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준원 박사의 Issue Brief] "통째로" 무너진 자유한국당의 운명
[서준원 박사의 Issue Brief] "통째로" 무너진 자유한국당의 운명
  • 서준원 박사
  • 승인 2018.06.15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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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원 박사 / 뉴스티앤티
서준원 박사 / 뉴스티앤티

지방선거가 막을 내리자, 자유한국당이 초상집이 되어버렸다. 정당으로서의 근간마저 "통째로" 무너졌고, 갈 길도 모른 채 헤매는 중이다.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되었는가. 참으로 안타깝고 실망과 자괴심이 크다. 보수를 표방하는 정당으로서 역대 이런 선거 참패는 처음이다. 향후 운명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갈 길이 요원하고, 암울한 하루하루에 맘과 몸이 무겁다.

"통째로"란 슬로건을 내걸 때부터 조짐이 수상했다. "통째로" 나라를 넘기겠습니까. "통째로" 경제를 포기하시겠습니까. 이런 슬로건으로 선거에 나선다는 것 자체가 대책 없는 용기다. 이런 슬로건으로 국민에게 경고를 하는 것인지 으름장을 놓는 것인지. 좀 더 설득력 있는 슬로건을 찾지 못했단 말인가.

홍준표 전 대표의 화설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선 때부터 쏟아지다가 잠잠해지는가 싶더니, 개 버릇 남 못 준다고 다시 표출되기 시작했다. 통 큰 모습으로 포장한 슬로건조차 홍 전 대표의 거친 이미지, 화설과 겹친다.

자유한국당 특히 홍 전 대표가 싫어서 타당을 찍었다는 게 민심의 요체다. 정당도 싫지만 정당 대표가 싫어서 표를 안 준다니, 할 말이 없다. 오죽하면 선거 때에도 홍 전 대표의 유세 지원 마저 회피하는 현상이 출몰했을까. 후보자들은 이미 민심의 흐름을 간파했지만, 당 지도부와 홍 전 대표는 전혀 인지하지 못했을까. 추측컨대, 인지는 했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처지였을 것이다. 전적으로 당의 선거 전략이 허접했음을 의미한다.

정당의 기능 중에 인물충원은 정당 존립을 좌우하는 관건이다. 허나, 새 인물 충원에 처절하게 실패했다. 누가 봐도 인정할 만한 인물마저 의도적으로 배제시켰다.

이미 대선에서 고배를 마셨으면 홍 전 대표는 뒤로 물러나야 했다. 그러나 홍 전 대표와 측근들의 과욕과 사욕이 화를 키웠다. 멍청한 지도자는 측근들 탓에 몰락의 길을 걷는다. 아니면 멍청한 측근세력 탓에 지도자가 휘둘리던지. 그래서 지도자에겐 혜안과 열정을 지닌 리더십과 정치철학이 요구된다.

여의도연구원은 자유한국당의 싱크탱크다. 하지만 홍 전 대표가 부임하자마자 여의도연구원은 제 기능을 상실했다. 브레인 역할보다 홍 전 대표 조직과 당내 친홍 세력을 규합하는 데 치중했기 때문이다. 정당의 두뇌가 이상한 짓거리를 하니 정책과 비전은 물론 선거전략마저 온전할 리가 있겠는가.

측근으로 불리는 인사들한테 공천을 얻어내려고 예비후보자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이런 현상을 홍 전 대표는 자신의 지지세력 구축 기회로 활용했다. 선거에 지더라도 다시 대표직을 잡아보겠다는 사욕이 넘친 탓이다. 이러니 자유한국당 집구석이 온전하겠는가.

홍 전 대표의 독주와 거침없는 언변에 누구 하나 제대로 일침을 가하는 자도 없었다. 일부 중진들이 볼멘소리를 내는가 싶더니 이마저도 슬그머니 주저앉았다. 아마 비홍 세력은 선거 참패를 은근히 기대했는지도 모른다. 당내에서는 홍 전 대표 체제가 무너져야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 할 수 있을 거라는 소탐대실의 분위기가 팽배했다. 이러니 당이 제대로 역할도 못 한 것은 사필귀정이다.

참된 용기와 소신을 내보인 당내 인사들이 안 보였다. 그러면서 선거 직후에 자성한다는 변명과 기존의 홍 체제에 대한 비난만 쏟아낼 뿐이다. 잠자코 입 다물고 있다가 상대가 넘어지자 공격하는 꼴이다. 보수는 늘 이랬다. 정당이 정권을 창출했으면 끝까지 ‘공동책임’을 져야 한다. 촛불의 위력에 눌려 민심의 요동에 화들짝 놀래서 책임회피에 나섰던 자들의 일부는 지금도 되돌아와서 한 지붕 아래에 있다.

