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이면 조합 정상화 가능하다" 해놓고…주민들 불만 고조
해임총회 발의자, 신추위 위원장 비리 폭로...브로커 결탁 의혹
비리 복마전 양상에 정비사업 '안갯속'…조합원 피해만 눈덩이

미아2 재정비촉진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조감도/ 정비사업 ‘정보몽땅’ 제공
미아2 재정비촉진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조감도/ 정비사업 ‘정보몽땅’ 제공

전임 집행부 전원을 해임하고 사업 정상화에 돌입한 서울 강북구 미아2구역이 또다시 내홍에 휩싸였다. 이번엔 해임 총회를 주도했던 신속추진위원회 내부에서 위원장 비리 폭로전이 잇따르고 있어서다. 새 비대위 체제에서도 잡음이 끊이질 않으면서 신속하고 원활한 사업 추진을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 전임 집행부 전원 해임하고도…끊이지 않는 비리 폭로전

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전임 집행부 해임을 주도한 미아2재정비촉진구역 신속추진위원회(비상대책위원회) 내부에서 최근 정모 위원장에 대한 부정·비리 폭로가 잇따르고 있다. 정 위원장이 벌써부터 특정 건설사, 철거업체, 정비업체, 컨설팅업체 등과 결탁해 있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미아2구역 신속추진위원회 발의자 중 한명이라는 인물의 ‘양심고백’ / 조합원 제공

특히 신추위 발의자 중 한 사람이 자필로 쓴 '양심 고백'이라는 두 장짜리 유인물이 조합원 전원에게 우편 발송되면서 논란은 일파만파 커지는 모양새다. 그는 이 글을 통해 "지금까지 정모 씨를 도와 전 집행부의 해임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일해왔지만, 전 집행부가 해임되자마자 정 모 씨가 돌변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 모씨가 (신추위) 발의자들을 따돌리고 업체를 만나는 일을 목격했고, G*건설과 호*철거업체, 화*정비업체, 인*컨설팅과 결탁돼 있다는 찌라시 내용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정 위원장이) 미아3구역의 브로커들을 끌어들여 설계까지 마친 상태"라고 주장했다.

그는 "신추위를 구성할 때 정 모씨가 미아2구역을 위해 봉사하는 마음으로 일을 시작한다고 했고, 그 말을 철썩 같이 믿었다"며 "그러나 정모씨가 신추위에 쓴 사비가 4억이라며, 조합장이 되면 돌려 받겠다고 엄포를 놨고 급기야 가장 열심히 도왔던 측근도 내쳐버리는 모습에 실망해 신속한 추진 위원회를 탈퇴했다"고 전했다. 이어 "저뿐만 아니라 발의자 대부분은 정 모씨 지지를 철회하고 신추위를 탈퇴했다"며 "신속한 추진위 발의자들조차 경악한 정 모씨 실체를 폭로한다"고 강조했다.

 

미아2구역 신속추진위원회 사무장 윤 모씨 단톡방 게시글 / 조합원 제공

정 위원장의 최측근인 신추위 사무장 윤모씨는 당초 정 위원장과 급여 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어온 것으로 전해졌지만, 그보다 ‘본인의 급여 및 사무실운영비, 각종 접대비 등 신추위 운영비용을 조합에 청구해 조합원들에게 부담시키겠다’는 신뢰를 저버린 행동들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조합원 단톡방을 통해 “개인사비로 급여를 지급하겠다는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이 뒤집고, 신추위의 모든 비용을 조합원에게 전가하겠다는 정 모 위원장에 대한 신뢰와 지지, 참여 의사를 철회한다”고 밝혔다.

▶ 잇단 내홍에 정비사업 '빨간불...조합원 피해 우려도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미아2구역 주민들 사이에서 신추위에 대한 불신·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조합원은 "신추위가 3개월이면 조합을 정상화시킬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며 전 집행부를 해임해 놓고, 현실은 아직도 새로운 조합 집행부조차 꾸리지 못한 채 사업을 지연시키고 상태"라며 "작년 초 서울시 건축심의 재심의를 받았다면 지금쯤 사업시행인가를 마무리 짓고 현재는 시공사 선정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서울 강북구 미아2재정비촉진구역은 2010년 3월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13년 가까이 답보 상태에 머무르면서 조합원들의 빠른 사업 추진 의지가 그 어느 곳보다 큰 구역이다. 지난해 서울시 건축심의를 신청하며 사업 추진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신추위의 강성 민원으로 심의 상정된 안건이 당일 제외되는 전례 없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심의 반려 후 미아2구역은 조합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집행부 해임 사태가 발생해 사업이 1년 이상 한 걸음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업계 한 전문가는 “미아2구역은 사실상 코마(혼수상태)에 빠졌다”고 진단하면서 “사업 정상화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분석했다.

당시 미아2구역 일부 주민들은 조합의 무능과 추진력 부족, 협력업체 선정 비리 등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고, 정위원장 중심으로 신추위가 설립됐다. 결국 신추위는 주민 동의를 얻어 올해 1월 총회를 통해 전임 조합 집행부를 일괄 해임했고, 이를 둘러싼 소송전이 이어졌다. 현재는 서울 북부지법으로부터 임시조합장인 조창혁 변호사를 추천 받아 새 집행부 구성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이르면 연말 안으로 새로운 집행부 임원진을 선출할 예정이다.

다만, 또 한번 내홍이 격화하고 있어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내홍이 발생하는 것이 이례적인 일은 아니지만, 갈등이 커질 경우 정비사업에 차질을 초래할 수 있다"며 "특히 조합장이 선출된 이후에도 반발이 계속되면 내분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무엇보다 잇단 내홍으로 불가피하게 사업이 지연되면 그 피해는 조합원들 몫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비 업계 한 전문가는 "재개발 사업이 개개인의 이권 다툼으로 비화돼서는 안 된다"며 "조합 문제가 정비사업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선례가 보여주고 있는 만큼 조합원들도 사업을 투명하게 추진할 수 있는 집행부 선출을 위해 현명한 대처가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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