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재천 변호사(신한금융투자) / 뉴스티앤티

증권을 발행할 때 회사는 높은 가격을, 증권 투자자는 낮은 가격을 원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증권 발행은 회사와 투자자의 이해가 상충되는 영역이다. 이러한 회사와 투자자의 이해상충을 감안하여 자본시장법령에서는 증권 발행절차, 증권의 발행가격을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

증권 발행절차의 엄격성 때문에 증권 발행 과정에서 회사 경영진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법령을 위반할 가능성이 있고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회사가 발행할 주식의 총수를 초과하여 주식을 발행한 경우,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고 공모로 증권을 발행한 경우, 분식회계를 숨기고 증권을 발행한 경우에는 각 상법, 자본시장법, 형법에 따라 처벌된다.

한편, 시가보다 현저히 낮은 가액으로 주식, 주식관련사채(신주인수권부사채, 전환사채 등)를 발행하거나, 증권발행 단계에서 증권을 취득하는 투자자로부터 시가보다 저가에 증권을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회사의 대주주 등 제3자에게 부여하는 경우에도 회사 경영진에게 업무상배임죄가 성립될 수 있다. 이 문제에는 조금 복잡한 법적 쟁점이 있어 아래에서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먼저 시가보다 현저히 낮은 가액으로 증권을 발행한 경우다. 법원은 삼성 SDS 신주인수권부사채 저가발행 사건 및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발행 사건에서 시가보다 현저히 낮은 가액(신주인수권부사채의 경우 행사가격, 전환사채의 경우 전환가격)으로 증권을 발행한 회사 경영진을 업무상배임죄로 처벌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하였다. 바로 주주배정방식과 그 외 방식의 구분이다.

즉, 모든 주주에게 동등한 기회를 부여하는 주주배정의 방법으로 증권을 발행하는 경우 회사 경영진은 주주 전체의 이익, 회사의 자금조달의 필요성, 급박성 등을 감안하여 경영판단에 따라 자유롭게 발행조건을 정할 수 있으므로, 시가보다 낮게 증권 발행가액을 결정함으로써 주주들로부터 가능한 최대한의 자금을 유치하지 못하였다고 하여 경영진이 회사재산 보호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지만, 제 3자 배정, 일반공모 등 주주배정 이외의 방법으로 증권을 발행하는 경우 회사 경영진은 증권의 시가를 적정하게 반영하여 발행조건을 정하거나, 증권의 실질가액을 고려한 적정한 가격으로 증권을 발행하여야 할 의무가 있으므로 실제 증권의 발행가격이 적정한 가격에 미달되었다면 회사 경영진에게 업무상배임죄가 성립한다는 취지다.

사견으로는 현저하게 낮은 가격으로 증권을 발행하면 주주배정방식과 그 외 방식 모두 현실적으로 회사에 유입되는 자금이 감소하여 회사에 손해가 발생하므로 주주배정방식과 그 외 방식을 달리 취급한 법원의 판단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회사 경영진이 얻을 수 있었던 이익을 얻지 못한 때에도 배임죄가 성립한다는 기존 판례의 태도를 감안하면 주주배정방식과 그 외 방식 모두 현저한 저가로 증권을 발행하는 행위는 업무상배임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참고로 주권상장법인의 증권 발행에 관한 절차와 내용을 정하는 『증권의 발행 및 공시등에 관한 규정』에서는 주권상장법인이 주주배정 방식으로 유상증자를 하는 경우 발행가액에 제한을 두지 않고, 일반공모 및 제3자배정 방식으로 유상증자를 하는 경우에는 최저발행가액을 설정하고 있다. 다만, 주권상장법인이 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하는 경우에는 일반공모, 제3자배정은 물론 주주배정 방식에서도 준수하여야 할 최저전환가액과 최저행사가액을 규정하고 있다.

기업이 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할 때 실무에서는 “CB call option”, “Warrant buy back option”이라고 부르는 조건이 포함되는 경우가 많다.

CB call option은 전환사채(Convertible Bond, 이하 “CB”) 발행계약에서 정하는 것으로 “회사 또는 회사가 지정하는 자”가 전환사채 투자자로부터 전환사채를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하고, Warrant buy back option은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계약에서 정한 것으로 “회사 또는 회사가 지정하는 자”가 신주인수권부사채 투자자로부터 신주인수권부사채에 부여된 신주인수권증권(이하 “Warrant”)을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는 주식으로 전환 가능한 잠재주식이므로 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으로 대주주 지분이 희석되어 경영권이 불안정해질 수 있고, 매도물량 증가로 주가가 폭락하기도 한다. 이러한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회사는 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 계약서에 “CB call option”, “Warrant buy back option” 조항을 명시하여 회사 자금에 여유가 있을 때 전환사채, 신주인수권증권을 매수할 수 있는 기회를 보유하려는 경향이 있다(다만, 실무상 “CB call option”, “Warrant buy back option” 조건은 주로 대주주의 지분율을 확대하기 위한 방법으로 활용된다).

문제는 “CB call option”, “Warrant buy back option” 조건이 포함된 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으로 회사 경영진이 업무상배임죄의 책임을 부담할 가능성이다.

“CB call option”, “Warrant buy back option” 조건으로 회사 경영진이 업무상배임죄 책임을 부담하여야 하는지 여부에 관한 핵심 쟁점은 “회사 또는 회사가 지정하는 자”가 CB call option, Warrant buy back option을 취득 및 행사할 때 지급하는 대가의 적정성이다.

먼저 “회사”가 사채발행계약에 따라 투자자로부터 CB call option이나 Warrant buy back option을 취득하는 경우를 살펴보자.

