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복현 대전충남숲해설가협회 숲해설가(전 대전시교육청 행정국장)

▲ 덩굴식물은 주변 식물을 감고 올라가야 산다.

대전 유등천변의 능소화 / 안복현 숲해설가 제공
대전 유등천변의 능소화 / 안복현 숲해설가 제공

숲속 산과 들을 거닐다 보면 큰 나무에서도 작은 식물들에게도 줄기로 몸을 의지한채 자라는 덩굴들을 흔하게 볼 수가 있다. 어떤 덩굴은 다른 식물들을 못살게 굴기도 하고, 타 주변 식물과 조화롭게 어울리기도 하는 것이 덩굴식물이다

줄기가 하늘을 향해서 곧게 서지 않고 땅을 기거나 다른 식물에 의지해 자라는 식물을 ‘덩굴식물’이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음식을 통해서 몸속에 영양분을 공급하지만, 식물들은 태양광선에 의해 잎에 있는 엽록소에서 식물이 살아가는 양분을 만들어 갑니다. 그래서 줄기가 연약한 덩굴식물들은 주변의 키 큰 식물에 둘러싸여 태양광선을 향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가 없다.

따라서, 덩굴식물은 주변의 기둥이 될 만한 버팀목만 있으면 줄기가 곤충의 더듬이처럼 마디 마디에서 나와서 부착하거나 감고 올라가 충분한 햇볕과 생활공간을 확보합니다. 곧게 설 수 없는 덩굴줄기의 약점을 주변 키 큰 식물을 삶의 기둥으로 이용하는 생존전략이라 할 수 있다.

▲ 덩굴식물의 종류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덩굴식물에는 ‘목본성(木本性)’과 ‘초본성(草本性)’두 가지가 있는데 초본성 덩굴식물이 더 많이 발견된다.

안복현 숲해설가 제공
안복현 숲해설가 제공

▲ 덩굴식물들의 ‘덩굴손(흡착근)’과 ‘흡착판’ 모습들

안복현 숲해설가 제공
안복현 숲해설가 제공

능소화는 쌍떡잎식물 통화식물목 능소화과의 낙엽성 덩굴식물로 금등화(金藤花)라고도 한다. 중국이 원산지이다. 옛날에서는 능소화를 양반집 마당에만 심을 수 있었다는 이야기가 있어 ‘양반꽃’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가지에 흡착근이 있어 벽에 붙어서 올라가고 길이가 10m에 달한다. 잎은 마주나고 홀수 1회 깃꼴겹잎이다. 작은잎은 7∼9개로 달걀 모양이고 길이가 3∼6cm이며 끝이 점차 뾰족해지고 가장자리에는 톱니와 더불어 털이 있다.

꽃은 8~9월경에 피고 가지 끝에 원추꽃차례를 이루며 5∼15개가 달린다. 꽃의 색은 귤색인데, 안쪽은 주황색이다. 꽃받침은 길이가 3cm이고 5개로 갈라지며, 갈라진 조각은 바소 모양(※잎이나 꽃잎 따위의 모양을 나타내는 말의 하나. 대의 잎처럼 가늘고 길며 끝이 뾰족한 모양 =피침형, 피침 모양, 바소꼴, 침형)이고 끝이 뾰족하다. 화관은 깔때기와 비슷한 종 모양이다.

수술은 4개 중 2개가 길고, 암술은 1개이다. 열매는 삭과이고 네모지며 2개로 갈라지고 10월에 익는다. 주로 대문 곁이나 담장에 심어 왔으며 관상용으로도 심는다.

담쟁이덩굴(쌍떡잎식물 갈매나무목 포도과의 낙엽활엽 덩굴식물)은 덩굴성 목본으로 덩굴손은 잎과 마주나며(對生), 개구리 발가락처럼 생긴 덩굴손 끝부분에 흡반(吸盤)이 있고, 줄기에 수피(水皮)가 발달할 때면 공기뿌리(氣根)를 만들기도 한다. 나무(木本性)이기 때문에 성장하면서 수피가 발달하고 줄기도 아주 굵어진다.

늙은 담쟁이덩굴은 줄기 마디에서 공기뿌리을 낸다. 그래서 건물의 외벽이 풍화되는 문제를 지적하는 사람도 있지만, 흙이나 나무로 된 벽체이면 영향이 있을 것이나, 콘크리트나 벽돌로 된 건물은 우려할 바가 아니다. 오히려 콩크리드의 회색 도시에서 담쟁이덩굴은 건물 복사열 저감(低減)효과가 아주 크고, 열매는 야생 조류나 설치류에게 훌륭한 먹이가 되고, 사람들에게 정서적, 심미적 편안함을 제공하기도 한다.

담쟁이덩굴은 울타리(담)에 기어오르며 사는 덩굴이란 순수 우리말로, 처음부터 ‘담쟝이’ ‘담장이넝굴’ 등으로 불러왔다. 담쟝이란 이름은 울타리의 ‘담’과 접미사 ‘장이’의 합성어로 ‘담에 붙어사는 녀석’이란 의미다.

▲ 호박과 박

안복현 숲해설가 제공
안복현 숲해설가 제공

호박(쌍떡잎식물 박과의 한해살이풀)은 열대 및 남아메리카 원산이며 농가 및 산촌에서 널리 재배한다. 덩굴의 단면이 오각형이고 털이 있으며 덩굴손으로 감으면서 다른 물체에 붙어 올라가지만 개량종은 덩굴성이 아닌 것도 있다. 잎은 어긋나고 잎자루가 길며 가장자리가 얕게 5개로 갈라진다. 꽃은 1가화이며 6월부터 서리가 내릴 때까지 계속 핀다. 수꽃은 대가 길고 암꽃은 대가 짧다. 열매는 매우 크고 품종에 따라 크기·형태·색깔이 다르다. 열매를 주로 식용하고 꽃과 호박순도 먹는다.

