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한국조선해양이 최근 현 정부의 정치권 인사를 사외이사로 영입하면서 논란을 빚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HD현대중공업의 조선업 중간 지주회사다. 현재 HD현대중공업은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 관련 불법 군사기밀 탈취 및 청렴 서약 위반에 따른 혐의로 이달 27일로 예정된 방사청 주관 계약심의위원회를 통해 부정당업자 제재 심의를 앞두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윤석열 정부의 초대 국가안보실장을 역임한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를 사외이사 자리에 앉히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방산업계에서는 HD현대중공업이 이번 제재를 무마하거나 처벌의 수위를 완화하려는 포석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의 지주회사인 HD한국조선해양은 김 전 실장을 신임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으로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한 전 실장은 미국 텍사스 대학교 오스틴 정치학 박사로 1994년 국무총리 자문 국제화추진위원회 전문위원직을 시작으로 최근까지 국가 외교 및 안보 관련 전문가로 활동해 왔다. 2007년 고려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직을 포함하더라도 조선·해양 플랜트, 그린에너지 산업 등 HD한국조선해양의 주요 사업 영역과는 전혀 관련성이 없는 경력의 소유자다. 국가안보 책임자였던 공직자가 정부의 제재 심사를 앞두고 있는 방산업체에 취업하는 것이 공직자 윤리에 반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방산업계 관계자들은 “KDDX 사업 향배 뿐만 아니라 HD현대중공업의 해양 방산분야 입찰참가자격 제한 심의를 앞두고 있는 현시점에 김성한 교수를 사외이사로 영입하는 것은 대정부 로비를 목적으로 한 것으로 비춰질 수 밖에 없다”며 “국가기밀을 조직적으로 불법 탈취한 잘못에 대한 진정한 반성 없이, 제재만을 피하려는 꼼수”라고 지적하고 있다.

KDDX사업은 지난 2012년 한화오션(구 대우조선해양)의 개념설계 사업을 통해 시작된 6,000톤급 한국형 차기 구축함 사업이다. 선체부터 각종 무기체계까지 모두 국내 기술로 건조하게 되는 첫 국산 구축함 사업이다. 한화오션의 개념설계에 이어 2020년 HD현대중공업이 기본설계 사업을 수주했다.

총 7조 8000억 원 규모가 예상되는 이 사업을 두고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맞붙게 되는 가운데, HD현대중공업의 입찰참가 제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방위사업청은 오는 27일 계약심의위원회를 열고 군사기밀 불법 취득으로 논란이 된 HD현대중공업의 입찰참가 제한 안건을 심의한다. HD현대중공업 직원 9인은 한국형 차기 구축함 사업 등과 관련한 군사기밀을 몰래 취득해 회사 내 비인가서버로 공유, 군사기밀보호법을 위반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전원 최종 유죄 판결 확정을 받았다.

최근 보도를 통해 공개된 HD현대중공업의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관련 판결문에는 이들이 3년간 III급 군사 비밀을 8회 이상 탈취했던 정황이 낱낱이 기록되어 있다. 이들이 오랜 기간 군사기밀을 탈취하고 회사 내 비인가 서버에 저장해 온 행위는 HD현대중공업의 경영진이 개입된 회사 차원의 조직적 계획범죄라는 사실을 누구나 인식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일부 울산 정치인들은 ‘HD현대중공업의 KDDX 사업 수주 실패 시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는 일감이 없어 경영난에 처할 수 있다’는 사실과 다른 주장도 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2024년 2월 현재 광개토대왕급 구축함 배치-II 3척과 울산급 호위함 배치-III 1척 등 총 13척의 수상함 수주 잔량을 기록하고 있다. 내년말까지 4척, 2028년말까지 차례대로 나머지 9척을 인도하는 일정이다. 올해 인도를 앞두고 있는 잠수함 구조함 1척과 작년 하반기에 수주한 울산급 호위함 배치-III 2척 등 총 3척의 수상함 수주 잔량 밖에 없는 한화오션과 비교하면 월등히 많은 수주 잔량인 셈이다. 향후 KDDX 건조 사업에서 HD현대중공업이 배제될 경우 한화오션의 독점이 우려된다는 주장은 전혀 설득력이 없는 주장이라는 반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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