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 A씨...상사 갑질, 동료 따돌림에 극단 선택
노조 "관련 갑질자 전원 구속 수사" 촉구
유족 "명예로운 순직인정, 책임자 처벌"

"누가 뭐라 해도 정의 하나만 보고 살았다. 가족, 어머니 미안해요"

지난 5일 극단적 선택을 한 대전소방본부 소속 소방관 A(46)씨가 남긴 자필 유서 내용이다.

직장 동료들은 "직장 내 갑질이 이번 사건의 원인"이라며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대전광역시 소방본부 홈페이지 캡처
대전광역시 소방본부 홈페이지 캡처

‘소방을 사랑하는 공무원노동조합(이하 소사공노)’은 6일 오전 대전 성모병원 장례식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소방에서 정의를 세우기 위해 직장협의회 회장을 맡고 민주노총 전국공무원노조 대전소방지부 등에서도 투쟁하던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며 "수차례 갑질을 당해 피해 구제를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대전소방본부는 이를 묵살했다”고 주장했다.

소상공노는 “유족 측은 사죄와 A씨의 순직 처리를 강하게 요청하고 있다”면서 "사건 책임자 전원에 대해 구속수사를 요구하는 등 법적 대응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A씨는 지난 5일 오전 11시경 의식을 잃고 쓰러졌고 이를 목격한 가족이 119에 신고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A씨는 사망 전 A4 용지에 “누가 뭐라 해도 정의 하나만 보고 살았다. 가족, 어머니 미안해요”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갑질 내용은 유족 뜻에 따라 공개하지 못하지만, A씨는 상황실에서 근무하는 동안 상급자와 직원들로부터 괴롭힘과 따돌림을 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소사공노에 따르면 A씨가 따돌림을 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 4월 119종합상황실 직원들의 점심식사 문제에 이의를 제기하면서부터다.

코로나19 상황으로119종합상황실 근무자들이 약 1년 동안 배달음식만 먹게 되자, A씨가 시청 구내식당을 이용하자는 방안을 건의하고 나선 것.

그러나 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상급자인 B씨가 직원들을 퇴근시키지 않고 회의를 가졌고, 이 자리에서 A씨에게 1시간 가까이 폭언과 질타를 가했다는 것이다.

또, A씨는 상사 B씨의 폭언 외에도 B씨에게 충성하듯 하급자인 후배들이 따지며 달려드는데 큰 충격을 받았고, 직장 단톡방에서도 조롱을 당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A씨는 직장협의회장 자리에서 탄핵됐고 공황장애 등을 앓다가 병가를 신청해 6월부터 휴직에 들어갔으며, 결국 극단적인 선택에 이르렀다.

소상공노는 “B씨와 그를 추종하는 직원들이 A씨를 상대로 갑질과 집단 따돌림을 했다”며 “고인에 대한 갑질자를 전원 구속수사하고 직장협의회 회장에 대한 탄핵 세력을 고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전공노 대전소방지부의 각성도 촉구했다.

이에 대전소방본부 관계자는 "갑질에 대한 공식 신고나, 진정서는 접수된 바 없다"며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라고 해명했다.

한 누리꾼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최고의 신분 보장...공무원 갑질 기사는 참 슬프네요!...사기업은 그 몇배이겠죠?...진정한 인권 보장...아직도 갈길이 참 멀기만 합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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