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시간 달려온

흰 꽃의 환생처럼

 

찬바람 헤치고

어둠 위에 내려앉은 백색 적막

 

줄기도 없이

하얀 말들이 냉기에 맺혀 번식한다

 

저온에만 피는 꽃

서리는 초겨울의 지문이다

 

저토록 피고 있는 어둠에

감정의 끝이 닿으면

 

분홍 여자도 서리꽃으로 피어날까

 

문밖에는

바람이 차게 운다


- 이현경 시인의 <서리꽃> -

저작권자 © 뉴스티앤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