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재천 변호사(신한금융투자) / 뉴스티앤티

검찰간부들의 돈봉투 만찬 사건에 대해 검찰이 감찰 결과를 발표한지 보름도 더 지났다. 당시 감찰 결과의 요지는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은 청탁금지법을 위반하였지만 안태근 전 검찰국장은 청탁금지법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필자는 검찰의 감찰 결과에 막연한 의문이 있었으나 게으름으로 인해 세밀하게 검토하지 않고 지냈다. 실력 있는 법률가들과 공정한 언론이 의문을 해소해 주리라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름이 지나도록 아무도 의문을 깔끔히 해소해 주지 않아 oo 일보의 지면을 빌어 직접 정리해 보기로 했다.

검찰 합동감찰반의 발표에 따르면 돈봉투 만찬 사건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서울중앙지검장을 비롯한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본부 간부들과 법무부 검찰국 간부들이 2017. 4. 21. 저녁식사를 하였다. 그 자리에서 안태근 당시 검찰국장은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본부의 차장검사, 부장검사에게 100만원 또는 70만원이 든 봉투를 수사비 명목으로 지급했고, 이영렬 당시 서울중앙지검장도 법무부 검찰과장, 형사기획과장에게 각각 100만원이 든 봉투를 격려금 명목으로 지급했다. 참석자 10명의 식대 합계 95만원은 서울중앙지검장의 수행기사가 서울중앙지검의 업무추진비 카드로 결제하였다.

안태근 전 검찰국장은 청탁금지법 위반이 아니라는 검찰 합동감찰반의 판단이 적절한지 여부를 검토하기 위해서는 우선 청탁금지법의 내용을 알아야 한다. '알아야 면장을 한다'(이 말은 아는게 있어야 담벼락을 대하고 있는 것과 같은 답답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청탁금지법에 따르면, 공직자는 직무 관련 여부와 무관하게 1회 100만원 매 회계연도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을 수 없고, 직무와 관련된 경우에는 100만원 이하의 금품도 받을 수 없다. 다만, ⅰ) 공공기관이 소속 공직자나 파견 공직자에게 지급하거나, ⅱ)상급 공직자가 위로, 격려, 포상 등의 목적으로 하급 공직자에게 제공하는 금품은 공직자와 금품 제공자간 직무관련성이 인정되는 경우라 하더라도 수수가 가능하다.

결국 이 사건의 핵심은 안태근 전 검찰국장과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본부의 차장검사, 부장검사 사이에 직무관련성이 인정되는지 여부와 만일 직무 관련성이 인정된다면 예외적으로 금품 수수가 가능한 사유에 해당되는지 여부다.

먼저 직무관련성부터 보자. 안태근 전 검찰국장은 민정수석으로 있던 우병우와 3개월 동안 1천번 이상 전화 통화하였다는 사실 때문에 우병우 전 민정수석 사건 관련하여 검찰의 조사 대상이었다.  그런데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기소한 시점이 돈 봉투 만찬을 갖기 불과 나흘 전이었다.

따라서 우병우 전 민정수석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본부의 차장검사, 부장검사와는 직무관련성이 인정될 수 밖에 없는 관계이고 검찰 합동감찰반의 발표 내용도 직무관련성이 인정된다는 전제에서 이루어졌다. 따라서 안태근 전 검찰국장은 청탁금지법에 따라 원칙적으로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본부의 차장검사, 부장검사에게 어떠한 금품도 제공하여서는 안 되는 위치였다.

그렇다면 다음 문제는 안태근 전 검찰국장이 제공한 돈 봉투가 직무관련성 있는 공직자에게 예외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금품에 해당하느냐이다. 검찰 합동감찰반은 ⅰ) 법무부 직제 규정에 따라 검찰국장은 검찰행정에 대한 일선 검사 지휘, 감독권과  예산 집행권한을 가지고 있어 안태근 전 검찰국장이 지급한 돈봉투는 상급 공직자가 주는 금품이거나, ⅱ) 공공기관인 법무부가 법무부 소속인 검찰 공무원에게 주는 금품에 해당된다는 것으로 판단하였다.

그러나 검찰 합동감찰반의 논리는 궁색하고 법 문언에도 맞지 않는다.

먼저 청탁금지법상 상급자와 하급자는 직무상 명령에 복종하는 관계이어야 하는데, 안태근 전 검찰국장과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본부의 차장검사, 부장검사는 그러한 관계가 아니다. 검찰 합동감찰반이 근거로 삼은 『법무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제 10조 제 2항에서는 검찰국장의 관장 사항을 정하고 있는데, 검찰 합동감찰반의 발표대로 "검찰행정에 대한 일선 검사 지휘, 감독권"을 규정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검찰행정 관계 법령의 입안권"만을 규정하고 있다. 또한 검찰국장이 "검찰 예산 집행권'을 가지고 있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 『법무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에서는 검찰국장에게 "검찰 예산의 편성 및 배정"권한 만을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검찰 합동감찰반이 일선 검사에 대한 지휘, 감독권의 근거로 삼은 직제 규정의 실제 내용은 검찰국장이 일선 검사에 대한 지휘, 감독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다. 안태근 전 검찰국장을 서울중지검 특별수사본부 차장검사, 부장검사의 상급자라고 인정할 근거가 부족하다.

그 다음으로 검찰 합동감찰반은 안태근 전 검찰국장이 법무부를 대표하여 법무부 소속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본부 차장검사, 부장검사에게 돈 봉투를 주었기 때문에 청탁금지법에서 예외적으로 인정한 금품 수수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는데 이 또한 어불성설이다. 당시 안태근 검찰국장이 법무부 대표 자격이라는 근거는 무엇인가? 제공한 돈이 감찰국장이 아니라 법무부가 제공한 것이라는 근거는 무엇인가?  또 돈 봉투 제공에 대한 결정은 어떤 과정을 거쳐 누가 한 것인가 ? 어느 것 하나 명확히 밝혀진 것이 없다. 오히려  저녁식사 자리에서 술잔과 함께 오간 돈 봉투는 국가기관인 법무부가 일선 검사들에게 준 수사비로 보지 않는 것이 일반인의 상식이다. 따라서 안태근 전 검찰국장이 돈 봉투를 제공한 행위를 청탁금지법 위반이 아니라고 섣불리 판단하여서는 아니되는 상황이었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의 공정한 직무수행을 보장하고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의 무너진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다. 예외 사유를 인정할 때에는 법 취지에 맞게 명확한 사실관계와 법령을 근거로 하여야 한다.

다만, 안태근 전 검찰국장의 행위는 청탁금지법 위반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형사처벌 대상이 아닌 과태료 부과대상이다(1인당 100만원 이상은 형사처벌). 그래도 따져야 할 것은 따져야 한다. 그래야 비정상적인 우리 사회가 정상으로 되돌아올 확률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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