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마다 엇갈린 통상임금 '신의칙'…대법원, 교통정리 나서나
기업마다 엇갈린 통상임금 '신의칙'…대법원, 교통정리 나서나
  • 연합뉴스
  • 승인 2017.08.31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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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임금은 신의칙 위반" 주장…우량회사선 '불인정'·경영난 회사는 '인정'
1심판결 자축하는 기아차 노조

기아자동차 근로자들이 통상임금을 재산정해 미지급 수당을 달라고 사측에 요구한 것은 '신의 성실의 원칙(신의칙)'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서울중앙지법 1심 판단이 나와 유사 소송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근 금호타이어 근로자들이 낸 통상임금 청구 소송에서는 2심인 광주고법이 정반대로 신의칙에 따라 미지급 수당을 사측이 줄 필요가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통상임금의 대표적 판결인 두 사례를 종합해 보면 사안이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신의칙' 적용 여부는 해당 업체의 경영 상황이나 노사 합의 전례, 협력 수준, 업종별 상황 등을 두루 고려해 개별적·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결정한다는 결론으로 요약된다.

신의칙이란 '상대방의 이익을 배려해야 하고, 형평에 어긋나거나 신뢰를 저버리는 내용 또는 방법으로 권리행사를 해서는 안 된다'는 근대 사법의 대원칙이다. 분쟁 당사자가 적절한 선에서 양보하고 타협하라는 일종의 '절충 한계선'으로 풀이된다.

앞서 대법원은 2013년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통상임금의 정의와 요건, 제한 범위 등에 관한 원칙을 천명한 바 있다. 이때 만들어진 기본 틀을 전제로 하급심 판단은 개별적 상황을 따져 결론을 내려오고 있다.

노조의 주장이 다소 무리해 보인다며 '신의칙 위반'이라고 판단해 사측이 추가 임금을 주지 않아도 된다고 본 광주고법 판결과 노조 주장이 무리하지 않고 사측이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신의칙 위반이 아니다'고 판단한 서울중앙지법 판결은 향후 유사 소송에서도 중요한 판단 근거로 작용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1부는 31일 기아차 노조가 정기상여금과 중식대, 일비를 통상임금에 포함해 각종 미지급 수당을 달라고 낸 소송에서 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노조의 요구가 신의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봤기 때문이다. 노조가 무리한 요구를 한 게 아니라는 취지다.

대법원은 2013년 12월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판단하면서 근로기준법상 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노사 간 합의했다고 해도 그 합의는 효력이 없다고 인정했다.

다만 이 경우라도 근로자들이 노사가 합의한 임금수준을 훨씬 초과하는 예상외의 이익을 추구하고, 그 때문에 경영상 중대한 어려움이 초래되거나 기업 존립이 위태로워진다면 신의칙에 위반돼 추가 수당 지급 요구를 인정하지 않을 수 있다고 봤다.

기아차 소송 재판부는 이런 '신의칙 위반' 주장은 엄격하게 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조 입장에선 근로기준법상 인정되는 권리를 행사하는 것인 만큼 이를 제한하려면 그 조건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이나 '기업 존립의 위태'라는 말이 모두 "모호하고 불확정적인 내용"이라며 "사측의 추가 부담액이 어느 정도가 돼야 그런 요건을 충족한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광주고법은 지난 18일 금호타이어 노조원 4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소송에서 노조원 손을 들어준 1심을 깨고 청구를 기각했다.

금호타이어의 2016년 6월 기준 부채가 4조가량에 달하고, 워크아웃 종료 이후 당기순손실이 큰 폭으로 증가하는 등 경영 사정이 악화하고 있는 점 등을 근거로 노조원들의 추가 수당 청구는 신의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이번 기아차 소송을 심리한 재판부도 사측에 예기치 못한 재정적 부담이 가해질 가능성은 인정했다. 다만 회사가 우량하고 이번 추가 임금 지급으로 입을 타격도 상대적으로 중대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재판부가 이날 노조가 주장한 상여금과 중식대, 일비 가운데 영업활동 수행을 전제로 하는 일비의 경우 고정성이 없다며 통상임금에서 제외한 것은 회사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절충안'이란 평가도 있다.

한편 대법원의 2013년 판결 이후에도 계속해 통상임금 인정을 놓고 엇갈린 판결이 나오는 것은 '신의칙'을 어디까지 인정할지 기준이 명확지 않기 때문이란 지적도 나온다.

결국, 신의칙 적용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대법원에서 최종 정리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경영상 중대한 어려움'이나 '기업 존립 위태'를 초래하는 정도가 어느 정도 범위인지에 대한 해석을 두고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대법원은 하급심 판결이 엇갈린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심리 중이기도 하다.

그 이전까지는 이번 서울중앙지법 1심과 광주고법 2심이 하나의 '참고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다만 이 역시 다른 판결에 영향을 미치는 대법 판례가 아니라 하급심 판결이라는 점에서 유사한 쟁점을 다투는 관련 소송에서 업종·업계별 엇갈린 판단이 지속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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