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지 우려' 사업장은 평당 520만원에 계약

기 착공한 현장에선 공사비 50% 증액 요구

계약 해지 어려운 사업장만 고액 적용 의혹

GS건설 사옥 전경 / 사진 건설사 제공
GS건설 사옥 전경 / 사진 건설사 제공

GS건설이 정비사업장 상황에 따라 들쑥날쑥한 공사비를 책정해 '이중 잣대' 논란을 낳고 있다. 계약 해지 우려가 있거나 신규 수주하려는 사업장에서는 낮은 공사비로 표심을 잡고, 이미 착공에 들어가 해지가 어려운 현장에서는 무리하게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GS건설의 자사 ‘입맛대로’ 식 공사비 책정에 일각에서는 부족한 이윤을 다른 사업장에서 메꾸는 일종의 ‘공사비 돌려막기’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19일 정비 업계 따르면 GS건설은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한 고양시 덕양구 토당동 능곡2구역 재개발 사업지에서 최근 3.3㎡(1평)당 공사비520만원으로 조합과 본계약을 체결했다. 이 사업장은 GS건설 컨소시엄이 2016년 시공권을 따냈으나, 본계약 체결 전 인천검단 붕괴사고로 조합 내에서 시공사 교체 여론이 강하게 일었던 곳이다.

업계에서는 최근 시장가 대비 저렴한 공사비 덕분에 본계약까지 체결할 수 있었다고 입을 모은다. 조합 내에서도 공사비를 낮추는 과정에서 옵션과 혜택이 줄기는 했지만, 평균 대비 낮은 공사비로 계약을 채결해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GS건설의 저렴한 공사비가 시공권 방어나 신규 수주 시에만 적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GS건설은 지난 2021년 11월 착공에 들어가 시공사 교체가 어려운 서울 강남구 신반포4지구(메이플자이)에서는 당초 9300억원이었던 공사비를 1조4000억원으로 총 4700억원(50%) 증액해달라고 요구해 현재 조합과 갈등을 빚고 있다.

신반포4지구 조합은 계약 당시 물가 상승률 반영 조건을 '도급 계약 체결부터 착공 전'으로 설정했기 때문에 GS건설의 요구를 받아드릴 수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최악의 공사 중단 사태를 막기 위해 우선 올해 초 공사비를 1980억원 늘린 1조1332억원에 협의하고 준공시기도 종전 2024년 8월에서 2025년 4월로 늦췄다.

양측은 이후 나머지 공사비 증액분에 대해 한국부동산원에 공사비 검증을 맡겼고, 부동산원은 GS건설이 요구한 증액 분 가운데 2186억원만 적당하다는 검증 결과를 통보했다. 사실상 부동산원도 GS건설이 요구한 액수가 '과도하다'는 의견을 낸 셈이다. GS건설이 이미 착공에 들어가 계약 해지가 어려운 사업장에서는 무리한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 착공 전인 정비사업장은 공사비가 맞지 않으면 뒤늦게라도 시공사를 교체하는 식의 대안을 찾을 수가 있지만, 이미 공사가 상당 부분 진행된 상태에선 사실상 시공사 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조합이 시공사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특히 조합들이 제2의 둔촌주공 사태를 막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합의할 수밖에 없는 것을 알기 때문에 시공사 측에서 이를 악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신반포4지구 조감도 / 정비사업 정보몽땅
신반포4지구 조감도 / 정비사업 정보몽땅

더욱이 GS건설이 무리하게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는 곳은 이 뿐만이 아니다.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3구역 재개발 조합은 GS건설 측 시공단 요구로 지난해만 해도 1조3393억원이었던 공사비를 올해 2조1540억원으로 8147억원(60%) 올려 잡기도 했다. 

GS건설은 반대로 최근 업계 평균보다 낮은 3.3㎡당 730만원의 공사비로 시공사 선정에 나선 서울 동작구 노량진1구역에서는 또 입찰 참여 의사를 내비춰 ‘입맛대로 공사비’ 적용 의혹을 더욱 키우고 있다. 총 1조1000억원 규모로 추진되는 노량진1구역 공사비는 GS건설이 신반포4지구에서 증액을 요구한 액수보다 3.3㎡당 20만원가량 적을 뿐만 아니라 총 공사비도 3000억원 정도 적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인천 검단아파트 붕괴 사고로 대규모 적자가 난 GS건설이 손실 만회를 위해 시공권 방어와 신규 수주가 절실한 곳에는 공사비를 저렴하게 책정하고, 부족한 이윤은 계약 해지가 어려운 다른 사업장에서 메우려 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GS건설은 현재 인천 검단 아파트 붕괴사고로 5500억원의 재시공 비용이 발생해 손실 만회와 이윤 보전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라며 “가뜩이나 부실시공으로 이미지도 안 좋은 상황에서 시공권을 지키고, 수주를 하려다 보니 다른 사업장에서 필요 이상의 ‘비용 전가’를 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GS건설은 올해 2분기 영업손실 4137억원과 당기 순손실 280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3조4951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4.67% 올랐지만, 2분기 인천 검단아파트 재시공에 따른 결산손실 5500억원을 일시에 반영하면서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GS건설이 분기 기준 영업적자를 기록한 것은 2014년 1분기 이후 10년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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