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를 정확히 200일 앞둔 내년 6.13 지방선거에서 5.9 대선 이후 진보진영은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많은 후보군들이 형성되어 있는 반면 보수진영은 후보 기근에 허덕이고 있다. 다만 대전은 권선택 전 시장의 낙마로 지난 2014년 지방선거에서 석패한 박성효 시장을 중심으로 자유한국당도 더불어민주당 못지않은 후보군을 형성하고 있다. 보수진영의 통합론 등 아직까지 여러 변수가 잠재되어 있는 충청권에서 출마 예상자들이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는 상황에서 각 당 후보들의 면면을 짚어본다.

충청권은 지난 2014년 제6회 지방선거에서 4개 광역자치단체장 모두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들이 당선되는 역대 지방선거 사상 최초의 상황을 연출했다. 더구나 지난 5.9 대선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그 어느 때보다 수성과 탈환이라는 치열한 승부가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통적으로 충청권은 보수색채가 강한 면모를 보였으나, 지난 2014년 지방선거 이후 대전과 세종을 중심으로 진보진영이 지지세를 확장한 상황이고, 지난 5.9 대선 이후 충남과 충북까지 지지세를 넓히고 있는 형국이다. 이에 맞서 보수진영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나뉘어졌던 보수진영을 통합하고, 전통적인 보수 지지층을 끌어 모으는 전략으로 진보진영에 맞설 태세다.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낙마한 권선택 전 대전시장과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3선 도전을 포기할 것으로 알려진 안희정 충남지사 등 여러 변수가 상재해 있는 충청권은 지난 5.9 대선 이후 어떤 표심을 보일지 주목받는 지역이다.
 

◇ 대전시장 후보군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었던 권선택 전 시장이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낙마한 이후 더욱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포착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상민(4선, 유성을) 의원이 권 전 시장의 대법원 판결 이전부터 지역구 행사 이외에도 다른 구의 행사까지 얼굴을 미치며, 이미 시장 도전을 기정사실화 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상황이다. 4선으로 정치적 변화를 모색해야 하는 시점인 이 의원은 높은 당 지지율을 바탕으로 내년 6.13 지방선거에서 시청에 입성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보인다. 박범계(재선, 서구을) 의원도 권 전 시장 낙마 이후 시장 출마 움직임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과 대전시당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 의원은 지난 5.9 대선 이후 국정기획위원회의 활동을 통해 인지도를 높인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권 전 시장 대법원 판결 이전까지 출마 이야기를 자제하던 박 의원은 대전시가 ‘월평공원 대단위 아파트 건설’의 조건부 추진을 결정하자 시당 명의로 비판을 제기하면서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내년 6.13 지방선거를 365일 앞둔 시점에서는 대전시장 불출마 의사가 강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근 상황의 변화로 출마로 선회했다는 것이 지역 정가의 대체적인 평이다. 허태정 유성구청장도 체급을 올려 대전시장에 도전할 태세다. 안희정 지사의 직계로 알려진 허 청장은 내년 6.13 지방선거를 365일 앞둔 시점에서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시장 출마를 전혀 준비하지 않는다”며 “하지만 불출마도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고 밝힌 점에 미루어 현역 시장이 낙마함에 따라 뚜렷한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시장 출마로 방향을 선회할 것이라는 의견이 높다. 뿐만 아니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인 권양숙 여사의 높은 신뢰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허 청장은 친문 진영에서도 비교적 거부감이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한국당에서는 박성효 전 시장이 지난 2014년 석패를 만회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대전시장과 당 최고위원 그리고 국회의원을 거친 풍부한 경험과 높은 인지도가 장점인 박 전 시장은 최근 여러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적극적으로 내년 6.13 지방선거에 출마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지난 8월 대전을 방문한 홍준표 대표가 당 최고위원과 현역 국회의원들을 제외하고 박 전 시장을 찾는 모습이 기자들에게 포착되면서 당 지도부와의 교감 또한 높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상대적으로 낮은 당 지지율을 개인기를 통해 극복해야 하는 박 전 시장은 지난 2014년 지방선거 패배 이후 꾸준히 이어온 봉사활동 등 보폭을 넓히며 지역 민심을 청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태우 한국외대 초빙교수도 조만간 기자간담회를 통한 출마선언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의 대표적 보수논객인 박 교수는 국제적 경험을 살려 대전을 리모델링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육동일 충남대 교수도 출마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지방자치전문가라는 장점을 내세워 대전시를 바꿔보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육 교수는 시민들에게 자신의 강점을 적극적으로 어필하며 ‘새로운 대전시정’을 주창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용기(재선, 대덕) 의원도 출마 의사를 갖고 있으나, 자유한국당의 사정상 유력한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현역 의원을 공천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최근 바른정당과의 통합으로 극심한 내홍을 앓고 있는 국민의당에서는 한현택 청장의 이름이 지속적으로 오르내린다. 충청권 유일의 단체장인 한 청장은 국민의당이 창당하기도 전에 안철수 대표를 쫓아 선도 탈당하는 등 대표적 친안계 인사로 알려졌다. 구청장 3선 도전이냐 체급을 올려 대전시장 도전이냐의 기로에 놓인 한 청장은 안 대표의 의중이 출마를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바른정당은 남충희 대전시당위원장이 출마 의지를 보이고 있다. 지난 9일 9명의 국회의원들이 탈당하면서 원내교섭단체가 무너진 상황이 남 위원장에게는 뼈아프다. 정책 개발에 주력하며 내년 6.13 지방선거를 대비하는 남 위원장은 국민의당과의 선거연대를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정의당에서는 김윤기 대전시당위원장이 출마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후보군 중 가장 젊은 김 위원장은 대전에서 진보정치의 새싹을 틔우자는 강한 의지를 갖고 매주 화요일 ‘도솔산(월평공원) 대규모 아파트 건설 저지를 위한 주민대책위원회’를 이끌며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 세종시장은 개헌을 통한 행정수도 완성을 이끌 적임자가 누구인지를 결정하는 선거로 요약할 수 있다.