정치는 의리와 신의를 추구해야 한다. 국민의 지지와 응원은 거기서 나온다. 어떤 이유를 내세워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은 우리 정치사의 불행이다. 자유한국당이 함께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 정당의 운명이자 책무다. 그렇다고 나 몰라라 하면서 자기들만 살겠다는 행태는 비난받아야 마땅하다. 이순신 명장이 남긴 명언, 생즉사 사즉생(生卽死 死卽生)은 지금도 유효하다고 본다. 이번 선거에서 자기들만 살겠다고 나간 사람도 죽어서 돌아왔다. 스스로 함께 책임지고 죽겠다고 나섰다면 아마 살아 돌아왔을 것이다. 이게 의리와 소신의 진리다.

보수성향의 두 전직 대통령들이 영어의 몸이다. 지금부터라도 거쳐 간 지도자의 법적 도덕적 오류마저 감내하면서 의리와 신의를 지키면서 자성의 길을 가야 한다. 이에 대한 각고의 자성과 성찰은 안 보이고 그저 자신들의 입지만 챙기려 드는 꼴 사나운 행태가 자유한국당 구성원들의 현주소다. 야구에서도 질 때는 확실하게 져야, 다음 게임에서 이길 수 있다. 세상사가 그렇지만 특히 정치행위는 죽을 땐 확실하게 죽어야 다시 살아날 수 있는 것이다.

어쨌든 지금 당장은 철저하게 반성하고 대성통곡을 해도 국민의 눈길은 쉽게 되돌아오지 않을 것 같다. 참 딱한 입장이다. 한 치 앞을 그렇게 예상하지 못하고 선거에 임했으니 결과를 겸허하게 수용해야 한다. 한반도를 둘러싸고 시대는 급변하는데, 이에 대한 대안도 비전도 안 보인다. 경제는 어려운 데, 대책 없이 여당과 정부를 향해 삿대질만 한다. 이쯤 되면 정당으로서 제대로 된 역할과 기능을 기대하기 힘들다.

물론 이전의 더불어민주당도 야당 시절엔 여당을 사사건건 물고 늘어졌다. 민주당이 그랬다고 자유한국당이 똑같이 할 필요가 있을까. 좀 더 성숙하고 선진화되어야 한다. 그래야 품격있는 야당으로 수권정당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전의 민주당과 뭐가 다른가. 부디 고전적 야당의 구습과 구태의 저급한 수준에서 벗어나야 한다.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격려와 비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국민으로부터 야당에 대한 재인식과 응원이 함께 따라올 것이다.

여야가 서로 물고 뜯는 데 신물이 난 국민이다. 아울러 철 지난 이념적 접근과 구태의 정치 행위도 이제 근절되어야 한다. 80년대 말 정치사회학자 다니엘 벨(Bell)은 ‘이데올로기의 종언’을 예고했지만, 이념은 결코 몰락하지 않는다. 다만 끊임없이 변화할 뿐이다. 그런 변화를 거부하면 스스로 무너질 뿐이다.

홍 전 대표가 사퇴하자 우후죽순으로 당 대표직에 도전하는 경쟁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경쟁은 좋은 현상이다. 허나 보수의 갈 길은, 자유한국당의 갈 길은, 굵직굵직한 화두를 던져 놓고 치열한 토론과 자아 성찰이 절실하다.

쾌쾌 묵은 안보와 대북관부터 새로 손질해야 한다. 시장경제와 자유가치에 대한 이슈선점은 보수진영의 보증수표다. 이마저도 현실에 맞게 과감하게 되돌아 봐야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지만, 지금이라도 외양간을 고쳐야 소를 들여놓을 수 있다.

북한과 미국은 놀라울 정도로 급격하게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흐름이 녹록지 않고 세계가 동북아 대변혁을 주시하고 있다. 당장 코앞에 닥쳐온 이런 변혁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지금은 초상집이라 정신이 없겠지만, 새롭게 손질하고 현명하게 대처해야 할 아젠다와 이슈가 넘쳐나고 있다. 여당이라지만 민주당도 순발력 있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처지다.

자유한국당에선 무엇보다도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품격있는 당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 용기와 덕을 품은 그리고 소통과 진정성을 지닌 그런 사람이 당내 지도자가 돼야 한다.

거대 야당 자유한국당의 운명은 우리 국민의 삶과 직결되고 대한민국의 미래와 연결되어 있다. 차분한 심경을 되찾아 다시 힘내주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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