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거래 당분간 끊길 듯…"현금 보유한 부자에겐 호재" 관측도

"예상 밖의 강펀치를 맞은 느낌입니다."

세종시가 2일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으로 중복 지정되자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 신도시) 내 부동산중개업소와 일부 주민들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예상하지 못했던 초강력 대책이 제시됐기 때문이다.

투기과열지구 수준 정도를 예측 범위에 뒀던 부동산중개업소들은 한동안 부동산시장 투자 수요가 꺾일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세종시의 경우 금융 규제 부분에 가장 큰 영향을 받게 된 터라 현금을 보유한 부자는 외려 혜택을 볼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이날 세종시 도담동 한 부동산중개업소에선 공인중개사와 주민들이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대책을 놓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지역이 서울 강남·서초·송파·강동구를 비롯한 11개 지역과 함께 '투기지역'으로 묶였다는 소식에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공인중개사는 "서울이나 일부 수도권 아파트와 세종시 아파트의 가격 차이는 아직도 큰 데, 너무 앞서나간 조처 아니냐"며 "부동산시장 전체에 강펀치를 날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부동산중개업소 종사자는 대부분 투기 수요가 크게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솔동에 있는 한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세종시는 실수요자보다는 투자자 위주로 시장이 형성됐던 게 사실"이라며 "정부세종청사에 입주한 국토교통부 공무원들이 그 사실을 모를리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실제 일부 지역에선 아파트값이 한 달에 최대 5천만원까지 뛰었지만, 전셋값은 폭락하는 기현상이 지속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보면 도담동 도램마을 14단지 전용면적 112㎡(23층)는 지난달 마지막 주 8억원에 거래됐다. 지난 3월 6억원대 중반에서 4개월 만에 1억5천만원 가까이 올랐다.

소담동 새샘마을 9단지 전용면적 84㎡는 최근 6개월 새 매달 3천만원 가까이 오르기도 했다.

행정수도 완성 분위기와 인구 유입 등의 호재가 가격에 녹은 영향도 있지만 수도권 '큰손' 투기세력이 싹쓸이 계약을 하는 등 시장 자체가 과열 양상을 띠기 시작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정부가 서울 강남과 똑같은 잣대를 들이댈 수밖에 없었다는 뜻이다.

한 공인중개사는 "지금처럼 프리미엄을 1억원, 2억원씩 주고 거래하는 사례는 당분간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세종시 주민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분양권 매매 여부를 걱정하거나 잔금 대출 방법에 대해 문의하는 글이 쉴 새 없이 올라왔다.

이번 조처는 다주택 보유자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서성권 부동산114 연구원은 "세종시는 이번 대책으로 서울과 비슷한 강도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본다"며 "전매제한이 5년으로 늘어나고 양도소득세가 대폭 증가하는 만큼 그동안 세종시에서 주택 여러 채를 갖고 분양권 장사를 해온 투기 세력에 치명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에선 다량의 현금을 보유한 부자들이 정책의 수혜자가 될 것이라는 비관 섞인 예측도 제시했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이 40%로 일괄 하향 조정하고 주택담보대출 건수를 가구당 1건으로 제한하면 현금을 융통하기 어려운 서민은 청약하기 어려운 점이 있기 때문이다.

세종시 한 공인중개사는 "중산층에선 금융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밖에 없는데, 이 길이 차단될 것"이라며 "넉넉한 현금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실거주자라 하더라도 거래 심리는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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