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6월 개헌 국민투표를 1년 앞두고...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한 내년 6월 개헌 국민투표를 1년 앞두고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사이에 최고 사법기관의 역할과 기능을 둘러싼 본격적인 권한 다툼이 시작됐다.

이 결과에 따라 양 기관의 위상에 변동이 생길 수 있어 사력을 다한 물밑 싸움이 이어질 전망이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최근 '경제생활 영역의 명령, 규칙에 대한 법원의 위헌성 심사방법'이란 주제의 연구 용역 입찰을 긴급 공고했다. 명령·규칙이란 대통령령(시행령), 부령(시행규칙)과 같은 하위 규범을 뜻한다.

대법원은 연구 제안서에서 "헌재가 '명령·규칙에 대한 위헌성 심사'를 헌재의 관장사항이라 주장하며 '명령·규칙의 규범통제권'을 헌재로 이관하는 헌법 개정을 강하게 주창하고 있다"고 연구에 나선 경위를 밝혔다.

이어 "법원이 헌법이 수여한 명령·규칙의 규범통제권을 그 취지에 맞게 활용할 수 있도록 위헌성 심사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며 "헌재의 명령·규칙에 대한 위헌성 심사의 문제점도 같이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이는 이번 개헌에서 대대적인 사법권 확장을 꾀하는 헌재에 맞서 방어논리를 개발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조세, 금융, 보건, 복지, 노동, 환경, 교육, 산업 등 정부의 대부분 규제가 시행령 등으로 구체화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를 무력화할 수 있는 위헌심사는 어마어마한 힘을 지닌다.
 

문 열리는 개헌 논의 / 연합뉴스

헌법 제107조는 국회가 제정한 '법률'은 헌재가 위헌을 판단하고, 행정부가 만드는 '명령·규칙'의 위헌성은 법원이 판가름하도록 이원화돼있다. 그러나 헌재가 1990년 '헌재도 특정 상황에서 명령·규칙을 위헌심사할 수 있다'고 스스로 해석한 뒤 헌법소원을 받기 시작하면서 현재는 양 기관에서 각각 심사가 벌어지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대법원과 헌재가 같은 명령·규칙을 놓고 다른 판단을 내려 혼란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헌재는 헌법에 대한 법리 판단인 만큼 법률·명령·규칙의 위헌심사도 헌재로 일원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이수 헌재소장 후보자도 8일 청문회에서 법령 위헌성 심사를 헌재로 통합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법원은 헌재의 지나친 권한 확대 욕심이라고 반박한다.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 자문위원회에서도 헌재 주장이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는 상황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양 기관의 '개헌 전선'에서 가장 격전이 벌어지는 주제는 '재판소원'이다. 재판소원이란 확정된 판결을 헌재가 다시 심사해 위헌성이 있는지 판단하는 심판제도다. 이는 헌재가 대법원 판결을 무효로 만들 수 있는 대법원 위의 사실상 '4심'이 되는 셈이어서 상당한 논란거리가 될 전망이다.

개헌특위 자문위에선 재판소원을 개헌이 아닌 법률 개정을 통해 가능하다고 보는 것으로 전해져 대법원은 비상이 걸린 상태다. 이 밖에도 현재 대법원 단심으로 심리하는 '선거무효 사건'을 헌재로 이관하는 방안도 양 기관의 자존심이 걸린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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