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희 수필가
박선희 수필가

2018.02.27.(화) 오늘은 이번 달 들어 가장 바쁜 날이다.

점심에는 청주로 이사 하는 친구와 점심약속이 있고 오후엔 묘광법사님의 정초 순회법회가 열리는 날이고, 저녁엔 김용복 작가님 집에서 저녁 모임이 있다. 법당에 가는 날은 보통 화장기 없는 얼굴에 옷도 수수하게 입고 가는 편인데 오늘은 여러 군데 가야하니 어쩔까 망설여진다.

그래, 남들 앞에 잘 보여야지 하는 분별심이 일어나 거울 앞에서 시간을 많이 보낸 뒤 집을 나섰다.

길순씨와 경임씨와 같이 우리 동네에 새로 생긴 파스타 집에서 식사를 했는데 나는 마음이 바빠서인지 거의 먹는 이야기만 했던 것 같다. 궁동의 마오차이가 맛있다는 둥 하면서..

암튼 아쉬움을 남긴 채, 날을 잡았다는 딸의 결혼식에서 또 보자하고 관평동 법당으로 갔다.

 

묘광법사님이 벌써 와 계시다.

정말 내게 고마운 분이다. 나의 고민을 들어주시고 다시 불법으로 이끄신 분. 돌아가면서 자신의 고민이나 질문을 하는 시간이었다. 요즘 어딜 가나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너무 잘 한다는 걸 느낀다.

정말 말들도 많다. 나는 좀 이야기를 충분히 하려해도 이미 마음속에서 정리가 되어 나오는 말은 항상 단순 명료하다. 그래서 어쩌면 손해(?)도 많이 보며 살아왔던 것 같다. 뒤늦게 고쳐보려 하는데 잘 안 된다. 타고난 성향이라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간담회는 2시간이면 끝날 줄 알았는데 3시간이나 걸렸다. 중간에 나올 수도 없어서 5시에 출발하여 갈마동으로 달렸다. 퇴근시간이 아직 아닌데도 이미 차들이 많아져서 미리 가서 준비를 도와 드려야하는데 하며 슬슬 걱정이 되었다.

선생님은 혼자서 어쩌자고 손님을 치르시는 것일까, 주부들이 하기에도 보통일이 아닌데. 암튼 보통사람이 아님은 분명하다.

 

약속 시간보다 15분이나 늦게 선생님 댁에 도착했다.

설마 다른 분들도 조금씩 늦게 오시겠지 하며 위로를 했건만 와우~문을 열고 들어가니 이미 손님들이 거실 가득 앉아서 고기를 굽고 마시며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는 게 아닌가.

나름 젊다고(?) 생각했던 나는 늦게 와서 송구스러웠다.

정말 반찬도 없이 오로지 고기와 김치만으로 이렇게 손님을 맞을 수도 있구나 생각하니 그동안의 내 고정관념이 확 깨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선생님의 의도를 알 수 있었다.

잘 차려서 대접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 좋은 사람들과 따뜻한 정을 나누는 것이 큰 의미임을..

정말 사람 냄새나는 모임이구나 생각하니 이런 모임을 가져본 게 언제인지 까마득하여 시간여행을 온 것 같았다.

거기 모인 분들은 거의 모두 글을 쓰시는 분들인데 한 마디로 김용복 작가님의 군단인 것 같았다.

 

변상호 선생님은 책을 새로 내셨는지 책을 많이 읽자고 말씀하신다.

우리 북앤비 책모임은 이제 결성되어 자기 계발서를 읽고 있는데 다음번에 고전이나 좀 더 깊이 있는 책을 선정해서 읽자고 해야겠다.

 

이선희 선생님이 인터넷에서 찾은 재밌는 시도 읽어주셨다.

작년에 상처(喪妻)를 하시고 그렇게 힘든 시간을 지나셨다고 들었는데 어쩌면 그 과정을 철저히 겪으셔서인지 이제는 환한 얼굴에 장난기까지 있으시니 참 보기 좋았다.

 

그 뒤에는 김용복 선생님의 힘이 엄청 크심을 이미 잘 알고 있다.

이경옥님은 처음에 손을 내밀어 주시는 김용복 선생님을 의심했다고 했는데 나는 먼저 선생님의 글을 읽고 나서인지 전혀 그런 의심은 없었다.

사람들을 자신을 편으로 만드시는 놀라운 능력을 가지신 선생님에게 갈수록 놀랄 뿐이다.

산다는 것은 결국 사람과의 관계이고 이 관계가 잘 이루어졌을 때 행복한 것인데 선생님은 정말 성공적인 인생을 사시는 구나 생각하니 부럽기만 하다.

 

선생님처럼 훌륭한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지성이 아니라 감성이라 생각한다. 그처럼 누군가와 인간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사람들에게 말을 걸기 전에 내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야 하고, 눈치를 보지 말아야하며, 먼저 다가가는 마음을 보여야 할 것이다.

 

오랜만에 흐뭇한 모임을 다녀온 것 같아 몸은 고단했으나 마음은 포근했다.

오래도록 건강하셨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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