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재천 변호사(신한금융투자) / 뉴스티앤티

황금낙하산 제도는 적대적 M&A로 기업지배권이 이전된 결과 기존 경영자가 비자발적으로 퇴임할 때 기존 경영자에게 거액의 퇴직위로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기업 경영자들이 적대적 M&A 때문에 퇴직하게 되더라도 경제적으로 맨땅에 추락하는 것이 아니라 황금낙하산을 타고 웃으면서 떠난다고 하여 붙여진 명칭이다.

황금낙하산이 도입된 배경은 꽤 흥미롭다. 미국의 백만장자 영화감독인 하워드 휴스(Howard Hughes)는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조종사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Hell's Angels를 만들면서 비행기에 매력을 느끼고 항공회사인 트랜스월드항공의 지분을 사들여 대주주 겸 CEO가 되었다. 하지만 하워드 휴스는 편집증과 과대망상으로 보통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할 온갖 기행을 선보이고 다녔고, 더 이상 참지 못한 트랜스월드항공의 다른 주주와 채권자들은 하워드 휴스를 CEO 자리에서 쫓아내고 Charles C. Tillinghast 를 새 CEO로 선임하였다. 새로운 CEO가 된 Tillinghast는 대주주 하워드 휴스의 복귀가 염려되어 트랜스월드항공과의 계약조건에 '하워드 휴스가 경영권을 되찾고 Tillinghast을 해고하면 트랜스월드항공이 Tillinghast에게 거액을 지급한다'는 취지의 내용을 포함시켰는데, 이 계약이 최초의 황금낙하산으로 알려졌다(Tillinghast는 자발적으로 이직했기 때문에 실제로 황금낙하산을 타지는 않았다).

적대적 M&A에 대응하기 위한 임직원 퇴직위로금 제도는 임직원의 지위에 따라 명칭이 다르다. 최고경영진을 위한 퇴직위로금은 황금낙하산(Golden parachutes), 중간경영진을 위한 퇴직위로금은 은낙하산(Silver parachutes), 일반 직원을 위한 퇴직위로금은 주석낙하산(Tin parachutes)으로 불린다.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은낙하산이나 주석낙하산은 황금낙하산보다는 약한 수준의 퇴직위로금을 제공한다.

황금낙하산의 긍정적 측면으로는 ① 회사 인수∙합병에 필요한 비용을 높여 적대적 M&A에 효과적인 방어 수단이 되고, ② 경영진에게 안정적인 경영 여건을 마련하고, ③ 주주에게 유익한 M&A에 경영진이 동의할 수 있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④ 유능한 경영자 유치에 유리하다는 점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과도한 퇴직위로금을 설정하는 황금낙하산제도는 ① 회사에 긍정적인 M&A를 방해하고, ② 능력 없는 경영진의 장기집권을 돕고, ③ 과도한 현금 유출로 기업가치를 훼손시킨다는 부정적인 측면이 있다.

미국에서는 황금낙하산, 은낙하산은 물론 주석낙하산까지 모두 사용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최고경영진을 위한 황금낙하산만 주로 활용하고 있다. 주석낙하산을 도입한 기업은 없고(몇몇 기업이 주석낙하산 도입을 시도하였으나 주주총회에서 부결되었다고 한다), 은낙하산을 도입한 기업은 소수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에서는 2001년 코스닥상장기업 옵셔널벤처스코리아가 ‘대표이사가 자진퇴임이나 기간만료에 의한 퇴임 이외의 사유로 퇴직하면 통상적인 퇴직금과 별도로 퇴직위로금 50억 원을 추가로 지급한다’는 문구를 『임원 퇴직금 지급 규정』에 추가한 것이 최초의 황금낙하산 도입 사례라고 한다. 옵셔널벤처스코리아 2대주주인 광주은행과 소액주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임원 퇴직금 지급 규정 개정 안건이 주주총회에서 승인되었고, 당시 대표이사는 위 임원 퇴직금 지급 규정을 근거로 46억 원짜리 황금낙하산을 타고 회사를 떠났다고 한다.

