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0일- 세계적 억만장자 제프 베이조스(57)가 마침내 어린 시절의 우주여행 그 꿈을 실현했다. 미국 아마존의 창업자인 그가 ‘뉴 셰퍼드’ 로켓을 타고 10분간에 걸쳐 고도 100㎞의 준궤도 우주비행에 성공한 것이다. 비행은 조종사 없이 자동으로 진행됐는데 무중력 체험 시간은 약 3분이었다. 그의 동생 마크(51), 첫 유료 고객인 네덜란드 예비대학생 올리버 대먼(18), 1960년대 우주비행사 자격을 갖추었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최종 선발되지 못한 월리 펑크(82)가 동승했다. 그날은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한 지 52년이 되는 날이었다. 

베이조스에 앞선 7월 11일, 영국의 리처드 브랜슨(71) 버진그룹 회장은 'VSS 유니티'를 타고 86km를 날아올랐다가 지상으로 돌아왔다. 모선에서 분리된 우주선의 그는 4분간 미세 중력 상태를 경험하면서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남겼다. “모든 아이들에게 전한다. 나도 한때 별을 바라보며 꿈을 꾸는 아이였고 지금은 우주선을 탔다. 너희들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상상해 봐라!” 지상에 착륙한 후에는 “모든 것이 마법 같았다. 꿈을 꾸었다면 지금이 실현할 때다. 우주여행 시대의 여명기를 맞이한 것을 환영한다.”는 소감을 밝혔다. 

 

김래호작가의 글자그림「제지현해帝之縣解」(한지에 수묵. 70✕138cm)
김래호작가의 글자그림「제지현해帝之縣解」(한지에 수묵. 70✕138cm)

대저 도道란 본래 한계가 없고, 말이란 애초 일정한 의미 내용이 없다. 때문에 도를 말로 표현하려고 하면 구별이 생기게 된다. 그 구별에 대해 말해 보자. 사물에는 좌우가 있고, 말에는 대강과 상세가 있으며, 생각에는 분석과 유별이 있고, 다툼에는 앞다툼과 맞다툼이 있다. 이것을 여덟 가지 덕(左, 右, 倫, 義, 分, 辯, 競, 爭)이라 한다. 이렇게 사람의 생각이 미치지 못하는 ‘육합지외六合之外: 우주 밖’에 대해 성인은 그 존재를 부인하지는 않지만 대강을 말하지도 않는다. 또 ‘육합지내六合之內: 우주 안’에 대해 성인은 대강을 말할 뿐 상세한 점을 들추지 않는다. -『장자莊子』제 2편「제물론」19

기실 인류 최초의 우주 여행자는 ‘장자’였다. 그는 하늘, 우주를 ‘육합’으로 명명하고 처음으로 유한과 무한을 논했다. 육합지내- 이는 지금, 여기의 사방에 위와 아래를 더한 유한한 우주다. 육합지외는 그 공간의 바깥쪽으로 명확히 설명할 수 없는 무한한 우주를 말한다. 장자는 그런 우주 어디에서나 상존하는 ‘기氣’를 상정하고, 사람과 만물의 그 기적 관계는 동일체라고 주창했다. 『장자』제 1편「소요유逍遙遊」첫머리에 나오는 ‘대붕大鵬’은 바로 그 무한으로 가는 ‘발사체’였다. 북녘 바다의 물고기 곤鯤이 변한 새가 붕인데 한 번 날아갈 때는 3천 리 파도를 일으키며, 9만 리나 치솟아, 6개월 동안이나 떠 있다고 기술했다. 그 붕이 하계 곧 지구를 보면 새파랗게 보이는데 천지간 생물들이 내뿜는 기가 아지랑이와 먼지를 일으키는 탓이라고 파악했다. 

그로부터 2천 5백여 년이 흐르고, 실제로 우주를 관광 삼아 여행한 브랜슨이나 베이조스가 그 장자의 언표를 체현하고, 증언했다. 우리는 장자의 ‘붕’과 우주선 ‘뉴 세펴드, 유니티’가 다르지 않고, 유한을 벗어나 무한으로 가는 여러 여행 수단 중의 하나라고 믿게 되었다. 여기에서 새삼 고 백남준(1932-2006) 비디오 아티스트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1965년 뉴욕에서 ‘달은 가장 오래된 TV’라는 전시회를 열었는데 진공관 TV를 여러 대 설치하고 천체인 달이 차고, 이우는 운행을 그냥 보여주었다. 