예로부터 애호박·호박고지용·호박범벅·호박죽 등으로 이용되었다. 그 후 쪄먹는 호박인 ‘밤호박(=단호박)’으로 불리며 주로 쪄서 이용하는 서양계 호박 등이 도입되었다.

호박은 과채류 중에서는 녹말 함량이 가장 많아 감자 ·고구마 ·콩에 이어 칼로리가 높은 편이며, 보통은 조리용으로 이용되는데 숙과(※익은 과실)는 다량의 비타민과 미네랄 성분을 함유하여 여성 산후조리 음식으로 많이 애용한다.

박도 쌍떡잎식물 박과의 한해살이풀로 참조롱박·박덩굴·포과(匏瓜)라고도 한다. 길이는 10cm 정도로 푸른빛을 띤 초록색이다. 전체에 짧은 털이 있으며 줄기의 생장이 왕성하고 각 마디에서 많은 곁가지가 나온다. 잎은 어긋나고 나비와 길이가 20∼30cm이고, 잎자루가 있다.

꽃은 단생의 합판화관으로 5개로 갈라지고, 지름 5∼10cm이다. 박과 식물의 꽃은 대부분 노란색이나 박은 일부 야생종을 제외하고는 모두 흰색이다. 보통 오후 5~6시에 꽃이 피어 다음날 아침 5~7시에 시드는 것이 특색이다. 수술은 3개의 꽃밥이 가볍게 붙어 있으며, 암술머리가 3개로 갈라진다. 열매는 장과로 종류에 따라 다르나 보통 수정 후 10일경부터 급격히 커지기 시작하여 15~20일이면 5~6kg으로 비대해진다. 이 때가 박고지용 등 식용으로 적당한 때이다.

▲ 칡과 등(×나무)의 ‘갈등’관계 이야기

안복현 숲해설가 제공
안복현 숲해설가 제공

‘칡’과 ‘등’의 식물은 둘 다 쌍떡잎식물 장미목 콩과의 덩굴식물이다. 주변에 기둥이나 나무만 있으면 줄기가 위로 감아서 올라간다. 그런데 등 덩굴의 줄기가 나무를 감는 방향이 칡과는 서로 반대이다. 등 덩굴의 줄기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감아(시계방향: 왼쪽 감기) 올라가고, 칡 덩굴의 줄기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감아(시계 반대방향: 오른쪽 감기) 올라간다. 만일 두 식물의 줄기가 같은 나무 기둥을 감아 올라간다면 얼기설기 휘감겨 꼬이게 될 것이다. 칡 과 등 줄기가 서로 반대되는 방향으로 감아 뒤엉켜 풀리지 않는 것처럼 두 사람 사이의 의견이 맞지 않아서 풀리지 않는 관계를 칡 과 등 줄기에 빗대어 ‘갈등관계(葛藤關係)’라고 한다.

칡은 다년생 식물로서 겨울에도 얼어 죽지 않고 대부분의 줄기가 살아남는다. 줄기는 매년 굵어져서 굵은 줄기를 이루기 때문에 나무로 분류된다. 산기슭의 양지에서 자라는데 적당한 습기와 땅속이 깊은 곳에서 잘 자라며 줄기의 길이는 20m이상 뻗쳐있다. 추위에도 강하지만 염분이 많은 바닷가에서도 잘 자란다. 줄기는 길게 뻗어가면서 다른 물체를 감아 올라가고 갈색 또는 흰색의 털이 있으나 새로 생긴 줄기에만 달려있고 곧 없어진다.

칡은 오래전부터 구황작물로 식용되었고 자양강장제 등 건강식품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한방에서는 뿌리를 갈근(葛根)이라는 약재로 쓰이고 삶은 물은 칡차로 이용하며, 발한·해열 등의 효과가 있다. 뿌리의 녹말은 갈분(葛粉)이라 하며 녹두가루와 섞어서 갈분국수 또는 냉면을 만들어 식용하고, 줄기의 껍질은 갈포(葛布)의 원료로 쓰인다.

등도 다년생 식물이다. ‘참등’이라고도 한다. 여름에 뙤약볕을 피해 그늘을 만들기 위해 흔히 심는 나무 덩굴이다. 야생 상태인 것도 있으나 사찰과 집 근처에서 흔히 자란다. 잎은 어긋나고 홀수 1회 깃꼴겹잎이며, 13∼19개의 작은잎으로 된다. 작은잎은 달걀 모양의 타원형이고 가장자리가 밋밋하며 끝이 뾰족하다. 잎의 앞뒤에 털이 있으나 자라면서 없어진다.

꽃은 5월에 잎과 같이 피고 밑으로 처진 총상꽃차례(總狀花序)로 달리며, 연한 자줏빛이지만 흰색도 있다. 알맞게 자란 등 줄기는 지팡이 재료로 적합하다. 꽃말은 ‘환영’이다. 흰색 꽃이 피는 것을 ‘흰등’이라고 한다.

덩굴식물은 주변의 나무나 식물 등에 달라붙거나 의지해서 살아간다. 한마디로 타자의 도움이 없으면 살 수가 없는 것이다. 우리 인간도 혼자서는 살아가기가 어려운 사회적 동물이다. 그래서 부모님, 가족, 친구, 이웃이 나에게는 참 고마운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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