2001년 옵셔널벤처스코리아 사건 이후 황금낙하산을 도입한 기업이 꾸준히 늘어 2015년 기준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전체 714개)의 3.5%, 코스닥시장 상장기업(전체 978개)의 16.2%가 황금낙하산을 도입하고 있다. 유가증권시장보다 코스닥시장에서 황금낙하산 도입 비율이 더 높게 나타나는 이유는 통상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회사의 시가총액이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의 시가총액보다 적어 적대적 M&A에 더 취약하기 때문이다.

황금낙하산에 따른 퇴직위로금 지급방식은 확정금액, 공식적인 퇴직금의 일정배수, 자기자본의 일정비율, 회사 주가에 연동되는 금액 등 다양하다. 우리나라에서 황금낙하산을 도입한 상장기업의 90%는 법정퇴직금과 별도로 확정된 퇴직위로금을 지급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퇴직위로금을 확정금액으로 설정한 회사의 50%는 50억원을, 20%는 100억원 이상을 퇴직위로금으로 설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황금낙하산 제도 도입 초기부터 현재까지 황금낙하산 제도가 민사상 유효한지, 형사상 황금낙하산을 도입한 회사의 경영진을 형법상 업무상배임죄로 처벌할 수 있는지 등 법적인 문제에 대해 제대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황금낙하산의 본 고장인 미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황금낙하산 제도의 효력 유무에 대해서 뚜렷한 견해의 대립이 있었다. 황금낙하산 제도가 유효하다는 견해는 앞에서 본 황금낙하산 제도의 긍정적 측면을 강조하여 적대적 M&A 발생 시 경영진의 합리적 의사결정을 뒷받침하는 효율적인 제도라고 주장하고, 무효라는 견해는 황금낙하산 제도의 부정적 측면을 강조하여 부당하게 회사 자산을 낭비하는 사악한 보상시스템이라고 주장한다. 미국 법원은 대체로 황금낙하산 제도는 회사(주주)와 경영진의 사적 계약이므로 그 내용은 존중되어야 한다는 이유로 황금낙하산 제도의 유효성을 인정한다.

우리나라에서 위 미국 법원의 태도가 그대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우리나라 학계와 실무에서는 상법상 이사의 보수는 정관 또는 주주총회에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정관의 규정이나 주주총회 결의로 황금낙하산 제도를 만들었다면 유효하다는 견해가 다수의견으로 보인다. 하지만 사견으로는 모든 황금낙하산 제도를 유효로 보는 시각은 문제가 있다. 우리 민법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회사 자산이나 보유현금 규모에 비해 과도한 퇴직위로금을 설정하는 경우, 회사 경영진이 적대적 M&A 세력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과정에서 황금낙하산 제도를 설정하는 경우 등은 선량한 풍속이나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여 무효라고 판단될 여지가 충분하다.

황금낙하산을 도입한 회사의 경영진을 업무상배임죄로 처벌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동일한 문제가 있다. 미국에서 황금낙하산을 도입한 회사의 경영진을 형사적으로 처벌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다수의견은 황금낙하산 제도의 유효성을 인정하는 연장선에서 황금낙하산을 도입한 회사의 경영진을 업무상배임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회사 경영자가 합리적인 근거에 따라 회사에 이익이 된다고 믿고 성실하게 의사결정을 한 결과 황금낙하산 제도를 도입한 것이 아니라 주로 자신의 사익을 추구하기 위하여 황금낙하산 제도를 도입하였다면 회사 경영자에게 업무상배임죄가 성립한다고 보아야 한다. 특히 경영자가 황금낙하산 도입을 결정하는 주주총회에서 상당한 영향을 행사하였다면 업무상배임죄 성립가능성은 더 높아질 것이다.

