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회 전 가톨릭 대학교 부총장
김석회 전 가톨릭 대학교 부총장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에서 비롯된 자본주의와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에서 비롯된 공산주의의 사상적 대립 속에서 세계는 두 진영으로 갈라진 채 수 세기 동안 냉전체제를 견지해 왔다. 그리고 양 체제를 주도적으로 이끌어온 미국과 소련은 수 세기를 통해서 군비경쟁에 총력적 국력을 쏟아부어 온 바 있다. 그러던 중 소련의 붕괴와 함께 세계는 탈 냉전시대를 맞게 되었다. 그로써 세계는 지금 미국이 주도하는 자본주의 일변도의 경쟁 속으로 빨려들고 말았다. 그래서 세계는 지금 대포전쟁의 시대로부터 달러전쟁의 시대로 탈바꿈한 지 수십 년이 흘렀다. 물론 달러전쟁이 또 다른 대포전쟁을 불러들일지도 모를 일 이긴 하지만!

우리 인류는 지금 탈 냉전시대의 한복판에서 또 다른 갈등을 겪게 될지도 모를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어느 미래학자는 탈 냉전시대의 도래와 함께 새로운 문명충돌이 야기될 것이라는 예언을 한 바 있다. 그것은 곧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충돌일 수도 있고, 서구문명과 동양문명의 충돌일 수도 있다. 우리 인류가 일찍이 체험한 바 있는 끔찍한 전대미문의 9.11 사태와 그 연장선에서 이어질지도 모를 아이에스의 테러공포 속에서 살아가야 할지도 모르며, 중국 등소평의 개방정책에서 비롯된 중국의 경제적 급부상이 동서 문명의 새로운 문명갈등으로 나타날지도 모른다.

미국 콜롬비아 대학의 에드워드 사이드 교수가 주장한 오리엔탈리즘의 종식이 역사의 새로운 관심사로 제기되고 있지만, 그것은 하나의 가상에 불과할 뿐 인류 역사의 틀을 완전히 바꾸어 놓을 수 있는 이론은 못 된다 하겠다.그 이유는 그가 주장하는 오리엔티앨리즘이란 내용은 서구사회가 일찍이 일구어 놓은 과학 기술 등의 문명이 과학 기술 기타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미개했던 동양사회의 문명을 비하하려 했던 개념인데, 동양사회의 문명수준이 어느 날 갑자기 서구문명을 초월할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중국을 중심으로 한 동양사회가 경제, 과학, 기술, 문화 등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미국을 비롯한 서구문명을 하루아침에 초월하기란 역부족일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비록 중국이 경제적 고도성장을 이룩함으로써 세계 G two 국가로 부상했다고들 하지만. 정치 경제 사회 과학 기술 문화 등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현재의 미국을 초월할 수는 없을 것이므로 미국의 팍스 아메리카나 정책이 이 지구상에서 쉽게 종식되리라고는 단정할 수 없다고 하겠다. 따라서 동서간 문명충돌이 야기될 것이라는 예측은 현실성 없는 가상에 불과할 뿐이다.

오히려 향후 우리가 우려해야만 할 문명충돌은 그간 우리 인류가 저지른 환경오염에서 비롯된 환경파괴의 문명충돌이 아닐 수 없다. 산업화와 문화생활을 영위하는 과정에서 우리 인류가 발생시킨 각종 산업재해는 우리 인류가 살아갈 터전인 지구를 불모지화 하기에 이르렀다. 우리 인류가 살아가는 지구는 공기, 수질, 토양 오염으로 인간에게 어떤 재앙을 불러일으킬지 모를 지경에 이르렀다. 인류문명의 발달이 자초한 병든 지구와 병든 환경과의 문명충돌은 인류의 전멸을 야기시킬지도 모를 일이다. 미래학자들 가운데에는 바이러스가 인류의 종말을 기하게 할지도 모른다고 설파한 적이 있다. 최근에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의 창궐에서 우리는 미래학자의 예언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문명의 끝은 인간의 종말을 자초할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 인류는 환경오염으로 전멸을 당할 스스로의 무덤을 파지 않기를 간절히 기원해 본다.

탈 냉전시대에서 만날 수 있는 또 하나의 문명충돌 요인으로써 도덕과 윤리의 붕괴문제를 들지 않을 수 없다. 천민 자본주의적 가치관이 사회 곳곳에 팽대해 지고 있는 현실에서, 돈이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고 돈이면 어떤 일도 해낼 수 있다는 시대, 그런 시대 속에서 만민은 돈에 취해 살고 있고, 그 속에서 돈의 노예가 된 인간들은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일이라면 그 어떤 쾌락에도 빠져들고 마는 천민적 가치관이 판치는 도덕 불감증의 시대 한복판에서 방황하고 있는 게 우리들의 현실이다.

돈이라면 인간의 고귀한 생명도 파리같이 여기고 있는 그런 세상이 판치고 있다. 있을 수 없는 돈의 마력 때문에 가공할일 들이 촌각을 다투며 일어나는 그런 시대이다. 칼리포니아 도처에 아내교환 클럽이 성행하고 있고, 무신론자인 목사가 종교를 팔고 있으며, 행위예술과 동성연애 등 기상천외할 일들이 여기저기서 난무하고 있으니 문명과 윤리의 충돌이 우리를 불안케 하고 우리를 슬프게 한다. 탈 냉전시대 도처에서 야기되고 있는 이 문명충돌의 굴레에서 벗어날 길은 없단 말 인가? 인류사회는 왜 그다지도 복잡해야만 하는가?

저작권자 © 뉴스티앤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