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재천 변호사(신한금융투자) / 뉴스티앤티

담합이란 동일한 종류의 물품을 생산하거나 용역을 제공하는 사업자들이 서로 짜고 가격이나 생산량을 조정해 다른 경쟁 업체를 따돌리거나 부당한 이익을 챙기는 행위를 말한다. 순 우리말로는 ‘짬짜미’라고 하고, 영어로는 ‘Sweetheart deal 또는 Sweetheart contract’라고 한다. 담합에 관한 영어 단어는 담합이 아주 친밀한 사이에서 이루어지고 그 결과가 무척 달콤하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최초 담합에 관한 기록은 기원전 3000년쯤 고대 이집트의 양털 상인들이 모의하여 양털 가격을 터무니없이 올린 일이다. 이처럼 담합은 오래된 인류의 습성이라고 할 수 있다.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시장에서 적정가격과 이윤이 결정된다는 생각으로 시장규제에 소극적인 아담 스미스조차도 “동일 업종에 종사하는 상인들은 일단 모였다 하면 소비자들을 우롱할 술수나 가격상승 결의 따위로 대화를 끝맺는다”고 개탄하면서 만성화된 담합을 규제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한편, 담합은 인류의 역사에서 부정적인 것으로만 취급되지는 않았다. 1920년대 말 미국의 대공황 이전까지만 해도 상당수의 경제학자들은 독점과 담합이 시장의 오작동을 교정하고 거래를 안정화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대공황과 제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독점과 담합이 부정적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독점과 담합을 반사회적인 불법행위로 간주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독점과 담합에 대한 법적 평가의 전환에는 정치 민주화 및 그에 따른 소비자의 권익 향상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동하였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1963년 밀가루, 설탕, 시멘트를 제조∙판매하는 대기업들이 가격을 담합하여 폭리를 취한 사건이 발생하였는데[소위 삼분(三粉) 담합 사건], 당시 제일제당, 삼양사 등 담합을 주도한 대기업들이 담합으로 벌어들인 막대한 이익 중 일부를 음성적인 정치자금으로 제공하여 커다란 사회문제가 되었다. 삼분 담합 사건을 계기로 독점, 담합 등 불공정거래를 엄격히 규제할 필요성이 대두하여『물가안정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을 거쳐 1980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이 제정되었다.

현행 공정거래법에서는 “사업자는 계약∙협정∙결의 기타 어떠한 방법으로도 다른 사업자와 공동으로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가격의 결정∙유지 또는 변경행위를 합의하거나 다른 사업자로 하여금 행하도록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한다. 또한 공정거래법은 공정거래위원회로 하여금 담합행위로 적발된 기업에 대하여 담합행위의 중지, 시정명령을 받은 사실의 공표 기타 시정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는 권한과 매출액의 100분의 10 범위 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권한도 부여하고 있다.

과거 우리나라 금융회사가 저지른 담합행위에는 은행들의 수출환어음 매입수수료 신설 담합, 뱅커스 유산스 인수수수료 신설 담합, 지로수수료 인상 담합, 증권회사들의 채권인수수수료 담합, 신용카드 회사들의 현금서비스수수료율, 할부수수료율 및 연체수수료율 인상 담합 등이 있었으나, 모두 사회적으로 큰 주목을 받지는 못하였다.

하지만 최근 금융회사의 담합행위가 사회적으로 큰 주목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 계기는 2012년 영국에서 발생한 '리보(LIBOR) 금리 조작 사건'이었다.

LIBOR는 'London Inter-Bank Offered Rates'의 약자로 `런던 은행 간 제공금리' 정도로 풀이된다. 영국 내 18개 대형은행이 매 영업일 오전에 '자기 은행이 다른 은행에게 단기로 자금을 조달할 경우 어느 수준의 금리가 적용될 것인지'를 통화별, 기간별로 영국은행협회에 제공하면, 영국은행협회는 상위 및 하위 4개 은행이 제공한 금리를 제외한 나머지 10개 은행이 제공한 금리를 단순 평균하여 발표하는데, 이를 리보(LIBOR) 금리라고 한다.

리보 금리는 세계 각국의 국제금융거래에 기준금리로 활용되고 있었고, 당연히 영국 은행들의 조달금리에도 영향을 미쳤다. 바클레이즈, UBS 등 5개 대형 은행은 자금의 조달 비용을 낮추기 위해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영국은행협회에 고의적으로 낮은 금리를 제시하는 방식으로 리보 금리를 조작하다가 덜미를 잡혔다. 이 사건으로 바클레이즈, UBS 등 5개 대형 은행은 총 35억달러의 과징금을 부과당했다.