문제는 황금낙하산 제도를 경영진의 사익 추구 도구로 사용하였는지 여부다.

이와 관련하여 주목할 만한 사건을 소개한다. 1999년 독일 최대의 통신회사 만네스만(Mannesmann)이 영국 시장점유율 2위 통신회사 오렌지(Orange)를 적대적으로 인수하려고 하자, 만네스만의 영국 진출에 위협을 느낀 영국 시장점유율 1위 통신회사 보다폰(Vodafone)이 오히려 만네스만을 적대적으로 인수하였다. 이러한 보다폰의 적대적 인수가 종료될 무렵 만네스만의 보상위원회는 보다폰의 주요주주와 경영진의 동의를 얻어 전∙현직 만네스만의 경영진에게 1,500만유로의 퇴직보상금 및 현직 만네스만의 CEO에게 1,600만 유로 상당의 추가보상금 지급을 결정하였다.

그런데 영국기업이 독일 최대 통신회사를 인수하였다는 점과 만네스만 경영진의 퇴직보상금, 추가보상금이 천문학적인 액수라는 점 때문에 독일 내 비판 여론이 조성되었고, 결국 독일 검찰은 수사 후 만네스만 보상위원회 위원들을 배임죄로 기소하였다.

이 사건에서 독일 연방대법원은 만네스만 CEO에게 지급한 추가 보상금 1,600만 유로는 회사 자산의 낭비에 해당하므로 그러한 추가 보상금을 결정한 보상위원회 위원들에게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하였다.

결국 우리나라에서 황금낙하산 제도는 민사상 유효성 여부는 물론 형법상 업무상배임죄 성립 여부도 향후 다툼이 될 여지가 다분하므로 황금낙하산 제도를 도입하려는 경우 회사의 자산 규모, 퇴직위로금제도의 도입시기, 퇴직위로금의 지급사유 및 지급시기, 퇴직위로금 액수, 퇴직위로금 지급 방법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하게 처리하여야 한다

 ◆ '황금'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관용표현

황금악수(Golden handshake) : 황금낙하산과 달리 경영권의 변동과 상관없이, 임기가 만료해 나갈 때도 받을 수 있는 거액의 퇴직금을 말한다.

황금부츠(Golden Boot) : 주로 나이가 많은 직원들에게 "자발적으로" 퇴직하는 조건으로 지급하는 거액의 퇴직금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 희망퇴직 시 지급하는 퇴직위로금과 유사하다.

황금수갑(Golden Handcuff) : 직원들을 잡아두기 위한 수단으로 수년간 행사가 불가능한 스톡옵션이나, 이직할 경우 환수 당하는 거액의 보너스를 말한다.

[◆ 참고 : 경영권 방어수단]

근거

방어 수단

내용

적대적 인수 제한 법령

주식취득 한도 규제

법률에서 주식 취득한도를 설정하여 한도초과 취득을 제한(은행, 공공적 법인 등)

대량보유 공시, 공개매수

은밀한 경영권 지분 매집 방지

법적으로 허용된 방어수단

 

상호주 취득

적대적 인수 회사 발행주식 총수의 10분의 1을 초과하는 주식을 보유하면 적대적 인수 회사는 의결권 행사 불가

역 공개매수

인수대상이 된 회사가 인수하려는 회사의 경영권을 획득하기 위한 공개매수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은 방어수단

차등의결권주식

(황금주 포함)

기업의 주요한 경영 사안에 대하여 차등적인 의결권보유 또는 거부권 행사 가능 주식

경영권 분쟁 시 증권발행

경영권 분쟁 시 우호세력에게 주식 등을 발행

독약증권

(Poison Pill)

적대적 인수 시도 시 우호적인 주주에게 저가로 의결권 있는 주식을 발행

명시적 법령은 없으나, 허용되는 수단

초다수결의제(supermajority voting)

