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현충원 야생 꽃사슴 출몰...묘역까지 내려와
좋다 "자연 친화적...예쁘고 반가워"
싫다 "배설물과 잔디 훼손 우려 있어"

현충원 묘역을 배회하는 야생 꽃사슴 / 국립대전현충원 제공
현충원 묘역을 배회하는 야생 꽃사슴 / 국립대전현충원 제공

국립대전현충원에는 야생 꽃사슴 무리가 살고 있다. 가끔 먹이를 찾아 내려와 묘역에 놓아둔 과일이나 방문객들에게 물과 간식을 얻어먹으며 카메라에 잡히곤 한다.

꽃사슴을 목격한 현충원 방문객들의 대부분은 자연 친화적이라며 예쁘고 반갑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오랜만에 가족의 묘역을 찾은 참배객들의 일부는 배설물과 잔디 훼손의 우려가 있다며 눈살을 찌푸리기도 했다.

최근 취재를 위해 방문한 대전현충원에서는 전국 각지에서 성묘하러 온 여러 가족을 만날 수 있었다. 

경기도 화성에서 아버지의 묘역을 찾은 고 모 씨는 “올 때마다 항상 청결하고 주변 환경이 좋아 감사하고 행복하다"며 "꽃사슴까지 있어 오염이 안 된 자연 친화적인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는 "배설물은 현충원에서 잘 처리해 주고 있다"라며, "아버지 묘역에 배설해도 전혀 개의치 않는다"고 덧붙였다.

대전 동구에서 온 방문객 김 모 씨는 “참배객에게 해를 주지 않는다면 자유로이 다녀도 상관없다"면서 “가끔 사슴을 만나는데, 주는 먹이를 받아먹는 등 순하고 예뻤다"고 답했다.

 

대전현충원 고객 쉼터에 나타난 야생 꽃사슴 / 뉴스티앤티
대전현충원 고객 쉼터에 나타난 야생 꽃사슴 / 뉴스티앤티

반면, 꽃사슴이 가족의 묘역까지 내려와 돌아다니는 것이 싫다는 입장도 적지 않았다.

부산에서 아버지 기일로 참배를 왔다는 허 모 씨는 “순하다고는 하지만, 사슴도 짐승이다. 여기가 묘역인데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배설하고 잔디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교통편이 좋지 않아 자주 찾아뵙지도 못하는데, 아버지 묘역에 야생짐승이 돌아다닌다는 생각을 하면 마음이 불편하다”며 "물론 현충원에서 배설물 처리와 훼손 복구 등 조치를 해준다고는 하지만, 한계가 있다"고 불만을 내비쳤다.

광주에서 온 황 모 씨는 “신기하고 예쁘긴 했지만, 산짐승이 음식물을 얻으러 산에서 내려와 묘역을 돌아다니는 거 자체는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며 “방문객들이 묘역에 제사 음식 등을 남겨 두거나 간식을 사슴에게 직접 주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대전현충원 관계자는 “현충원에 출몰하고 있는 꽃사슴은 야생 동물로, 본원에서 관리하는 것이 아니어서 뭐라 말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라며 “다만, 잔디 훼손이나 분비물 등 참배객과 방문객에게 불편함이 발생하지 않도록 묘역 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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