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준원 박사 / 뉴스티앤티
서준원 박사 / 뉴스티앤티

협상은 상대로부터 자신의 최대이익을 끌어내는 가열찬 대결이다. 서로가 자기 이익을 위해 전쟁 중에도 협상이 이뤄지기도 하지만, 쌍방의 계산이 맞물려야 협상이 성공한다. 국제사회에서 각국이 펼치는 협상을 보면 일정한 패턴과 고유의 행태가 나타난다.

반세기 넘어 간단없이 펼쳐 온 남북한 간의 협상을 보면 항상 뒤끝이 좋지 않았다. 북한의 ‘트집 잡기’와 ‘생떼’가 돋보이는 협상이 주를 이루다 보니, 우리는 늘 끌려다니는 꼴이었다. 그러니 언제나 계산이 안 선다.

판문점 선언 이후, 이제는 좀 달라질까. 남북 정상의 웃음이 끊이지 않았던 것이 엊그제다. 우리 국민도 이전과 달리 화해 모드를 적극 환영했다. 한편으론 그간의 남북회담의 좋지 않은 뒤끝 탓에 트라우마도 상존해 있다.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에 동의하면서 북미회담의 개최가 거의 확실시 되는 현실이다. 모두가 기대와 우려를 갖고 지켜보는 중이다. 그런 와중에 북한이 갑자기 트집을 잡아 이미 예정된 남북고위급회담 취소를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그것도 회담 직전에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늘 그랬듯이 북한의 일방적인 행태는 눈꼴 사납다. 이미 예정되었던 ‘맥스선더 한미연합훈련'을 빌미로 내세운 일방적 통보였다. 아울러 비핵화 과정이 미국의 일방적인 강요에 끌려가지 않겠다고 첨언했다. 청와대가 화들짝 놀란 모양이다. 코앞에 다가온 회담을 내팽개친 북한에게 이런저런 부연설명을 한 모양이다. 이에 기세가 오른 북한은 "남조선이 필요한 수습대책을 세울 대신 터무니없는 '유감'과 '촉구'를 늘어놓고 있다“고 투덜댔다. ’수습대책‘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겠지만 복선이 깔려있는 느낌이다. 뭔가 북한이 원하는 것을 알아서 챙겨주지 못한 것인지, 아니면 ’맥스선더‘에 대한 막연한 불만인지 그 진실을 알 길이 없다.

청와대를 직접 겨냥해 "철면피와 파렴치의 극치", "보수 정권의 속성과 일맥상통한다"는 등 아주 센 표현을 쏟아낸 것을 보면 북한이 단단히 화가 난 모양이다. 게다가 '맥스 선더' 훈련과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의 기자회견 등을 싸잡아 비난한 것을 보면, 개 버릇 남 못 준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북한은 늘 그랬다. 아쉬우면 손잡고 희희낙락하다가, 자신들이 불리하거나 비위에 거슬리면 터무니없는 구실을 내세워 늘 판을 깼다. 우리는 늘 당해왔고, 국민에게 던져준 기대와 희망도 함께 무너져 내렸다. 북한의 전형적인 협상 행태를 누구보다도 잘 아는 우리 정부가 늘 당하는 꼴이 안타깝다.

북한은 우리 정부에 대해 "완전한 북핵 폐기가 실현될 때까지 최대의 압박과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미국과 한 짝이 되었다"고 비난했다. 이 대목에서 정부는 정신 차려야 한다. 한미는 엄연한 동맹국이기에, 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핵 완전폐기와 압박과 제재 문제를 명확하게 전달했어야 했다. 화해 분위기를 고려하여 우물쭈물 한 탓에 이런 낭패를 보고 있다. 두리뭉실하게 “한반도 비핵화“ 합의로 어정쩡하게 넘어갈 일이 아니다. 그렇게 당하고도 아직도 모르는가. 북한은 여차하면 회담을 깰 수 있는 구실과 빌미를 찾아내는 데 능숙한 집단이다.

북한 눈치 보지 말고 정부가 할 말은 해야 한다. 한미군사훈련에 대해서 비난하기 이전에, 북한은 정상회담에서 왜 스스로가 요청하지 않았는지 되묻고 싶다. 아마 우리 정부가 스스로 알아서 챙겨 줄 것으로 여긴 모양이다. 겉으로는 함께 손잡고 웃으면서도 북한이 우리 정부를 얼마나 업신여기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북한은 우리에게 그 책임을 떠넘기면서 다시 마주 앉는 일이 쉽지 않을 거라고 엄포를 놓았다. 당분간 남북고위급회담은 물 건너간 것 같다. 이 와중에 청와대는 역지사지로 북한을 이해해 달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역지사지 전략으로 그렇게 당해왔으면서도 지금도 정신줄을 놓고 있다. 북미회담의 성과 여부에 따라 한반도의 운명과 미래가 달라지는 위급한 상황이다. 북한 역시 우리를 이용할 뿐, 미국과 담판을 지을 것이다. 이런 연유에서 정부의 선택과 개입의 수준에 신중함을 기해야 한다.

일회성 퍼포먼스와 보여주기식 대북접근은 백전백패다. 이미 루비콘강을 건넌 북한은 되돌아갈 수 없는 지점에 와 있다. 우리가 조급하게 나설 하등의 이유가 없다. 북한의 못된 버릇, 생떼가 북미회담에서도 재연될 것이다. 이를 간파한 미국은 협상 직전까지 최대의 압박을 가하는 중이다. 북한과 달리 미국은 협상에서 선택의 폭과 깊이가 매우 여유롭다.

이 시점에서 북한과 미국의 협상준비와 과정을 지켜보면서 정부는 신중하게 향후 대책을 세워야 한다. 무턱대고 나선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청와대에 설치되었다는 남북 정상 간 핫라인이 정말로 작동되는지 궁금하다. 차제에 핫라인을 통해서 쌍방이 사태 해결에 나서보길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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