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선 국민의힘 당진시 당협위원장(세한대 특임부총장 / 전 경기지방경찰청장)

정용선 국민의힘 당진시 당협위원장(세한대 특임부총장 / 전 경기지방경찰청장)
정용선 국민의힘 당진시 당협위원장(세한대 특임부총장 / 전 경기지방경찰청장)

영국이 인도를 식민 지배할 당시 코브라에 물려 숨지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코브라를 잡아 오면 포상금을 주겠다는 정책을 펼쳤다. 처음에는 코브라가 줄어드는 듯했으나, 포상금에 재미를 붙인 인도인들이 되레 코브라를 사육하기 시작했다. 자초지종을 확인한 정부는 포상금 정책을 포기했고 이후 판매처를 상실한 사육자들이 숲속에 코브라를 풀어 버리면서 결과적으로 코브라 숫자는 과거보다 더 늘어나고 말았다. 이를 ‘코브라 효과’라고 한다.

프랑스 대혁명 직후 로베스피에르는 어린이들에게 우유를 많이 먹여야 한다는 좋은 의도에서 강제로 우유 가격을 절반으로 인하하도록 명령하였다. 값은 내렸지만 사려는 사람들은 줄을 서야만 했다. 더 큰 문제는 시간이 갈수록 점차 우유가 줄어들고 가격마저 폭등했다. 낙농업자들이 원유 가격 하락으로 이익이 급감하자 아예 원유 생산을 포기하고 젖소를 도축하여 고기와 가죽을 팔아넘긴 결과다.

1950년대 세계 7대 강국이던 아르헨티나가 빈국으로 전락한 원인도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것에 학자들은 큰 이견이 없다. 석유 매장량 세계 1위를 자랑하던 베네수엘라는 1999년 우고 차베스 대통령 취임 이후 인기 영합주의에 빠진 복지정책으로 불과 10년도 되지 않아 금융위기에 빠졌다.

이처럼 자유시장경제 원리를 무시하거나, 일시적인 인기 위주의 포퓰리즘에 치우친 정책들은 그 의도나 목적이 아무리 선하고 좋다고 하더라도 예상과 달리 불행한 결과를 초래해 왔다. 위정자들의 잘못된 정책 결정이 국민들에게 얼마나 큰 피해를 안겨주는지 말해주는 대목이다.

민주당은 쌀 생산량이 수요 대비 3%를 초과하거나 수확기 쌀값이 전년에 비해 5% 이상 하락하면 정부가 의무적으로 쌀을 매입하도록 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강행 처리할 태세다. 여야를 막론하고, 아니 초등학생들마저 농업인들이 땀 흘려 수확한 쌀이 적정 가격을 받아야 한다거나 쌀값이 안정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다만, 이를 위해 어떤 정책 수단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180도 달라지게 마련이다.

생명산업이라 불리우는 쌀을 일반 상품처럼 완전 자유시장경제에 맡기자는 주장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쌀값 안정과 농민 보호를 위한 정책수단이 정부의 의무적 매입이나 시장격리뿐인지 면밀한 검토와 충분한 토론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소한 기존 양곡관리법이 어떻게 운영돼왔고, 어느 정도의 효과가 있었는지라도 제대로 살펴봐야 할 것 아닌가?

이러한 과정 없이 도출된 민주당의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장기적으로 오히려 더 나쁜 결과를 초래할 게 뻔하다. 여당과 정부의 반대도 그 같은 이유 때문이다. 이 법률이 통과되면 매년 1조 원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한다. 쌀값 안정과 농민 보호를 위해 수용 가능한 액수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쌀 가격이 절대적으로 보장되면, 그동안 대체 작물을 재배했던 농민들도 쌀농사로 뛰어들 소지가 크다. 70년대에나 볼 수 있었던 ‘밭벼’가 다시 등장하지 말란 법도 없다. 쌀 외의 타 작물 재배 농가들도 곡물 가격이 하락하면 정부가 모두 책임질 것을 요구하지 말란 법도 없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의 양곡관리법이 현실화 될 경우 2년만 지나면 양곡 창고마다 소비되지 않은 쌀로 가득 채워질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한다. 우리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이 지난 40년 동안 해마다 평균 1kg씩 감소하여 지난 해에는 56.7kg에 불과한 현실에서 정부 비축량만 늘어나는 것은 장기적으로 더욱 가파른 가격 하락을 유발할 수도 있다.

이미 민주당 정권은 문재인 정부 때 이같이 자유시장경제 원리를 무시하고, 선거만을 의식한 포퓰리즘 정책을 추진하여 번번이 실패했던 과오를 안고 있다. 그 뒷감당은 민주당 정권이 아닌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되었다. 세계에서 가장 기술력이 우수했던 원자력 발전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영화 한 편 보고 난 뒤 탈원전을 선언하면서 당장 연초에 전기요금 폭탄으로 되돌아왔다. 집값을 잡겠다고 23차례나 졸속으로 규제 일변도의 가격 안정 대책을 밀어붙인 결과는 어땠나? 집값 안정은커녕 오히려 폭등을 유발했고, 급기야 평생 내 집 마련을 못 할지 모른다고 걱정한 젊은이들이 영끌 투자를 했다가 이자 폭탄에 허덕이는 ‘하우스 푸어’로 전락하고 말았다.

소득주도성장이라는 경제학 교과서에도 찾아보기 어려운 이론에 근거하여 최저임금을 경제성장율에 비하여 급격하게 인상한 이후 중소기업은 물론이고 농촌에서도 일당 15만원을 주지 않으면 일손을 구할 수 없게 되었다. 내 농지에 농사짓는 것보다 날품팔이 하는 게 낫다고 할 정도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생산비에 전이되면서 각종 물가가 급등하고, 근로자 고용에 어려움을 겪다 보니 신규 투자를 기피하여 좋은 일자리는 더욱 부족해졌다. 국제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드디어 작년부터 무역수지가 수 백 억의 적자로 돌아서고 말았다.

지도자나 리더의 중요한 역할로 명확한 ‘비전 제시’를 꼽는다. 해당 조직이 나아갈 경로나 수단을 잘 선택해야 한다는 의미다. 등산을 하더라도 리더가 각자의 체력과 경험을 고려하지 않은 채 빨리 정상에만 올라가려고 급경사 단기 코스만을 고집한다면 상당수가 중간에 탈진하거나 포기하는 난관에 직면하기 쉽다.

‘잘사는 농업농촌’은 모든 자유민주주의 국가에 주어진 공통의 목표이지만,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정책 수단을 선택하는 일은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안목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쌀값 안정은 정부와 농업인들의 합의 하에 소비 촉진과 해외 원조 등의 수요 확대 정책과 함께 대체 농작물 재배나 휴경 등 쌀 생산량 조절 정책이 동시에 추진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쌀값 안정뿐만 아니라 식량 자급률 제고라는 두 마리 토기를 잡을 수 있는 것이다.

지금 농업인을 비롯한 국민들은 당장의 이익보다는 미래를 향해 장기적인 안목에서 합리적인 농업정책을 결정하는 국회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따라서 민주당은 다수당임을 내세워 잘못된 농업 정책을 선택함으로써 가뜩이나 어려워진 농업농촌의 현실을 더욱 악화시키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 국민들은 이미 민주당 정부 5년 동안 ‘선한 의도만으로는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한다’는 뼈아픈 교훈을 충분히 경험하고 깨달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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