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정장 구입 부담·MZ세대 문화 등 감안 ‘면접 옷차림 자율화’

4일 충남도청 문예회관에서 열린 2021년 제1회 공개경쟁 임용시험 및 제2회 경력경쟁 임용시험에서 운동화를 신은 한 응시자가 면접관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충남도 제공
4일 충남도청 문예회관에서 열린 2021년 제1회 공개경쟁 임용시험 및 제2회 경력경쟁 임용시험에서 운동화를 신은 한 응시자가 면접관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충남도 제공

검은색 재킷에 검정 치마와 바지, 흰색 블라우스나 와이셔츠, 꽉 졸라맨 넥타이와 검은 구두….

공무원 채용 시험 응시자들이 면접 때 착용하는 전형적인 옷차림이다.

하지만 충남도는 올 여름 공무원 면접시험에서 수십 년 이어온 ‘전통(?)’을 과감히 벗어던지며 신선한 풍경을 연출했다.

도가 여름철 면접시험 ‘복장 자율화’를 전면 도입했기 때문이다.

도의 면접 복장 자율화는 공직사회에서 이미 복장에 대한 규제가 없는 마당에 예비 공무원에게만 정장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공무원 응시자의 실력과 공직에 대한 마음가짐, 도민에 대한 헌신 자세 등을 판단하는데 복장이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는 의미도 담았다.

면접시험 때 반드시 정장을 착용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경직된 조직 문화를 개선하자는 뜻도 있다.

응시자 개인적으로는 최근과 같은 폭염에 정장을 착용할 경우 더위를 더 크게 느끼며 면접시험에 방해가 될 수밖에 없는 점을 감안했다.

또 정장 미 구입에 따른 가계 부담 경감, 자율과 개성, 실용 등을 중시하는 ‘MZ세대’의 문화도 이번 복장 자율화 시행 배경이다.

응시자에 대한 복장 자율화 안내는 지난달 15일 면접시험 전 도청을 찾아 자기소개서와 필수자격증 등을 직접 제출할 때 가졌다.

 

면접복장자율 안내 / 충남도 제공

이번 여름 도가 진행하는 제1회 공임·제2회 경임 면접시험 대상 인원은 총 1505명이다.

지난달 20일 코로나19 대응 인력 선발을 위해 간호와 보건진료, 보건직에 대한 면접시험을 진행했으며, 4일부터 13일까지 공업과 녹지, 농업, 시설, 세무, 환경, 전산, 해양수산, 행정, 사회복지직 선발 면접시험을 순차적으로 연다.

간호직 등에 대한 첫 면접시험에는 대상 199명 중 195명이 노재킷·노타이에 반팔 블라우스나 셔츠 등 자유로운 복장으로 응시했다.

자율 복장 면접시험에 대한 응시자들의 반응은 일단 뜨거웠다.

첫 면접 응시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195명의 97.4%(190명)가 면접 복장 자율화에 찬성한다는 뜻을 밝혔다.

찬성 이유는 한여름 무더위 극복과 심리적 안정이 52.8%(103명)로 가장 많았고, 복장 구입에 따른 정신적·시간적 부담 해소(26.7%)와 금전적 부담 감소(16.4%)가 뒤를 이었다.

반대 의견을 내놓은 5명은 △공직 입문 시험에는 정장이 필요하다 △면접에 복장이 영향을 미칠 것 같다 △외모에 대한 장·단점 보완을 위해 정장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김태우 도 인사과장은 “면접시험 복장 자율화는 민간 기업에서 간혹 접할 수 있지만, 공직사회에서는 극히 드문 일”이라며 “충남도에서도 이번이 사상 첫 사례로 파악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이어 “4차 산업혁명 시대, 공직자들 역시 창의로운 사고를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며 “옷차림이 철학까지 좌우할 수는 없겠지만, 예비 공직자들이 처음 공직을 접하는 곳이자 공직 입문 최종 관문인 면접시험에서 자유로운 복장을 통해 심적 부담을 덜고 보다 유연한 사고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는 올해 면접 복장 자율화 성과를 분석, 확대 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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