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오신날 의미 되새겨 자비로 대한민국 사수해야 할 때

 

신도성 조계종 포교사, 언론인 / 뉴스티앤티

올해 불기 2561년 부처님오신날은 국내외 정세가 유난히 어수선하다. 국내적으로는 국운을 좌우할 제19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민심이 좌파와 우파로 나뉘어 극심하게 대립하고 있고, 국제적으로는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위협으로 미국과 일본, 중국과 러시아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인류의 스승인 석가모니는 지구에 탄생 직후에 오른손으로 하늘을 가리키고 왼손으로는 땅을 가리킨 채, 일곱 걸음을 걸은 것으로 돼 있다. 이를 주행칠보(周行七步)라고 한다. 하늘과 땅을 가리키는 것은 수직적으로 모든 공간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러한 모습의 불상을 하늘과 땅을 가리키는 불상이라고 하여 ‘천지불(天地佛)’이라고 한다. 이 불상을 표현한 것이, 부처님오신날 관욕의식에 사용되는 아기불의 모습이다. 또한 일곱 걸음이란, 수평적으로 두루 모든 곳이라는 의미를 내포한다.

아기 부처가 지구에 처음 태어나면서 외치는 첫 일성이 바로 탄생게인 “천상천하(天上天下) 유아독존(唯我獨尊) 삼계개고(三界皆苦) 아당안지(我當安之)”이다.

“사람마다 생명마다 하늘 위와 하늘 아래 나 홀로 존귀한데, 사바세계 중생들이 모두 고통을 겪고 있으니 내가 이들을 편안하게 해주겠노라”라는 뜻이다. 즉 인간 개개인이 위대하고 존귀하여 깨달아서 부처를 이루면 모든 중생들에게 한없는 자비를 베풀 수 있다고 선언한 것이다.

바로 요즘같이 사회가 어수선하고 국가안위가 걱정되는 상황에서 맞게 된 부처님오신날 봉축위원회는 봉축 표어로 "차별 없는 세상, 우리가 주인공"을 선정했다. "부처님이 이 세상에 오신 뜻은 우리는 모두 이 세상의 주인공이며 하나같이 존귀한 존재임을 알려주기 위해서"라는 봉축표어의 의미는 모든 인간은 성별, 나이, 사상, 종교, 빈부, 취향과 같은 모든 차별로부터 해방돼야 한다는 대자유의 선언을 담고 있다.

‘자신의 존귀함’에 대해서는 자설경(自說經)이라는 경전에 다음과 같이 나와 있다. 부처님께서 사위성 기원정사에 머물고 계실 때의 일이다. 코살라의 파세나디왕과 사랑하는 말리카 왕비 사이에 이런 대화가 오고 갔다. “말리카여! 그대에게는 누군가 그대 자신보다 더 소중한 사람이 있나요?” “대왕이시여! 제게 제 자신보다 소중한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런데, 대왕이시여! 그렇게 물으시는 대왕께는 누군가 대왕 자신보다 더 소중한 사람이 있으십니까?” “말리카여! 내게도 나 자신보다 더 소중한 사람은 없지요.” 그 뒤 파세나디 왕은 궁에서 내려와 세존을 찾아 인사를 드리고 조금 전에 왕비와 나누었던 이 대화를 되풀이해 말씀드렸다. 이야기를 들으신 부처님은 바로 그 순간 이러한 게송을 읊어 ‘각자 자신의 존귀함’에 대해 강조해 주었다.

“마음을 다 기울여 온갖 곳을 왔다 갔다 하여도
자기 자신보다 소중한 사람은 어디에서도 찾지 못하네.
그와 마찬가지로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가장 소중하다고 여기니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해치지 말라.”

내가 소중하듯이 우리 이웃도 소중, 우리라는 공동체 정신 회복 시급,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우리의 이웃을 사랑하면서 살아가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바로 인류의 스승인 석가모니는 나의 복지(福祉)에만 목숨을 걸어 내 생각, 내 재산과 명예, 내가 생각하는 것들에 연연하지 말고, 나와 너의 상대적 개념을 넘어서 우리가 모두 한 인류, 한 동포라는 진리를 깨우쳐서 부처(깨달은 이)가 되자고 역설하고 있다. 부처가 되면 혼자만 잘 사는 게 아니라 우주의 모든 중생들에게 한없는 자비를 베풀어 온 세상을 극락정토로 만들어 갈수 있다는 숭고한 뜻이 담겨 있다.

우리말의 ‘깨닫다’는 ‘깨뜨리다’와 ‘닫다’가 합쳐진 말이다. 즉 닫힌 것들을 깨뜨려야 한다는 뜻이다, 내가 하면 잘한 일이고 남이 하면 무조건 잘못한 짓이라는 편협한 생각이 사회에서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나만의 고집과 울타리를 깨드려야 화합과 소통이 이루어진다. 나의 고집, 나의 생각, 나만이 옳다는 편견을 내려놓아야 불화와 전쟁에서 벗어나 소통으로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다.

밴댕이 속 같은 마음으로 나와 너를 차별하며 파벌을 조성해 갈등을 부추기면 공멸의 길로 추락할 수밖에 없다. 부처님오신날은 바로 온 우주의 생명이 환희하는 날이다. 구태의연한 중생의 마음을 바꾸어 깨달음으로 새로운 각오를 다지며 움츠렸던 마음을 활짝 열어 나가야 한다. 나라가 나를 위해 무엇을 해줄 것인가를 묻지 말고 내가 진정으로 나라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하는 시점이다. 선조들이 피와 땀으로 이룩한 대한민국을 지키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국민 개개인이 분발심을 내어 깨달아야 한다. 나만 옳다는 생각을 버리고 공공의 이익과 국가 안보를 위해 나와 네가 아닌 이웃을 서로 존경하면서 우리의 공동체 정신을 회복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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