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준원 박사의 Issue Brief] 청와대를 때리고 어르는 북한의 의도는?
[서준원 박사의 Issue Brief] 청와대를 때리고 어르는 북한의 의도는?
  • 서준원 박사
  • 승인 2020.03.06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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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원 박사 / 뉴스티앤티
서준원 박사 / 뉴스티앤티

김정은이 친서를 보내왔다. 어제만 해도 김여정의 독설이 소개되더니, 오늘은 청와대가 뜬금없이 김정은 친서를 공개한 것이다. 김정은의 친서는 김여정의 독설이 담긴 소식이 알려지면서 남북관계가 난항으로 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던 참의 일인지라 그 의미가 아리송하다. 김여정의 비난에도 아무 말도 못하던 청와대다. 혹시 그사이에 청와대가 북한한테 무슨 메시지를 보낸 것은 아닐까. 아니면 뭔가 쌍방 간의 교감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간에 욕설이 담긴 북한의 비난은 우리 국민의 자존심과 국가의 품격을 속절없이 추락시킨 주역이었다. 그런 연유 탓에 별의별 유추가 다 떠오르지만, 친서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생뚱맞은 일이 아닐 수 없다.

그간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신년사와 신년회견에서 김정은 답방과 남북 철도·도로 연결,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 북한 개별관광 등을 간단없이 언급했다. 이에 따라 통일부도 북한 개별관광 추진 의사를 여러 차례 밝히는 등 어떻게 해서라도 북한과의 연결고리를 이어보겠다고 노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반응은 살벌했다. 북한이 보기에는 우리 정부가 말만 번지르르 하지 실제로 행동을 취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지금도 회자에 오르고 있는 ‘삶은 소대가리’ 등 입에 담기도 거북한 비난성 발언은, 북한의 요구대로 움직여 주지 않는다는 반작용이었다고 본다.

문 대통령은 3·1절 기념사에서도 북한과의 협력을 언급했다. 삼일절 행사에서 내보인 문 대통령의 호의적 발언은, 북한이 쏘아 올린 발사체 2발에 허물어졌다. 그 와중에 김여정의 비난성 독설이 쏟아졌다. 뭔가 북한이 단단히 벼르고 내뱉는 비난이 단순한 조롱이나 신경전을 넘어선 수준이다. 김여정의 비난을 상세하게 살펴보면, 김여정이 직접 작성한 것 같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스위스에서 공부한 김여정은 영어의 바이러스가 아닌 독일어의 비루스(Virus)로 표현하고 있다. 김여정이 직접 작성하지 않고서야 코로나비루스란 표현이 안 나왔을 것이다.

하루아침에 변한 북한의 태도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북한은 자신들이 불리하면 쏟아낸 말과 행동을 언제나 뒤집을 수 있는 심성을 가진 집단이다. 반제국주의와 주체를 강조하지만, 중국과 소련관계를 보면 사대주의적 의존관계가 여전하다. 북한 주민의 생존을 위한 주체가 아니라 대를 이은 김정은 권력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주체를 강조하고 있을 뿐이다. 핵을 갖고 권력유지를 하겠다는 것과, 우리가 한미동맹을 통해 안보를 지키겠다는 것이 뭐가 다른 것인가. 툭하면 한미군사훈련 운운하면서 우리를 비난하고 있지만, 기실 그들은 한미연합훈련 때 바짝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한미연합군이 움직이면 그들도 대응 훈련을 해야 하니, 심리적 불안과 경제적 손실이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시점에서, 김정은의 친서의 의미를 곱씹어 보되 지나치게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 게다가 청와대가 친서의 배경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지만 뭔가 꺼림칙하다. 문 대통령이 오는 4월 총선을 염두에 두고 시진핑과 김정은 방한 카드를 적극 활용하려는 속내를 우리 국민이 이젠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고 본다. 총선승리를 위해서 이것보다 더 좋은 카드가 없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박근혜 전 대통령이 보수대연합을 강조한 그 직후에 친서가 왔다. 북한으로선 보수진영이 거대여당으로 변하길 원치 않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탓에 입지가 좁아지고 민심이 술렁거리는 그런 묘한 시점에 김정은이 친서를 보낸 것이다. 청와대가 맘에 안 들지만, 그렇다고 보수진영의 결집을 마냥 방관할 수 없는 북한이다.

청와대 뺨을 때리고 어르는 모습이 친서형태로 까지 등장했다. 두들겨 맞고서도 아무 말도 못하던 참에, 친서 한 장에 반갑고 고마워하는 청와대의 태도가 서글프고 참 어설픈 현실이다. 어쩌다가 우리가 이 지경에 이르렀는가. 문 대통령 내외가 그렇게 숱하게 해외순방을 했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와 혈투를 벌이는 우리를 어느 국가도 지원하거나 도와주지 않는 것 같아 정말 서운하다. 인간사가 그렇듯 국가관계도 타국의 지도자와 정부 간의 공감과 친분이 중요하다는 점이 새삼스럽다.

벌써 100여 개 국이 한국인 입국금지 조치를 하고 있다. 더 늘어 날 추세지만, 이러다간 정말 국제사회에서 고립무원이 될지도 모르는 딱한 현실이다. 방문국에 입국도 못한 채 지금도 타국에서 격리된 우리 국민들이 무슨 죄가 있단 말인가. 외교부가 부랴부랴 대책반을 여기저기 파견하고 있지만, 긍정적 결과를 기대하기 힘든 처지다. 의학적 봉쇄조치를 하는 국가들을 누가 나무랄 수 있을까, 그래도 도움과 협조 등 격려와 위로라도 받는 게 국제사회에서 통용하는 외교적 예의임에도, 마스크도 부족하고 공포와 두려움에 휩싸인 우리의 현실을 보면 그런 서운함을 따져 볼 여유조차 없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청와대는 김정은의 친서가 이런 다각적인 의미에서 무척 반가웠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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