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복 극작가, 칼럼니스트 / 뉴스티앤티
김용복 극작가, 칼럼니스트 / 뉴스티앤티

대전시장으로 우뚝 선 허태정.

두 달여 선거기간 동안 숱한 우여곡절 끝에 대전시장이라는 황금 의자에 앉게 됐다. 그가 앉아있게 될 그 자리는 경우에 따라서는 가시방석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필자의 눈에 비친 대전 시장 허태정. 그는 가시방석을 황금 방석으로 대체할 능력이 있는 인물이다.

 

그가 지방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유성 구청장직을 떠나기 1주일 전, 필자를 구청장 사무실로 불러 차 한 잔을 나눴다. 잘 부탁한다고. 그리고 며칠 뒤 필자가 다니고 있는 교회에 와서 예배도 드리고, 교인들과함께 국수를 점심으로 들고 갔다.

 

그후 그는 대전 시장으로 출마 했고, 필자는 자유 한국당 박성효 후보의 언론 특보로 임명 됐다. 필자와의 인연은 그 뿐만이 아니다. 그가 유성구청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국화축제나, 이팝나무 꽃 축제, 온천 축제할 때마다 목민관으로서의 허태정을 칭찬하여 언론에 띄우곤 했었다. 그러나 전화만 오고갔지 얼굴도 모르고 지냈다.

 

시간이 흘러 6,13지방선거를 맞이했다. 필자도 한국당 언론특보 구실을 한답시고 선거 이틀 전 허태정 후보를 몰아부치는 칼럼을 써서 언론에 띄웠다. 그러나 문대통령 이름의 통일 바람은 거세게 한반도를 휩쓸어버렸다. 문대통령 사진만 붙이면 누구나 당선되다시피 했다.

 

현재 우리 국민들 대부분 6,25전쟁을 겪지 않은 국민들이다. 전쟁의 참변을 모르는 국민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그들은 전쟁의 참혹함도 모를뿐더러 배고픔도 모른다. 그래서 문대통령 얼굴 바람에 너도 나도 휩쓸려 경기도에서도 경남에서도 청색바람이 한반도를 휩쓸게 했던 것이다.

 

본론으로 돌아가자. 허태정 대전 시장의 그릇 됨을 말하려면 이성계 얘기 안 할 수 없다.

불안돈목(佛眼豚目)에 관한 얘기다. 해석하면 부처님 눈(佛眼)과 돼지의 눈(豚目)이란 얘기다. 무슨 말인가? 무학대사(無學大師)와 조선 태조 李成桂(이성계) 사이에 있었던 얘기다.

 

태조가 한양으로 천도하고 시국이 안정됐을 때 흉허물 없이 지내자며 무학대사에게 돼지를 닮았다고 농을 던졌다. 그러나 무학은 태조에게 부처를 닮았다고 했다. 왕이 무슨 말이냐고 되묻자 '부처님 눈으로 보면 부처로 보이고(佛眼佛示/ 불안불시), 돼지의 눈으로 보면 돼지로 보일 뿐입니다(豚目豚示/ 돈목돈시)'고 대답했다. 잡아 주리를 틀 말이지만 태조 이성계는 껄껄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최고 권력자인 자신에게 돼지로 칭했으니 살려 둘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성계의 그릇 됨은 갑남을녀의 생각으론 헤아릴 수가 없는 것이다. 무학대사도 이성계의 그릇 됨을 모를 리 만무 할 것이다. 그런데도 그는 떠났다. 금강산으로.

 

자, 보자. 대전시장 허태정이란 그릇.

6월 14일, 그는 대전 시장이라는 자리를 여유 만만하게 차지하였다. 필자가 얼마나 눈엣 가시였을까? 오전에 전화벨이 울렸다.

“허태정입니다. 감사했습니다. 잘 부탁합니다.”

깜짝 놀랬다. 정말 허태정 그의 목소리가 스마트 폰 작은 기계를 통해 기계음으로 들렸다.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필자의 입에서는 준비하지 못한 말이 불쑥 튀어나왔다.

“과연 허태정이야, 허태정. 축하합니다 축하해”

 

적을 끌어안는 포용력. 그것은 진보측 인물들에게서는 얼마든지 볼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보수를 자처하는 정치인들 가운데는 이러한 인물들을 보지 못했다. 배워야 한다. 보수를 자처하는 대전시 정치인들은 물론 전국의 정치인들은 이들의 포용력을.

 

이제 앞으로 4년,

이제 1개월이 지났다. 대전 시민이라면 최소한 1년여 동안은 지켜보고 힘을 실어줘야 할 것이다.

노파심에서 한 마디 해야겠다. 법불아귀(法不阿貴)와 잠언의 말씀. 법은 신분이 고귀하다고 해서 아부하지 않으며(법불아귀), 통치자가 허튼 소리를 들어주면 신하들은 모두 나빠진다(잠언 29,12).

지도자가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게 보좌하는 것도 측근이지만, 지도자의 눈을 어둡게 만들고 상대를 적으로 만들어 그릇된 길잡이를 하는 것도 측근인 것이다.

 

4년간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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