통상적으로 회사가 사채발행계약에 따라 CB call option이나 Warrant buy back option을 취득할 때에는 투자자에게 별도의 option 대가를 지급하지 않으며, 이러한 사정이 법적으로 특별히 문제되지 않는다. CB call option이나 Warrant buy back option 조건이 다양한 사채 발행조건 중의 하나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회사가 option을 행사하여 투자자로부터 실제 CB나 Warrant(신주인수권증권)를 매수할 때 사채발행계약에서 정한 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매수하거나, 사채발행계약에서 정한 가격이 없는 경우 시가 등 합리적인 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매수하면 회사에 손해가 발생한 것으로 인정되어 회사 경영진에게 업무상배임죄가 성립한다.

다음으로 실무상 사례가 많은 “회사가 지정하는 자”(특히 회사의 대주주)가 CB call option이나 Warrant buy back option을 취득하는 경우를 살펴보자.

“회사 또는 회사가 지정하는 자”가 CB call option이나 Warrant buy back option을 갖는다는 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 조건에 따라 회사가 제 3자(특히 회사의 대주주)를 CB call option이나 Warrant buy back option의 권리자로 지정하면 제3자가 회사에 CB call option이나 Warrant buy back option의 대가를 지급하여야 하는지 문제된다. 사견으로는 회사의 option 권리자 지정으로 제 3자(특히 회사의 대주주)는 재산권인 CB call option이나 Warrant buy back option을 취득하였으므로 정당한 대가를 회사에 지급하여야 하고, 만일 정당한 대가의 수수 없이 CB call option, Warrant buy back option의 권리자 지정이 이루어졌다면 회사 경영진은 업무상배임죄로 처벌될 가능성이 많다.

회사가 제 3자(특히 회사의 대주주)를 CB call option이나 Warrant buy back option의 권리자로 지정하고 제 3자(특히 회사의 대주주)가 option을 행사하여 투자자로부터 CB나 Warrant를 매수하는 경우에는 회사가 거래의 당사자가 아니고 거래의 효과도 회사에 미치지도 않으므로 회사가 어떠한 손해를 입는 상황이 아니다. 따라서 제 3자(특히 회사의 대주주)와 투자자 사이의 CB, Warrant 매매와 관련하여서는 원칙적으로 매매가격과 상관없이 회사 경영진이 법적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

다만, 예외적으로 투자자가 CB나 Warrant를 합리적인 가격보다 현저한 저가로 제 3자(특히 회사의 대주주)에게 매도하였다면 회사 경영진이 배임행위를 하였다는 혐의를 받을 수 있다.

왜냐하면 합리적인 투자자가 제 3자(특히 회사의 대주주)에게 CB나 Warrant를 정상가격보다 현저한 저가로 매도하였다면 어디에선가 대가를 보상 받았을 것이고, 그 대가는 통상적인 경우보다 더 유리한 조건으로 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취득한 것이라고 보는 게 가장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순수한 이론적인 설명으로 수사기관이 사실관계를 명확히 입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CB call option, Warrant buy back option 관련하여 법령 준수, 투자자 보호를 위해 상장회사가 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 과정에서 공시하여야 하는 주요사항보고서 양식(전환사채 발행결정,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결정)에 옵션행사자, 옵션행사 시 수익자, 옵션의 구조 등을 상세하게 기재하도록 하였다. 특히 CB call option, Warrant buy back option 행사로 발행회사가 아닌 제3자가 사채 만기 전에 CB나 Warrant를 취득할 수 있는 경우에는 제3자의 성명, 제3자와 회사와의 관계, 취득규모, 취득목적 등을 자세히 기재하여야 하며, 발행 당시 제3자가 확정되지 않은 경우에는 제3자가 될 수 있는 자, 제3자가 얻게 될 경제적 이익 등에 관한 사항을 자세히 기재하도록 하였다.

지금까지 CB call option, Warrant buy back option에 관한 설명은 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 계약서에 “CB call option”이나 “Warrant buy back option”을 “회사 또는 회사가 지정하는 자”가 보유한다는 명시적 조항을 둔 경우다. 금융감독원이 “CB call option”, “Warrant buy back option” 거래에 현재와 같은 주요사항보고서 공시 규제를 유지하거나 더 강화한다면, 이해관계자들은 사채발행계약서에 “CB call option”, “Warrant buy back option” 조항을 빼고 대신 “CB call option”, “Warrant buy back option”과 유사한 내용이 포함된 이면계약서를 작성하거나, 사채 발행회사를 배제하고 사채 투자자와 제 3자(특히 회사의 대주주)간 직접 “CB call option”, “Warrant buy back option” 거래를 하는 형식으로 진행할 것이다.

한편, “CB call option”, “Warrant buy back option” 관련해서는 업무상배임죄 성립 여부 이외에 증여세 문제도 있다. 자본시장에서는 업무상배임죄만큼 증여세 문제에 많은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CB call option”, “Warrant buy back option” 관련 증여세 문제는 회사의 대주주 등 제 3자가 “CB call option”, “Warrant buy back option”을 취득할 때 및 취득한 “CB call option”, “Warrant buy back option”을 행사하여 CB, BW 투자자로부터 CB, Warrant를 취득할 때 정당한 대가를 지급했는지에 관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증여세 문제에는 복잡한 세법적 쟁점들이 다수 있고, 현재 완벽히 정리되지 않은 상황이라 여기에서 증여세 문제를 자세히 다루지는 않는다. 다만, 문제의 근본 원인을 간단히 정리하자면, 법의 공백을 이용하여 적은 돈으로 지분율을 확대하려는 대주주와 이러한 대주주의 행위에 어떻게든 증여세를 부과하려는 세무당국의 대결로 압축할 수 있다.

시장의 욕구와 규제의 숨바꼭질은 계속되고, 숨바꼭질을 지켜보는 재미는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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