4년 뒤인 1969년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해 ‘옥토끼와 계수나무’가 존재하지 않음을  증명했다. 이미 백남준이 그것들을 아이들에게 분양한 다음의 일이었다. 후천적 학습은  유전되지 않아 태어나는 아기들은 늘 새롭게 배워야만 하는데 그들의 가슴으로 녀석들을 이주시킨 것이다. 아이들은 곧이곧대로 직시하는 탓에 좌우와 상하, 전후로 스치는 물체와 현상을 살피느라 발걸음이 더디다. 반면에 어른들은 자신의 경험을 볼모로 선입견에 사로잡혀 관심이 덜해 빠르다. 아무튼 하늘- 유사 이래 늘 하나인 그 절대자는 ‘오캄의 면도날’에도 불구하고 여여 생생해 틈만 나면 인간을 놀리기를 즐겨한다.    

 

김래호작가의 글자그림「제지현해帝之縣解」(한지에 수묵. 70✕138cm) 부분
김래호작가의 글자그림「제지현해帝之縣解」(한지에 수묵. 70✕138cm) 부분

노담이 죽었을 때 진일이 문상가서 건성으로 곡 세 번만 하고 나와 버렸다. 한 제자가 이상하게 여겨 여쭈었다. 살아생전 그렇게 각별하셨는데 어찌 그렇게 대하시는지요? 평소에 그를 훌륭한 인물이라고 보았네만 오늘 보니 영 아니더군. 늙은 제자들은 제 자식 잃은 듯 울고, 젊은이들은 어버이를 잃은 듯 호곡하지 않던가 말일세. 그가 반드시 요구하지 않았다손 치더라도 은연중에 슬픔에 젖고, 소리 높여 곡을 하도록 시키지 않았나 의구심이 들었던 것일세. 그것은 자연의 도리에서 벗어나 진실을 거역하고 하늘로부터 받은 본분을 잊어버려 그렇다네. 옛날 사람들은 이것을 ‘둔천지형遁天之刑: 하늘을 도피한 벌’이라고 했지. -『장자莊子』제 3편「양생주」9 

지금으로부터 2천 5백여 년 전 어느 날- 도가道家의 종조宗祖께서 운명하셨다. 그렇게 믿고 따르던 큰 사부께서 운명하셨으니 도문道門 제자들의 슬픔이 오죽했을까. 노담은 곧 노자老子로 성이 이李, 이름은 이耳, 자가 담耼이었는데 「사기史記」에는 그의 종적을 알 수 없다고 기록되어 있다. 한편 푸른 소 등을 타고 서역으로 가는 길에 국경도시 함곡관函谷關에서 세무관리 윤희에게 5천 자 남짓한 『도덕경道德經』을 전수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장자는 그 불분명한 스승의 마지막 행적을 상례喪禮로 구현해 도교의 ‘생사관’을 극명하게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양생주」9는 이렇게 이어진다. 

노담이 어쩌다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은 태어날 때를 만났기 때문이며, 그가 어쩌다 이 세상을 떠난 것도 죽을 운명을 좇았을 뿐이지. 편안히 머물렀다 자연의 도리를 따라간다면 기쁨이나 슬픔 따위의 감정이 끼여들 여지가 없지 않겠는가. 이런 경지를 옛날 사람들은 ‘제지현해帝之縣解: 하늘이 묶어 매단 밧줄이 풀린 것’이라고 불렀다네. -『장자莊子』제 3편「양생주」9 

 

김래호작가의 글자그림「제지현해帝之縣解」(한지에 수묵. 70✕138cm) 부분
김래호작가의 글자그림「제지현해帝之縣解」(한지에 수묵. 70✕138cm) 부분

