 보수 변화를 이끄는 건 시간문제"라며 "포기를 하면 자유한국당식의 보수, 박근혜식의 보수, 이명박식의 보수가 계속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 의원은 오는 13일 중앙대, 21일 서울대에서 대학생들과의 만남을 통한 강연 정치도 이어갈 예정이다.

◇ 심상정 상임대표 = 정의당 심상정 상임대표는 이번 대선에서 6.2%의 지지율에 그쳤으나,이번 기회에 진보정당의 가치와 철학을 널리 알리고 대중적 기반을 튼튼히 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심 대표는 7월 있을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힌 가운데 당지도부에서 물러나 백의종군하겠다는 뜻을 품고 있다.

심 대표는 지난달부터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가 있는 곳을 두루 찾아 대선 당시 내건 대국민 약속을 이행차원에서 전국 '약속투어'를 시작했다.

그는 이후 당 안팎의 청년 조직기반 확충에 비중을 두고 활동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원을 현재 3만 6,000명에서 연내 4만명으로 10% 이상 늘리는겠다는 것이다.

저작권자 © 뉴스티앤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