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이 제시한 평당 공사비, 지켜지기 힘들 것…업계 한 목소리

노량진1재정비촉진구역(이하 ‘노량진1 재개발’)이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낮은 공사비를 앞세워 특정 건설사와 수의계약을 체결하려 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결국 동작구청까지 꼭 수의계약을 진행할 필요가 없다며 재입찰 방법 검토와 적정 공사비 산정을 제안하고 나섰지만, 시장에선 여전히 수의계약 악용 우려가 큰 상황이다.

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노량진1구역 재개발사업은 지난해 11월과 올해 2월 진행한 두차례 시공사 선정 입찰이 모두 유찰됐다. 노량진뉴타운 가운데 대장주 아파트로 꼽히는 데다 역세권의 입지 강점도 뛰어나지만, 공사비가 턱없이 낮아 사업성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1차 입찰에는 건설사가 한곳도 참여하지 않았고, 2차 입찰에는 포스코이앤씨가 단독으로 참여해 경쟁입찰 요건이 성립되지 않았다.

조합은 이에 단독 응찰한 포스코이앤씨와 수의계약으로 시공사 선정을 추진하려 했으나, 조합원들의 반대와 동작구청의 제동에 시공사 수의계약을 위한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공고를 내고 다수의 시공사에 다시 기회를 부여하겠다고 방침을 바꿨다.

 

동작구청이 노량진1 재개발 조합에 보낸 공문 / 조합원 제공
동작구청이 노량진1 재개발 조합에 보낸 공문 / 조합원 제공

▶ 동작구청, 노량진1 재개발 사업 관련 소송과 공사비 적정성 주시

동작구청은 공문을 통해 조합장 선출 총회에 대한 ‘총회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점을 고려해 시공사 선정계획을 소송에 대한 판결과 조합설립변경인가 시까지 재검토할 것과 적정 공사비 반영, 공사원가 산출 내역에 대한 자문 이행을 제안했다. 수의계약에 대해서는 강행규정이 아니므로 재입찰 방법까지 고려해 비교 분석해 결정할 것을 권고했다.

다만 문제는, 여전히 조합이 저가 공사비로 입찰을 공고해 유찰을 유도하고 수의계약을 통해 제 입맛에 맞는 시공사를 선정하려고 한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입찰이 포스코이앤씨와 수의계약 체결을 위한 보여주기식 공고라고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며 "실제 유수의 건설사들이 수주 의지를 표명하며 입찰을 적극 검토했는데, 포스코이앤씨는 수주활동 없이 1차 입찰에 참여하지 않다가 돌연 새 조합장이 당선된 후 2차 입찰에 홀로 참여하고, 수의계약을 추진하려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업계 관계자도 "현재 전 조합 임원과 사무장(현 조합장)을 대상으로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이고, 새로 선출된 조합장은 부정선거 논란에 휩싸여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들어간 상태인데, 아직 판결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조합장이 제 입맛에 맞는 시공사를 선정하고 나면 법적 분쟁이나 여러 방면에서 도움을 받을 수가 있어 수의계약을 강행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조합과 시공자가 공생관계를 형성할 경우 피해는 고스란히 조합원들의 몫”이라고 유착을 경계했다.

▶ 노량진1구역 공사비 3.3㎡(1평)당 공사비가 730만원, 현실적으로 불가…시공사 선정 후 공사비 인상 필연적

더욱이 시장에선 저가 수주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노량진1구역은 3.3㎡(1평)당 공사비가 730만원으로 책정됐다. 최근 정비사업 입찰공고 공사비가 800~1000만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최근 정비사업 입찰공고 공사비 / 조달청 나라장터 참조
최근 정비사업 입찰공고 공사비 / 조달청 나라장터 참조

실제 지난달 20일 시공사 입찰 공고를 낸 남영동 업무지구2구역 평당 공사비는 1070만원에 달하기도 했다. 노량진1구역보다 평당 340만원 높은 셈이다. 다른 곳도 상황은 비슷하다. 같은 달 입찰공고를 낸 신반포27차 재건축의 평당 공사비는 959만원이었고, 신반포 12차 재건축은 897만원, 산호아파트 재건축은 830만원, 가락삼익맨숀 재건축은 809만원이었다.

저가 공사비로 일단 수주를 해놓고 향후 공사비를 올려 재개발 추진 과정에서 잇단 분쟁과 다양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잇따르는 이유다. 노량진3구역 한 조합원은 "2022년 포스코를 시공사로 선정한 뒤 현재 조합원 분양신청을 진행 중인데, 일반 분양가와 1억원 차이밖에 나지 않는 높은 조합원 분양가로 불만이 큰 상황"이라며 "분명히 노량진1구역도 수주 이후 공사비가 대폭 올라갈 것인데, 현재의 낮은 공사비로 앞으로 조합원 분담금이 얼마나 올라갈 지 남의 일 같지가 않다"고 전했다.

노량진1구역 조합원도 "조합이 현재 중대형 평형 설계 변경을 통해 앞으로 얼마나 공사비가 올라갈지 모르겠지만, 현재 공사비가 최종 공사비가 될 것이라 생각하는 조합원들은 없을 것"이라며 "차라리 적정 공사비로 브랜드 있는 시공사도 입찰에 많이 참여했으면 좋겠다는 목소리도 많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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