33편의 『장자』전편을 통해서 등장하는 인물군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중인衆人과 서인庶人들은 일상적인 세속의 유한한 물질계에 경도된 사람들이다. 반면에 성인聖人과 지인至人, 신인神人 같은 사람들은 무한한 정신계를 추구하는 인간이다. 그런데 장자는 후자에 속하는 이들은 모두 ‘3무’ 곧 “자기無己와 공無功, 이름無名‘이 없는 축들로 ”해와 달을 곁에 두고 우주를 끼고“ 살아간다 석명했다. 그들은 ”구름에 올라 해와 달을 타고“, ”저 아득히 높이 나는 새를 타고 이 세상 밖으로 나아가, 아무 것도 없는 곳’에서 노니는데 대표적으로 세 친구 자상호子桑戶와 맹자반孟子反, 자금장子琴張을 거론했다.(『장자』제 6편「대종사」) 묶어보면 천제의 속박 그 매닮의 끈에서 벗어나 ’둔천지형‘의 벌을 피해, ’제지현해‘의 자유를 누리는 인간들이다. 

코로나 19의 장기화로 견디기 힘든 몸살을 앓고 있는 대한민국- 한국 근현대사에 비추어 그저 세계적 팬대믹 재난이라고 치부할 문제가 아닌 듯싶다. 어떤 정신적 전환의 그루터기로 삼으면 바람직하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우리도 한번 잘 살아보세- 그 자본과 물질 숭배의 프로파간다에 내몰렸던 6, 70년대를 지나, 나도 말 좀 하자- 누구나 입을 열던 민주화시대를 거쳐서 마침내 웰빙과 소확행, 미니멀리즘을 외치지만 정작 ”잘 놀아 보세“의 진정한 알짬을 못 찾고 헤매는 형국이다. 여전히 천박과 대박, 급박 그 ’3박자‘에 춤추는 이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내년 3월 9일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합종연횡이 극심해지는 정국이다. 

독일의 철학자 발터 벤야민(1892-1940)이 언술한 ’깊은 심심함‘ 그 한 뼘 조차도 허용하지 않는 세태- 수면이 육체적 이완이라면 그것은 정신적 최적화의 일환이다. 벤야민은 ’깊은 심심함‘을 ”경험의 알을 품고 있는 꿈의 새’라고 불렀다. 불현듯 들어본 적이 있는 ‘새’라면 다행이다. 하늘이 잠시, 잠깐 끈을 놓아 허용한 그 ‘현해’의 자유를 누린 장자의 새 바로 대붕이다. 

본격적으로 우주 관광이 열린 해- 하지만 그 대붕의 속내를 간직한 지상의 낙타와 늘 함께 노니는 시인이 말곁 하며 위무한다. 신경림(1936- ) 시인의「낙타」를 나지막히 읊조리며 걸어가자, 사막보다 더한 지금, 여기의 나날을. 

낙타를 타고 가리라, 저승길은 / 별과 달과 해와 / 모래밖에 본 일이 없는 낙타를 타고. / 세상사 물으면 짐짓, 아무것도 못 본 체 / 손 저어 대답하면서, / 슬픔도 아픔도 까맣게 잊었다는 듯. / 누군가 있어 다시 세상에 나가란다면 / 낙타가 되어 가겠다 대답하리라. / 별과 달과 해와 / 모래만 보고 살다가, / 돌아올 때는 세상에서 가장 / 어리석은 사람 하나 등에 업고 오겠노라고. / 무슨 재미로 세상을 살았는지도 모르는 / 가장 가엾은 사람 하나 골라 / 갈동무가 되어서. 

 

김래호 작가
김래호 작가

’글자그림 이야기‘의 김래호 작가는 1959년 충북 영동 출생으로 서대전고, 충남대 국문과, 고려대 교육대학원에서 공부했으며, 대전MBC와 TJB대전방송, STB상생방송에서 프로듀서를 역임했다. 198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동화, 2020년 제20회 전국추사서예휘호대회 한문 부문에 입선했다. 산문집 『문화에게 길을 묻다』, 『오늘- 내일의 어제 이야기』를 펴냈고, 현재 고향에서 사람책도서관 어중간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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