임원의 선임 및 해임, 합병, 영업양도나 그와 관련된 정관 개정을 위해 필요한 주주총회의 의결정족수를 높이는 방법

시차임기제(staggered election)

이사들의 임기 종료시점을 차등화시켜 적대적 인수자의 이사회 장악을 연기, 차단시킴

이사의 자격제한

정관으로 이사 자격에 해당기업 근무경력을 요구하는 등 이사의 자격을 제한

황금낙하산

(golden parachute)

경영자가 회사 직위를 비자발적으로 상실했을 때 경영자에게 지급하는 거액 퇴직위로금

중요자산 매각

(crown jewel)

적대적 인수 시도 시 회사의 중요자산을 매각시켜 인수 시도를 무력화

백기사

(white knight)

우호적인 기업 간 상호지분출자 또는 우호적인 기업에게 증권을 발행

자본재구성

(recapitalization)

통상적인 수준 이상의 배당을 지급하는 것으로 허용 여부에 다툼이 있을 수 있음

도입취지와 달리 방어수단으로 사용

자사주 취득 및 매각

지배주주의 지배력을 높이고, 적대적 인수 시도가 있을 때 자사주를 우호주주에게 매각

우리사주 조합

우리사주조합이 우호주주로서 지분 보유

 

[헤럴드경제 2017.05.24.] "구글 키운 차등의결권, 국내 도입 논의할 시점"

문재인 정부 들어 강력한 재벌개혁 정책이 추진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기업들의 경영권 방어책 중 하나로 차등의결권 제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은 지난 2004년 구글의 나스닥 상장 당시 래리 페이지 등 공동창업자들이 차등의결권 주식을 통해 지분을 안정적으로 확보, 장기적인 성장을 이룬 사례를 소개했다.

래리 페이지는 상장 시 1주당 10배의 의결권을 갖는 차등의결권 주식을 발행하면서 주주들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의 편지를 써서 이해를 구했다. “우리는 구글의 혁신능력을 지킬 수 있는 기업지배구조를 선택했다. 외부에서는 단기적 성과를 위해 장기적 성과를 희생하라고 말하지만, 우리는 단기적 사업성과를 희생하더라도 장기적으로 주주들에게 이익이 된다면 그 길로 나아갈 것입니다.”

이를 통해 래리 페이지를 비롯한 구글의 공동창업자들은 구글 지분의 63.5%를 안정적으로 확보했고, 상장 후에도 단기 실적 보다는 장기적 미래 가치에 중점을 둔 경영으로 연구개발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그 결과 구글은 구글 글라스, 구글 무인자동차 등 혁신을 이뤄냈고 상장 후 매출액 24배, 영업이익 30배, 고용 21배 증가라는 엄청난 성장을 해냈다.

차등의결권의 혜택을 본 기업이 구글만은 아니다. 한경연에 따르면, 미국의 많은 기업들이 안정적 장기투자와 외부 헤지펀드에 의한 공격을 방지하기 위해 이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미국 증시에서 차등의결권 주식을 발행한 기업은 지난 2015년 8월 기준 13.5%였으며, 여기에는 페이스북, 그루폰, 링크드인 등 최근 급성장하는 기업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세계적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도 차등의결권 때문에 지난 2014년 상장 당시 홍콩증권거래소가 아닌 뉴욕증권거래소를 선택한 바 있다. 미국의 워렌 버핏이나 스웨덴 발렌베리 가문도 차등의결권을 도입하였다는 게 한경연의 설명이다.

한경연은 차등의결권이 기업과 산업발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 경영진이 기업 약탈자에 대한 걱정 없이 장기적, 공격적 투자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 조성, △ 기업, 특히 신생기업 성장에 필수적인 투자 자금조달의 원활화, △ 다양한 주식제도 도입으로 금융시장과 산업의 활성화, △ 의결권보다 배당과 시세차익에 관심 높은 주주에게 저렴하게 주식공급 가능 등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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