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차별 칼부림 '빈발'…집계된 살인예고만 187건

"내가 그 피해자 될지도"…불안한 시민들

전국적으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흉악 범죄와 살인예고가 급증하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이 극에 달하고 있다. (사진=지난 4일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흉기를 소지한 채 돌아다닌 피의자가 체포되고 있다. / 독자 제공)

전국적으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흉악 범죄와 살인예고가 급증하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이 극에 달하고 있다.

특히 범행이 터미널, 역사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서 발생됨에 따라 시민들은 다중밀집지역 접근을 꺼리고 있다.

 

▶ 무차별 칼부림 '빈발'…집계된 살인예고만 187건

8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신림역 칼부림 사건을 기점으로 묻지마 범죄와 살인 예고 등이 잇따르고 있다.

신림역 사건이 일어난 지 약 2주 만인 지난 3일 경기도 분당 서현역에서도 무차별 흉기 난동이 벌어졌다. 

지난 4일 대전 대덕구에서는 20대 남성이 고등학교 교사를 찌르고 도주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같은 날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 지하상가에서도 20대 남성이 흉기를 소지한 채 배회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온라인에서도 칼부림을 암시하는 살인 예고 글이 쏟아지고 있다.

경찰은 신림 사건 이후 살인예고 관련 사건 187건을 입건하고 이 중 59명을 검거, 2명을 송치했다.

검거된 59명 중 10대가 34명으로 전체 중 57.6%를 자치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칼부림 등 테러 발생·예고 장소를 지도상에서 확인할 수 있는 '테러리스'에는 지난 7일 기준 52건의 테러 경고가 올라왔다.

지난 6일 서비스한 테러리스에는 하루 만에 5만여 명이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에 퍼진 흉기난동 주의 사진  / 독자 제공
온라인에 퍼진 흉기난동 주의 사진  / 독자 제공

▶ "내 몸 내가 지켜야"…호신용품 거래 '급증'

시민들의 불안감이 증가하면서 삼단봉, 호루라기, 스프레이 등 호신용품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11번가와 인터파크쇼핑은 지난 6월 22일~7월 3일까지 호신용품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02%, 399% 증가했다.

G마켓도 지난 7월 22일부터 이달 3일까지 2주간 호신용품 매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243%나 올랐다.

네이버쇼핑에서도 호신용품이 주요 검색어 순위권에서 수 일째 자리를 지키는 등 관련 키워드 검색량도 서현역 사건을 기점으로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1위는 호신용품, 2위는 호신용 스프레이, 3위는 삼단봉으로 집계됐다.

 

온라인에 퍼진 흉기 난동 주의 사진 / 독자 제공
온라인에 퍼진 흉기 난동 주의 사진 / 독자 제공

▶ 사고현장·흉기난동 제보 등 SNS서 전파…트라우마 우려

늘어난 묻지마 흉악범죄와 봇물처럼 터져 나오는 살인예고에 시민들의 불안감은 고조되고 있다.

특히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현장 사진과 영상이 다수 퍼지면서 이를 접한 시민들은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5일 의정부경찰서에는 '검정 후드티를 입은 남자가 흉기를 들고 다닌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애꿎은 중학생 A 군을 범인으로 오인, 진압하는 일이 벌어졌다.

A 군은 경찰의 체포 과정에서 심하게 다쳐 현재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지난 6일 벌어진 서울지하철 9호선 소동도 시민들의 높아진 불안감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날 BTS 콘서트를 보고 귀가하던 팬들은 맴버 슈가의 영상을 보고 환호한 것이었으나 큰 비명소리에 놀란 승객들은 두려움과 혼란에 빠졌고 이 과정에서 열차가 신논현역에 급히 정차해 많은 시민들이 타박상을 입었다.

 

온라인에 퍼진 살인예고 사진 / 독자 제공
온라인에 퍼진 살인예고 사진 / 독자 제공

▶ "내가 그 피해자 될지도"…불안한 시민들

사회는 잇따른 묻지마 범죄와 살인예고로 두려움에 휩싸이고 있다.

시민들은 대중교통, 대형마트 등 다중밀집지역을 피하는 것은 물론, 모르는 사람을 경계하게 된다고 입을 모았다.

20대 대학생 박 씨는 "연이은 사건 사고로 일상이 공포다"라며 "작은 소리만 나도 뒤를 돌아보는 버릇이 생겼다"고 토로했다.

20대 직장인 김 씨는 "항상 대중교통으로 출퇴근을 했는데 요즘엔 택시로 이동한다"며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대형마트나 역사도 꺼리게 된다"고 털어놨다.

30대 교사 장 씨는 "최근 일어난 학교 흉기 피습 사건 이후 트라우마가 생겼다"며 "학교에 누가 찾아오기라도 하면 두려운 마음이 먼저 든다"고 우려했다.

30대 직장인 이 씨는 "마주 보며 걸어오는 사람들을 보면 경계하게 된다"며 "정부와 지자체가 조현병이나 피해 망상을 가진 정신질환자들을 엄격하게 관리해 줬으면 좋겠다"고 피력했다.

30대 대학원생 김 씨는 "언제든지 내가 그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방검복을 구매해 입고 다녀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 중"이라고 설명했다.

40대 자영업자 정 씨는 "장거리 여름휴가를 계획하고 있었는데 포기했다"며 "올해는 사람들이 많은 관광지보다 시원한 집에서 쉴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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