민주당에서는 이춘희 세종시장이 재선 도전이 확실한 가운데, 당내에서는 경쟁자가 없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지역 정가에서는 높은 당 지지율을 바탕으로 본선 경쟁력도 타 후보들 보다 우위에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한국당에선 세종 출신 조관식 국회 입법정책연구회 부회장이 지역 행사장을 빠짐없이 다니며 적극적인 출마 움직임을 보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세종 출신을 강조하며, 세종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세종시를 완전한 행정수도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설파하는 조 부회장은 맨투맨 전략으로 지지세를 확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당적을 갖고 있지 않은 이충재 행복도시건설청장의 출마 여부도 변수다. 7급 공채 출신으로 차관급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에 올라 최장기 청장을 역임한 이 청장은 최근 ‘자유한국당 세종시당’에서 정치대학원 수강생들에게 특강을 하면서 입당 초읽기가 아니냐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으나, 아직까지 뚜렷한 움직임을 보이는 상황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 충남지사는 3선 불출마 후 여의도 진출을 꿈꾸는 안희정 지사의 포스트 안희정이 누구일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안희정 지사의 의중이 가장 중요한 후보 결정 요인으로 예상되는 민주당에서는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 복기왕 아산시장, 양승조(4선, 천안병) 의원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친 안희정계 인사로 분류되었으나,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초대 청와대 대변인에 임명된 박 대변인은 매주 주말이면 충남 전역을 다니며 민심을 청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전병헌 수석의 후임으로 정무수석을 제의받았으나, 충남지사 출마를 이유로 고사했다고 알려진 박 대변인은 지난 5.9 대선 전 더불어민주당 경선 당시 함께 했던 안희정 지사 사람들의 지원을 얼마나 받을 수 있을지가 변수다. 복기왕 아산시장도 출마에 적극적이다. 이미 아산시장 3선 불출마 입장을 밝힌 복 시장은 충남 제2의 도시인 아산을 중심으로 수부도시 천안 등을 중심으로 지지세를 확장하는 모양새다. 양승조 의원도 안희정 지사의 불출마를 전제로 출마 입장을 내비쳤다. 충남 수부도시인 천안에서 4선에 오른 양 의원은 지역정당인 선진당 바람이 불었을 때도 민주당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았을 만큼 지역구 관리도 철저하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정가에서는 양 의원의 출마 결정이 안 지사와 교감을 형성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실제 양 의원이 충남지사에 출마하게 되면, 안 지사가 양 의원의 지역구인 천안병의 보궐선거에 출마할 수 있어 이런 시나리오는 상당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국당에서는 이명수(3선, 아산갑), 정진석(4선, 공주·부여·청양), 홍문표(3선, 홍성·예산) 의원이 하마평에 오르내린다.

이명수 의원은 한국당 후보들 중 기자들에게 출마 입장을 밝힌 유일한 후보다. 충남 행정부지사 출신으로 충남도청에만 13년을 근무한 것으로 알려진 이 의원은 행정가 對 정치인 선거 구도가 형성되면 도민들이 누가 도정을 제대로 이끌 사람인지를 쉽게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풍부한 행정 경험을 바탕으로 정치인 출신 도지사와의 차별성을 부각시키며, 도민들에게 다가서려는 것으로 알려진 이 의원은 최근 신간 ‘그리운 미래’의 북 콘서트의 개최가 지지세를 규합하는 모양새다.

정진석 의원과 홍문표 의원은 언론에서 출마를 부인하고 있으나, 상황 변화에 따라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국민의당에서는 김용필(재선, 예산1) 도의원이 출마 의사를 보이고 있다. 지난 8월 국민의당 전당대회에서 충청권 대표로 최고위원에 도전했던 김 의원은 저조한 득표율로 낙선하면서 충남지사에 대한 미련은 버렸을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하나 당이 부르면 출격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의지는 변함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 충북지사는 이시종 지사의 3선 도전 결정에 따라 후보군이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에서는 이시종 지사, 오제세(4선, 청주 서원) 의원, 변재일(4선, 청주 청원) 의원 등이 출마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7번의 선거 출마에 7번의 선거에서 모두 당선된 기록을 세우고 있는 이시종 지사는 지역민들에게 일 잘하는 도지사로 평가받으며 3선에 도전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역 정가의 전반적인 해석이다.

충북도당위원장을 맡고 있는 오제세 의원은 1995년 민선 출범 이후 청주 출신 도지사가 없었던 점을 내세우며, 이시종 지사와 경선도 불사한다는 입장으로 적극적인 출마 움직임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통 행정관료 출신인 변재일 의원도 출마를 저울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청주고와 고시 선배인 이시종 지사와의 관계 설정이 변수다.

한국당에서는 더불어민주당에 비해 뚜렷한 후보가 눈에 띄지 않아 후보 기근 현상을 빚고 있다. 다만 법조인 출신 경대수(재선, 증평·진천·음성)과 기업인 출신인 박덕흠(재선, 보은·옥천·영동·괴산) 그리고 정통 행정관료 출신인 이종배(재선, 충주) 의원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일각에서는 현재 당적이 없는 박경국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위원장을 영입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충북도 행정부지사와 안전행정부 1차관 그리고 국가기록원장 등 풍부한 행정경험을 지닌 박 위원장이 출마하면 1958년생이라는 젊음을 무기로 1947년생인 이시종 지사에게 맞불을 놓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