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에 재난문자 수신 기능 없으면 '불가'

'수락산 산불' 등산객·주민 유의 당부 재난문자 / 연합뉴스

재난 상황 시 국민안전처가 발송하는 긴급 문자메시지가 휴대전화별 특정 기능의 탑재 유무에 따라 수신 여부가 갈리는 것으로 나타나 개선이 시급한 실정이다.

13일 안전처에 따르면 태풍·호우·폭염·황사 등 '자연재해'나 정전·붕괴·화재·가스누출 등 '사회재난'이 일어나면 안전처는 발생지역에 있는 휴대전화 이용자에게 '문자메시지 송출 서비스(CBS·CELL BROADCASTING SERVICE)'를 통해 긴급 재난문자를 전송한다.

안전처가 재난이 발생한 해당 시·군 ·구 등 지자체 요청으로 발송하지만 재난 상황의 규모나 파급 정도에 따라 중앙재난안전상황실이 자체 판단해 문자를 보내기도 한다.

재난안전상황실에서 보내는 문자는 재난 발생지역 내 이동통신사 기지국을 통해 역내에 머물고 있는 휴대전화 이용자 전체에게 발송된다.

하지만 같은 사고 발생지역에 있더라도 누구는 긴급 재난문자를 여러 차례 받는 반면 다른 이는 아예 문자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빚어진다.

이는 재난문자를 수신하는 CBS 기능이 휴대전화 기기에 탑재돼 있는지 여부에 따라 갈린 것이다.

2014년 1월 2일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CBS 수신기능 탑재가 의무화돼 이 시점 이후 휴대전화 대부분은 관련 기능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제조사가 CBS 수신 기능을 넣지 않더라도 과태료 부과 등 제재 조항이 없어 기능을 탑재하지 않는 '꼼수'를 부렸을 가능성이 있다.

폴더폰으로 대변되는 2세대(G) 휴대전화는 CBS 수신 기능 여부가 제조사 임의 선택 사항이라 제품별로 차이가 있다.

3G 통신망을 쓰는 휴대전화는 CBS 수신 기능이 없다. CBS 수신기능을 탑재하면 기기 배터리 소모 가능성이 커 기능 자체를 넣지 않았다는 것이다.
 

11일 서울 서남부 대규모 정전...캄캄한 테크노마트 / 연합뉴스

전체 2∼4G 전화 이용자 중 CBS 수신기능이 없는 휴대전화를 쓰는 이는 전국적으로 최대 1천500만명 정도가 될 것으로 안전처는 추정하고 있다.

CBS 기능탑재 문제는 휴대전화 제조사와 연관이 많아 안전처 자체적으로 마땅한 개선책을 내놓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다만, 재난문자 수신이 어려운 이용자에게 '안전디딤돌' 앱을 다운받아 재난문자와 같은 내용의 푸시 서비스를 받아볼 수 있도록 안전처는 안내하고 있다.

안전처 관계자는 "CBS 수신기능이 있더라도 다양한 이유로 재난 문자를 못 받는 분들을 위해 휴대전화 제조사, 이통사와 원인을 파악하려 한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안전처가 재난문자를 발생지역 구분 없이 광범위하게 발송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문자 발송 지역을 제한한 탓에 해당 지역을 벗어난 거주민이나 인접 지역민이 위급 상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안전처 관계자는 "걸려오는 민원 전화의 상당수가 '왜 나한테 이런 (재난) 문자를 보냈느냐'는 것"이라며 "지역 제한 없이 문자를 보낼 경우 지금 상황보다 더한 (항의) 전화를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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