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 안녕과 질서에 대한 위해의 방지 및 이미 발생한 위해의 제거를 목적으로 하는 국가 활동인 경찰은 국가존립의 목적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근본 기능임이면서 동시에 국가에서 모든 영역과 관련을 맺고 있는 권력기관이다. 즉, 경찰은 검찰이나 법원과 달리 국민들의 생활과 매우 밀접한 권력기관이다.

이처럼 국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경찰조직의 首長(수장)으로 지난달 24일 김창룡 경찰청장이 취임했다. 공교롭게도 검·경 수사권 조정과 맞물린 시점에 취임하게 된 김 청장은 취임 일성으로 “경찰 개혁은 시대정신이자 국민의 준엄한 명령이라”고 역설했다.

김 청장 취임 이후 열흘 정도 지나 치안감급 이상의 경찰 수뇌부 승진 및 전보 인사가 단행되었고,  이후 경무관급 전보 인사가 단행됐으며, 이번 주나 다음 주 정도면 총경 이하 인사가 순차적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매번 경찰 인사 때마다 느끼는 점이지만, 경찰 인사는 다른 조직의 인사와는 달리 예측 가능성이 없는 것 같다. 같은 권력기관인 검찰(검사)이나 법원(법관)의 경우 일반적으로 2월 정기인사를 단행하지만, 경찰의 경우는 “언제쯤 할 것이다”라는 說(설)만 난무하지 실제로 그때 제대로 이루어지는 것을 본 기억이 별로 없다.

검찰이나 법원 뿐만 아니라 광역자치단체나 지방자치단체도 매년 1월 1일자와 7월 1일자에 정기인사를 단행하고 있고, 시·도교육청 역시 일반직의 경우 매년 1월 1일과 7월 1일자에 정기인사를 단행하는 한편 교원의 경우는 3월 1일자와 9월 1일자에 정기인사를 단행한다.

‘人事가 萬事’라는 말처럼 조직은 안정적인 인사가 이루어져야만 제대로 발전할 수 있다. 하지만 10월 31일에 근무 평정을 마감하는 현재의 경찰 시스템으로는 인사의 예측가능성이 담보되지 않아 신뢰를 확보한 안정적인 인사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2020년 우리나라 경찰의 예산은 11조 6,165억원에 불과하지만, 서울시의 2020년 예산은 35조 2,808억원이나 된다. 우리나라 경찰 예산의 3배 이상을 집행하는 서울시도 인사의 예측가능성이 담보되는데, 유독 경찰조직만 인사의 예측가능성이 담보되지 못한다면, 조직에서의 불신도 팽배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 축소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까지 경찰이 가져오게 되면서 조직의 비대화에 대해 일부에서는 ‘공룡경찰’이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는 참에 말이다.

지난달 20일 김 청장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미래통합당 박수영 의원의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고소 사실 외부 유출이 경찰에서 된 것이 아니냐?”는 질의에 “현재까지 모든 정황을 종합해서 보면 경찰에서 유출된 정황은 없는 걸로 알고 있다”고 단호하게 답변한 바 있다. 김 청장의 이런 단호함에 믿음이 간다.

김 청장이 이러한 단호함을 가지고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한층 더 권한이 강해지는 경찰조직을 이끌었으면 한다. 또한 김 청장은 국민에게 신뢰받는 경찰을 만들기 이전에 조직 구성원들부터 인사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심어주어 사기를 높여주는 그런 首長(수장)이었으면 한다. 왜냐하면 김 청장이 “경찰 개혁은 시대정신이자 국민의 준엄한 명령이라”고 취임 일성으로 역설한 것처럼 국민들의 실생활과 가장 밀접한 권력기관인 경찰 인사의 예측가능성 담보 역시 이제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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