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준원 박사 / 뉴스티앤티

평창 동계올림픽이 어수선하고 남북한의 분위기도 혼란스럽다. 온통 평양에서 온 손님에게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언론의 치열한 보도 경쟁과 시시콜콜한 과잉보도가 연일 부채질 중이다. 온통 평양 쪽 분위기와 갑자기 내려온 북한 고위급 인사들과 예술단 응원단 등만 다뤄지다 보니, 이래저래 평창의 열정과 열기가 시들해지는 분위기다. 평창은 시나브로 뒷자리로 물러났다.

김영남과 김여정의 출현은 전혀 예상 밖이었다. 일각에선 작년 12월경에 이미 남북 간에 물밑 접촉을 끝냈기에, 김정은의 신년사와 고위급회담 등은 이미 예상된 일이라는 지적도 있다. 정부가 쉬쉬하면서 극도로 몸을 사리는 모습은 국회에서도 마찬가지다. 중국에서 건너온 식당 종업원 여성 탈북자 송환 여부에 대한 질문에 국무총리의 답변은 가관이다. “현재는 송환을 결정한 바가 없다”니 이게 무슨 말인가. 송환은 절대 없을 것이라는 정도로 딱 부러진 표현이 나와야 정상아닌가.

김여정이 이들을 송환해달라고 요청한 것 아닐까. 정부의 어정쩡한 태도를 보면, 이런저런 미심쩍은 대목이 넘쳐난다. 분위기를 살려보려는 의도를 모르는 바가 아니지만, 핵 문제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못하는 정부가 답답하다. 문제는 평화를 위한 북핵 저지다. 미국과 일본 중국 등 국제사회의 북한 옥죄기를 간과해선 안 된다. 정부가 미북 대화를 위한 중개? 중재? 확실한 태도를 천명해야 마땅하다. 막연하게 같은 민족끼리 대화해보겠다는 식의 접근은 백전백패다.

국민이 보기엔 현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 지켜보는 심경이 복잡하다. 북한 쪽에서 우르르 몰려와서 한바탕 휘젓고 간 여운도 깔끔하지 않다. 위장평화? 북한의 의도가 진심일까? 물론 굳게 닫혀있던 남북대화가 열렸다는 점에선 평가할만 하지만, 북쪽 인사들에게 취한 과공의 예우에 대한 눈길도 곱지 않다. 김여정을 상대로 문 대통령이 베푼 식사대접은 그래도 이해해줄만 하다.

허나, 뭐가 아쉬워서 국무총리와 대통령 비서실장과 통일부 장관 까지 나서서 끼니때 마다 대접을 한단 말인가. 그렇다고 뭔가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될 만한 대화 내용도 안 보인다. 국가지도층과 상대국 인사와의 식사는 외교 행위다. 중국에서 혼밥했던 문 대통령의 처지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외교는 격식과 의전이 중요하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행동하면 오히려 비굴해 보인다. 김여정이 김정은과 만나서 나눌 대화내용과 두 사람의 만족스런 표정이 훤히 보인다.

북한에서 내려온 예술단은 우리 국민의 가슴을 파고드는(?) 공연을 마치고 올라갔다. 남아 있는 응원단은 칼 군무를 선보이고 있는 중이다. 우리는 하나다! 응원단의 외침과 예술단의 절절한 멘트가 이전처럼 가슴에 와 닿지 않는다. 정말 우리는 하나일까? 하나가 될 수 있을까?

우리 민족에겐 통일은 소원이자 소망이다. 통일에 대한 거부와 반감조차 인정되지 않는 것이 지금까지의 국민적 정서다. 통일은 마땅히 해내야 할 책무이자 당위성(sollen)에 근거한다. 그러나 요즘 들어 젊은 층에선 국토통일과 민족화합보다도 자기 우선과 자유를 선호하는 경향이 빠르게 표출되고 있다.

평창에서 나부끼는 한반도기는 남북한이 하나임을 상징하고 있다. 한반도의 허리가 두 동강 난 지 어언 70여 년이 흘렀다. 그 장구한 세월 속에서도 남북한은 어떠했는가. 우리 삶의 곳곳에 희미한 동질성과 강한 이질감이 혼재해 있는 상황이다. 체제와 이념에서 극명한 차이와 갈등은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 돌이켜 보면, 국토를 통일하려는 의욕은 항상 대가가 뒤따랐다. 서로 간의 치열한 투쟁과 피 흘림이다.

삼국시대와 고려 그리고 조선은 물론 남북한 분단 시기에도 치열한 전쟁이 수반되었다. 국토에 대한 결합이 우선되었기에 지금의 통일부 명칭도 이전엔 국토통일원으로 불렸다. 그만큼 민족보다 국토통일에 주안점을 두었다. 북한은 ‘우리 민족끼리‘를 내세워 감성적 흐름을 유도하고 있지만, 남북한이 감정적-정서적으로 얼마나 동질적인 민족 감정을 챙길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70여 년 떨어져 살았는데, 같은 민족이라고 단언할 수 있을까. 상대에 대한 불신도 깊고 철저하게 격리된 시간적-공간적 간극 탓에 통일에 대한 회의적인 사념을 불러일으킨다. 우리는 하나다! 이런 구호성 외침이 민족의 화해와 통일의 당위성을 더 이상 일깨워주지 않는다. 평창올림픽이 끝나고 나면 민족과 통일에 대한 남북한의 상이한 인식과 현실이 다시 드러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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