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준원 박사 / 뉴스티앤티

지방선거 공천을 둘러싼 자유한국당 내부가 연일 시끄럽다.

각 지역의 단체장 공천마저 홍준표 당 대표의 힘이 실린 사천(私薦)으로 흘러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홍 대표의 사천 행위에 반발해서 경남과 부산지역에선 무소속 출마를 감행하는 후보자들이 나오고 있다. 충남도지사 후보로 이인제(IJ) 전 의원이 낙점되었지만, 경선을 준비하던 후보의 반발도 나오고 있다. 어느 당이나 공천과정에서 갖가지 잡음이 나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당 대표에 의한 사천 행위라는 오명은 사라져야 마땅하다.

애초부터 홍 대표의 머릿속엔 충청지역은 없었다. 일찌감치 충청을 포기한 채 6-7개 지역 단체장을 손에 쥔다면 홍 대표로선 성공이라는 자평까지 쏟아냈다. 홍 대표는 오로지 경남지역과 부산 그리고 대구 울산 정도만을 염두에 둔 것 같다. 경남 도지사 후보를 자신의 측근을 내세웠다가 당내 반발이 심상치 않자, 슬그머니 김태호 전 도지사의 전략공천을 거론하는 모양이다. 오래 전부터 경선을 준비해 온 김영선 전 의원도 전략공천설에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당분간 이런 류의 잡음은 연이어질 것 같다.

안희정 전 지사가 하루아침에 몰락하면서, 충남지역의 분위기도 연일 요동치고 있다. IJ의 전략공천은 인물론적으론 손색이 없다고 본다. 충청에선 그만한 경험과 경륜을 갖춘 인물이 드물기 때문이다. 당에서는 IJ를 추대하기 전에 이완구 전 총리와 이명수 의원을 포함한 여러 사람을 도지사 후보로 살펴보고 있었다. 결국은 IJ에게 그 기회가 돌아갔지만, 기왕 추대하려면 처음부터 정성을 들여야지 마지못해 해주는 것처럼 되어 버렸다. IJ로서는 자존심과 체면이 구겨진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전의 충청지역에선 독자적인 정치세력이 있었다.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된다는 호시절도 있었다. 충청지역에서 민심의 강한 응집력과 몰표가 쏟아지던 때가 있었지만, 지금은 다 지난 시절의 일이다. 그러나 충청인의 자존심은 지역민의 내면에 면면히 흐르고 있다고 확신한다.

정치가 권력을 둘러싼 투쟁이라지만, 홍 대표의 충청에 대한 인식과 판단을 살펴보면 사심이 드러나는 것 같다. 당내에서조차 자신과 각축을 이룰만한 인물을 의도적으로 배제시키는 것 같다. 이 전 총리가 정치 재기를 표명하자, 도지사 후보로 내세우려는 당내의 움직임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이 전 총리는 세종시 건으로 임기 중에 도지사직을 스스로 내려놓았다.

이 전 총리는 도지사 출마 의사와 명분도 없다고 수차례 밝혔지만, 당에서는 유독 도지사 후보로만 거론했다.

홍 대표는 지난 총선의 천안 갑 지역에선 예비후보 등록 8일 만에 뜬금없이 사퇴 표명을 문자로 돌렸던 그런 인물을 갑자기 재등장시켰다. 이 전 총리가 천안 갑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자, 홍 대표의 사심을 여과 없이 드러낸 셈이다. 오죽하면 이런 저간의 사정을 모를 리가 없는 지역 언론에서도, 이 전 총리의 원내진입을 막으려는 홍 대표의 ‘속 보이는’ 행동이라고 지적했을까. 천안 지역에선 홍 대표가 충청민심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홍 대표 자신도 성완종 리스트의 멍에에서 힘겹게 벗어났다.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이 나오자, 이 전 총리가 명예회복을 위해 나선다면 당 차원에서 돕겠다고 확언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당의 움직임을 보면 그런 확언의 진정성이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와중에 이 전 총리를 천안 갑 지역으로 내보내야 한다는 ‘구원투수 등장론’이 천안지역에서 나오고 있다. 천안지역 시·도의원과 지역당협위원장들은 이 전 총리의 천안 갑 출마를 요청하는 집단서명서를 당에 공식적으로 전달해 놓고 있다. IJ와 이 전 총리가 충남과 천안에서 쌍끌이 전략으로 대처해야만 승부수를 띄울 수 있다는 것이 세간의 중론이다.

현재 미국에 있는 이 전 총리는 작금의 상황을 큰 틀에서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 같다. 충청대망론의 불씨를 가슴에 품고 돌아올 것인지 여부가 지역민의 큰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홍 대표의 속 보이는 행위 즉 이 전 총리 원내진입 차단 의도가 사실이라면, 충남과 천안지역 민심의 향배에 어떤 여파가 미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홍 대표의 속보이는 행위가 충청인의 자존심을 건드릴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이 전 총리는 단순히 명예회복 차원에서 정치재개를 표명한 것 같지 않다. 지리멸렬한 상태에서 허덕이는 보수세력을 마냥 지켜만 볼 수 없는 심경일 것이다. 이 전 총리의 선택이 궁금하다. 큰 틀에서 정국을 뚫어보는 혜안과 경륜을 지닌 이 전 총리의 강한 추진력은 총리 재임 시에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당과 보수세력의 대통합과 충청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 마부작침(磨斧作針)의 각오로 호시우행(虎視牛行)을 기대하고자 한다. 그래야 충청인의 자존심과 충청대망론의 불씨도 함께 살아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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