전 세계적으로 공신력을 인정받고 있던 리보 금리가 금융회사에 의해 조작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자연스럽게 의혹의 시선은 우리나라 금융회사들이 관여하는 금리에 쏠렸다. 우선 아파트 등기나 자동차 등록 시 의무적으로 매입하는 소액채권(제1종 국민주책채권, 제2종 국민주택채권, 서울도시철도채권, 지역개발채권)의 매매가격을 정하는 채권수익률이 의심의 대상이 되었고, 금리 산출방법이 리보 금리와 유사한 데다 2012년 당시 시장금리와 동떨어진 움직임을 보인 CD금리도 담합 의혹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특히 당시 CD금리는 주택담보대출 등 우리나라 은행에서 활용하는 변동금리부 대출의 중요한 기준이었다. 2012년 5월말 CD금리에 연동된 변동금리부 대출 규모는 289조원이나 되었다. CD금리를 0.1%만 조작해도 은행들은 연 2,890억원의 이자 수익을 얻고 서민 대출자들은 그만큼 손해를 본다는 단순한 계산이 나오자 여론이 동요했고 언론과 정치권이 칼춤을 추기 시작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움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금융회사들이 소액채권의 매매가격을 정하는 채권수익률 결정 과정에서 담합하였다고 인정하여 20개 증권회사에 시정명령 및 과징금 192억원을 부과했고, 위반 정도가 중한 삼성증권 등 6개 증권회사를 검찰에 고발하였다. 하지만 CD금리 담합에 대해서는 4년 넘게 조사한 후 결정적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이유로 '심의절차종료'를 의결했다. 사실상 '무혐의' 처리였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법원은 일관되게 정부기관의 행정지도로 사업자들의 공동행위가 발생하게 된 경우에도 사업자간 합의가 있으면 공정거래법상 담합에 해당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금융감독당국을 비롯한 정부의 행정지도로 금융회사들이 동일한 행위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에도 공동행위에 금융회사 간 합의가 있다고 하여 담합으로 판단하면 금융회사들에게는 너무나 가혹한 결과가 된다.

앞에서 본 소액채권수익률 담합 사건에서 공정거래위원회와 법원은 증권회사들의 소액채권수익률 협의를 가격 담합으로 간주하였지만, 당시 증권회사들은 제1종 국민주택채권의 수익률을 실제 거래금리가 아닌 국고채 대비 10bp 내외로 축소하여 신고하라는 건설교통부의 권고를 이행하기 위해 소액채권수익률을 협의하였을 뿐이므로 억울한 감정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담합은 행위자들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전제로 하므로 관치금융의 성격이 강하게 남아있는 우리나라에서 금융회사들의 업무처리를 담합으로 규제하는 것이 옳은지 의문이다. 금융회사들이 정부의 눈치를 보면서 불가피하게 수행하는 획일적 업무처리에 담합이라는 잣대를 들이대기 보다는 금융회사들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 Leniency(리니언시)와 Amnesty plus(엠네스티플러스)

1. Leniency(리니언시/자진신고감면제도)

자진신고감면제도(Leniency)는 부당한 공동행위(담합)에 참여한 기업이 그 사실을 자진 신고하거나 조사에 협조하는 경우 시정조치나 과징금 등 제재의 수준을 다음과 같이 감면하는 제도다(공정거래법 시행령 제 35조 제 1항 1호, 2호, 3호).

①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를 시작하기 전에 첫 번째 자진 신고한 자로서 일정한 요건을 갖춘 경우에는 과징금 및 시정조치를 면제한다.

②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를 시작한 후에 첫 번째 조사에 협조한 자로서 일정한 요건을 갖춘 경우에는 과징금을 면제하고, 시정조치를 감면한다.

③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를 시작하기 전 또는 조사를 시작한 후에 부당한 공동행위임을 입증하는데 필요한 증거를 단독으로 제공한 두 번째의 자는 일정한 요건을 갖춘 경우 과징금의 100분의 50을 감경하고, 시정조치를 감경할 수 있다.

2. Amnesty plus(엠네스티플러스/다른 부당공동행위 자진신고 감면제도)

다른 부당공동행위 자진신고 감면제도(Amnesty plus)는 부당한 공동행위로 과징금 부과 또는 시정조치의 대상이 된 자가 그 부당한 공동행위 외에 자신이 관련된 다른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하여 첫 번째로 자진신고 하거나 증거를 제출하면 과징금 부과 또는 시정조치의 대상이 된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하여 다시 과징금을 감면하고, 시정조치를 감경할 수 있는 제도다(공정거래법 시행령 제 35조 제 1항 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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