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진영의 어용지식인’을 자처하던 유시민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지난 2019년 12월 24일 유튜브 채널 알릴레오에서의 “검찰이 노무현재단 은행 계좌를 들여다 본 것을 확인했다”는 의혹 제기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머리를 숙였다.

유 이사장은 지난 22일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의 홈페이지에 A4용지 3/4 분량의 사과문을 통해 “사실이 아닌 의혹 제기로 검찰이 저를 사찰했을 것이라는 의심을 불러일으킨 점에 대해 검찰의 모든 관계자들께 정중하게 사과드린다”면서 “사과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리라 생각하지 않으며, 어떤 형태의 책임 추궁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며 평소 그 답지 않은 태도를 보였다. 또한 유 이사장은 “저는 비평의 한계를 벗어나 정치적 다툼의 당사자처럼 행동했다”면서 “대립하는 상대방을 ‘악마화’했고 공직자인 검사들의 말을 전적으로 불신했다”며 “과도한 정서적 적대감에 사로잡혔고 논리적 확증편향에 빠졌다”는 철저한 자기반성까지 곁들였다.

그 동안 유 이사장은 검찰의 계좌 추적 의혹 제기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이 상식적으로 납득하지 못할 말들을 쏟아내며 현 정권 옹호와 자신이 속한 진영 편들기의 선봉에 서왔다. 특히, 유 이사장은 조국 전 법무부장관 임명 과정에서 조 전 장관 일가의 비리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된 시점부터는 냉철하고 논리적이던 그 동안의 이미지와는 정반대로 일반인의 생각과는 전혀 동떨어진 발언을 일삼으며, 국민들을 惑世誣民(혹세무민)하는 태도로 일관했다. 대표적으로 유 이사장은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PC반출 의혹과 관련하여 “정경심 교수 입장에서는 증거를 지키기 위한 행동이라”면서 “검찰이 압수수색해 조작할 경우를 대비해 동양대와 집컴퓨터를 복제하려고 반출한 것이라”고 주장했으며, 지난해 9월 25일 개최된 ‘10.4 남북정상선언 13주년 기념 토론회’에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보낸 통지문과 관련하여 “김 위원장의 리더십이 이전과 다르다. 내 느낌에는 계몽군주 같다”라는 망언으로 국민적 공분을 자아내기도 했다. 유 이사장의 이런 발언들은 많은 국민들로부터 현 정권의 옹호와 자신이 속한 진영을 위해서는 물불 안 가린다는 비판의 십자포화를 받아왔다.

유 이사장은 김영춘 의원이 “옳은 말을 저렇게 싸가지 없이 하는 사람을 처음 봤다”고 일침을 가했다는 일화에서 볼 수 있듯이 정치권에서는 ‘까칠함’의 대명사로 통했다. 2003년 4월 26일 민주당 곽치영 의원의 당선무효로 치러진 경기 고양 덕양갑 재선거에서 개혁국민정당의 간판으로 여의도에 입성한 유 이사장은 의원 선서 당일 백바지에 캐주얼 콤비와 라운드 티를 입고 등원해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 등의 거센 반발로 의원선서를 하지 못하고, 결국 다음날 정장을 입고 의원 선서를 하는 등 늘 논란의 중심에 서왔다.

그런 유 이사장도 18대 총선과 2010년 경기지사 낙선을 거치며 정계은퇴를 선언한 후 2016년 1월부터 JTBC의 인기 시사프로그램이었던 ‘썰전’의 진보진영 패널로 출연하여 보수진영 패널인 전원책 변호사 및 박형준 동아대 교수 등과 환상적인 케미를 선보이면서 그 동안의 ‘까칠함’의 대명사라는 이미지를 벗어나, 해박한 지식과 합리적이며 논리적인 인 지식인이라는 인상을 심어주었다. 하지만 그것도 결국 오래가지는 못했다. 2018년 6월 “정치에서 한 걸음 멀어져서 글 쓰는 유시민으로 살면 좋을 것 같다”는 이유를 들어 2년 5개월 동안 정들었던 ‘썰전’에서 하차하더니 불과 2개월만인 그해 8월 진보진영의 정치사관학교로 일컬어지는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의 신임 이사장으로 취임하면서 ‘썰전’ 하차 이유와는 정반대의 길을 걸으며, 현 정권의 옹호와 자신이 속한 진영에 대한 무한 애정을 드러내면서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 막무가내식 발언 등을 일삼았다. 그런 행동이 결국 이번 사과까지 이어지게 된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유 이사장 역시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한때 유 이사장은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故 노회찬 의원과 팟캐스트 ‘노유진’을 진행하는 등 정치적 동지 관계에 있었다. 故 노회찬 의원은 스스로 유명을 달리해 故人(고인)이 됐지만, 유 이사장과 진 전 교수는 대중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인플루언서로서의 위치를 확고하게 점하고 있었다. 그런데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임명에 즈음하여 진 전 교수는 지식인의 덕목에 걸맞게 현 정권의 무능과 위선에 대해 맹렬히 비판하는 등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기 위해 모든 노력을 경주한 결과 많은 국민들이 그의 발언 한마디와 SNS 글 하나하나에 일일이 반응하고 열광하게 되었다. 반면 유 이사장은 어용지식인이라는 자신의 말처럼 누가 보더라도 상식적이고 납득할 수 있는 비판이 아니라 근거도 없는 내용으로 검찰을 비난하며, 현 정권의 옹호에만 열을 올리다 결국 사과를 하고 이제는 검찰의 수사를 받을 처지에 놓여 있다.

무릇 지식인이라면, 양심에 거리낌이 없고, 잘못된 것은 잘못했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갖고 있어야 진정한 지식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 정치적 동지 관계를 맺고 있던 진 전 교수가 진정한 지식인으로 평가받는 반면, 유 이사장은 지식인의 덕목을 갖추지 못한 어용지식인을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유 이사장은 이번 자신의 사과문에서 “누구나 의혹을 제기할 권리가 있지만, 그 권리를 행사할 경우 입증할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이사장의 이번 사과문이 처절한 자기반성에서 나온 진심이라면, 제발 자신 주변의 어용지식인들에게도 반드시 일깨워주기를 간곡히 당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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